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물류학 박사,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화물차 운전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안전운임제 일몰과 다단계 지입제 등으로 인해 최근 3년간 일반 화물차 운임은 20%~30% 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유가와 차량 가격, 부품 수리비는 폭등하여 화물차주의 수입은 최저 생활비를 유지하기에도 버겁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1t 소형화물차주의 월평균 실질 순수입은 130만원~150만원 남짓에 불과해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루 12~13시간씩 졸음운전과 사투를 벌여도 생계유지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또한 대다수 소형화물차는 안전운임제 적용에서 제외되어 있다. 화물 앱 플랫폼이 15%~20%의 과도한 수수료를 떼어가 독점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
대형화물차(컨테이너 트랙터, BCT, 25t 카고 등)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차량 가격이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을 호가하여 매월 300만~400만원의 할부금을 5~6년간 원리금으로 상환해야 한다. 유류대, 보험료, 통행료 등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게다가 할부금을 완납한 후에는 주로 외제차인 대형 상용차의 막대한 부품비와 수리비 때문에 차량에 돈을 계속 쏟아부어야 한다. 결국 내 차가 내 차가 아닌 슬픈 현실에 직면한다. 정부는 그동안 대형 상용차 업체의 가격 담합이나 인상 행위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나 제재를 하지 않았다.
2028년 무인 화물차 대량 공급··· 400만명의 생계 위협
더 큰 문제는 2028년경 무인 자율주행 화물차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와 약 400만명에 달하는 화물차주의 생계와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점이다. 노동 피로도가 없는 무인차와의 경쟁에서 인간 운전자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의 자율주행 트럭 기술은 특정 구간에서 운전자 개입이 없는 '레벨 4' 수준에 도달했다. 2026년 4월 국토교통부가 최초로 유상 화물 운송을 허가함에 따라 올해 6월부터 서울~진천 고속도로 구간에서 정기 택배 물량 운송 서비스가 시작된다. 정부는 2027년 완전 무인 자율주행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 선도국과 비교하면 미국은 텍사스 등에서 운전자 없는 무인 화물차 운행을 법적으로 허용했고, 유럽은 세계 최초로 레벨 4 자율주행차 형식 승인을 위한 법적 프레임워크(EU Regulation 2022/1426)를 마련하여 군집 주행 기술 표준화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미 상업적 무인 운행을 시작해 가장 앞서 있다. 한국은 IT 스타트업과 물류 대기업의 협업으로 중국 기술력의 90% 수준까지 추격 중이다. 자율주행자동차법을 통해 시범운행지구 내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미들마일 중심 상업화·대형 트럭 운전자 실직 위기
자율주행은 기종점과 품목이 일정한 미들마일(물류센터 간 간선 운송)에 우선 도입된다. 주요 대상은 항만~물류센터 간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 허브 터미널 간 정기 택배 물량, 그리고 경로가 단순한 시멘트(BCT) 화물 등이다. 특히 안전운임제 재도입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시멘트 업계는 파업 대응과 비용 절감을 위해 자율주행 도입 의지가 강하다.
주행 환경이 단순한 야간 고속도로 중심의 운행이 주를 이룰 것이다. 이에 따라 25t 이상 대형 트럭 운전자들이 가장 먼저 실직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당분간은 고속도로 환승 거점(Hub)까지는 자율주행 트럭이, 도심 구간은 인간 운전자가 맡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대세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의 확산과 함께 시스템 과신, 전방 주시 태만, 비정형 장애물 인식 오류 등으로 인한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현재 국내법상 자동차 결함으로 인한 사고 시 입증 책임이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나 보험사에 있어 사회적 합의와 관련 법률 정비가 시급하다.
기술 연착륙 ·전직 지원··· 상생 생태계 조성 위한 과제
정부는 급격한 실직을 막기 위해 고속도로 특정 구간부터 점진적으로 허용하는 '연착륙' 전략을 펴야 한다. 아울러 물류·보험업계와 함께 자율주행 사고책임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해야 한다. 동시에 고령화된 화물 운전자들을 자율주행 관제사나 정비 인력으로 재교육하는 전직 프로그램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고용보험 강화와 운임단가 하락 방지책을 병행하며 노동계와의 상생 협의체를 구성해야 할 시점이다.
로봇 기술로 움직이는 무인 자율주행 화물차의 등장은 재화 이동의 근본적인 변혁이다. 정부, 국회, 제조사, 물류업계 등 모든 이해당사자는 법 제·개정과 안전 규칙 마련에 머무르지 않는다. 화물차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상생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책무를 다해야 한다.
신종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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