메모리 사용량 6배 압축 ‘터보퀀트’ 공개...반도체株 급락
HBM 수요 둔화 우려…“AI 확산 고려하면 과도해” 해석도
HBM 메모리를 표현한 AI생성 이미지.
구글의 AI 메모리 효율화 기술 공개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출렁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기업 주가가 급락하며 수요 둔화 우려가 번졌다. 하지만 효율화 기술이 오히려 AI 확산을 가속하며 중장기 메모리 수요를 지지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구글 리서치는 지난 24일(현지시각) 블로그를 통해 문맥 손실 없이 메모리 사용량을 최소 6배 이상 줄이는 양자화 알고리즘인 '터보퀀트(Turbo Quant)'를 발표했다.
터보퀀트는 대규모언어모델(LLM) 추론 과정에서 병목으로 지목돼 온 ‘KV 캐시(Key-Value Cache)’을 압축하는 기술이다. KV 캐시는 모델이 이전 문맥을 기억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단기 메모리로, 전체 연산 비용과 메모리 사용량을 크게 좌우하는 요소다
그동안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유사한 압축 기술을 선보인 바 있지만 데이터 압축 과정에서 정확도가 저하되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터보퀀트는 수학적 설계를 통해 정확도 손실 없이 고압축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메모리 슈퍼사이클 종료’ 우려가 빠르게 확산됐다. 코스피는 27일 전날 대비 삼성전자(-4.71%)와 SK하이닉스(-6.23%)의 급락 여파로 3.22% 하락하며 5500선 아래로 밀려났다.
글로벌 반도체주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미국 증시에서는 26일(현지시각)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4.79% 하락했으며, 엔비디아는 4.16%,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6.97%, 샌디스크는 11.02% 폭락하는 등 주요 AI·메모리 기업들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효율화는 필연”…메모리 업계에선 ‘위기 아닌 진화’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기술이 곧바로 메모리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는 해석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AI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효율화 기술은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AI는 산업 전반과 국방, 피지컬 AI 등 거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수요 자체는 구조적으로 폭발적인 증가 국면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디바이스 AI 확산으로 기기 내 저장·연산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제한된 물리적 공간 안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효율화 기술은 필수적”이라며 “터보퀀트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한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효율화 기술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더라도 AI 모델 수 증가, 사용량 확대 등이 이어지는 한, HBM3E·HBM4 등 고부가 메모리의 성장 흐름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 BNP 파리바 역시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성장을 내다본다. 관련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올해 18% 성장하며 약 917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봤다. 2027년에는 1조 달러 돌파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AI를 중심으로 산업·로봇·에이전틱 AI 등 신규 수요가 더해지며 성장 동력이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AI 사용량 증가가 지속되는 한, 효율화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전체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터보퀀트와 같은 기술은 압축된 데이터를 다시 풀어 연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HBM의 커스텀화가 가속화되며, 용량보다는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경쟁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보편화되더라도 비용 장벽이 낮아지면서 AI 서비스 사용량이 늘어, 전체 메모리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기업들이 고가의 GPU 서버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낸드(NAND) 기반 스토리지를 활용해 문맥 데이터를 장기 저장하는 전략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HBM 수요 증가율 둔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낸드 수요 확대와 AI 사용량 증가로 이어져, 전체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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