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부터 미국, 브라질 방문..미래 성장 전략 점검
“시장 선도하는 압도적 지위 구축”.에너지 인프라 선점 강조
신흥 시장 ‘글로벌 사우스’ 공략 강화..현재·미래 동시 겨냥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인공지능 (AI) 확산으로 급변하는 산업 지형 속 에너지 패권을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과 브라질을 잇달아 방문해 미래 성장 전략을 재정비,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과 경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축으로 인공지능(AI) 시대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3월3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ESS SI 전문 자회사 버테크에서 ESS 배터리팩에 들어가는 파우치형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LG>
◆“압도적 지위 구축”..AI 시대 ‘에너지 인프라’ 선점 강조
2일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웨스트보로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시스템통합(SI) 전문 자회사 버테크를 찾았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어떤 외부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업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며 “특히 ESS 배터리 하드웨어 공급을 넘어 고객에게 부가가치가 높은 통합 솔루션 역량을 높여 시장을 선도하는 압도적 지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등 미래 배터리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는 국면에서 사업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통합 솔루션 역량이 중요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LG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제조 경쟁력에 소프트웨어 기반 운영·관리 역량을 더해 AI 시대 에너지 인프라 시장을 위한 배터리 사업의 질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재생에너지 확산과 전력망 안정 수요 증가에 힘입어 글로벌 ESS 시장이 급성장한 상황.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고성능 컴퓨팅 환경에서는 ESS가 단순 저장기능을 넘어 전력 부하 최적화와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한 중요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은 지난해 약 300GWh에서 2030년 750GWh 규모로 2.5배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글로벌 ESS 배터리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중국 기업들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ESS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83.8%에 달한다. 이 같은 구조 속 한국 기업들은 프리미엄·고안전성 전략으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LG는 시장 상황을 빠르게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글로벌 ESS 시장에서 ‘배터리 강자 기반의 상위권 플레이어’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ESS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셀(배터리)’ 기술력과 안정성으로, LG는 이미 전기차 배터리에서 검증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ESS 시장에서 LG는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진격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ESS 주류로 부상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적기에 도입했으며, 북미 수요 급증에 맞춰 현지 생산 거점 5곳을 ESS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또한 현재 북미에서 ESS 배터리를 생산해 공급하는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버테크와의 시너지도 강화하고 있다. 버테크는 ESS 사업의 핵심 역량인 설계, 설치, 유지·보수와 소프트웨어 기반 운영 관리를 아우르는 시스템 통합 역량을 갖추고 있다.
LG의 ESS를 선택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배터리 공급부터 설치, 사후 관리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 북미 ESS 생산공장 현황. <사진제공=㈜LG>
◆미래 성장 동력 ‘글로벌 사우스’ 정조준
구 회장은 미국 일정 소화 후 브라질로 이동해 LG전자 마나우스 생산법인과 현지 유통 매장을 찾아 중남미 시장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브라질은 인구 약 2억1000만 명의 세계 7위 인구 대국이자, 중남미 전체 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경제 대국으로 ‘글로벌 사우스’ 핵심 국가로 꼽힌다.
구 회장은 지난해 2월 인도, 6월 인도네시아에 이어 이번 브라질을 방문하며 합계 인구 20억 명에 달하는 글로벌 사우스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방문한 인도는 14억6300만명, 인도네시아는 2억8500만명에 달하는 인구 대국들로 브라질과 함께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 거점으로 각광받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2월 말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와 수도 뉴델리를 찾아 연구개발(R&D)·생산·유통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현지 직원들과 만났다.
인도네이사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그룹이 합작 설립한 ‘HLI그린파워’를 찾아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라인을 둘러봤으며, LG전자 찌비뚱 생산·R&D법인과 가전 유통매장도 방문해 밸류체인 전반을 살핀 바 있다.
LG전자가 브라질 남부 파라나주에 구축 중인 냉장고 신공장은 높은 수입 규제와 관세 장벽을 극복하고 중남미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 기지로 올해 7월부터 본격 가동된다.
브라질은 가전 수입 관세가 높은 국가로,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추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물류비와 환율 변동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즉, 보호무역주의가 강한 시장 특성에 맞춰 브라질 내수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물류 효율성을 확보한다는 것. 단순 수출 확대를 넘어 현지 생산기지 확충과 에너지 인프라 사업 강화를 병행하는 구조적 확장 전략이라는 풀이다.
LG전자는 이미 북부 마나우스에서 TV와 에어컨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번 파라나주 공장 신설로 남·북부 거점을 모두 확보하게 되면서 브라질 전역을 아우르는 공급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출 중심 전략에서 현지 산업 생태계 내 생산·판매 구조로 전환하는 단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브라질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나라다. 반전량 변동성이 큰 만큼 전력 안정화를 위한 ESS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안정적 전력 공급 인프라 확보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브라질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 시장이 향후 ESS 산업 성장의 핵심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대륙 간 해저 광케이블 교차점이라는 입지를 바탕으로 라틴아메리카 데이터센터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의 브라질 전략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매출과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는 ESS 등 에너지 인프라 사업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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