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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사 미참여’ 감리사 연대보증 씌운 KB신탁

KB금융그룹 산하의 부동산 신탁사가 건설공사에 참여하지 않은 감리회사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신탁계약의 연대보증사로 참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미참여’ 감리사 연대보증 씌운 KB신탁

준공기한 못 지키면 상환 부담 지우는 ‘PF 대출·신탁계약’ 체결

공사 지연에 수백억원 부담한 감리사, 공실 손실까지 떠안을 판

KB신탁, 계약 전 시공사 ‘불량’ 평가…부실 위험 불법 전가 의혹

KB금융그룹 산하의 부동산 신탁사가 건설공사에 참여하지 않은 감리회사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신탁계약의 연대보증사로 참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기한 내 공사를 끝내지 못하면 PF 대출금과 신탁사가 투입하는 돈까지 감리회사가 떠안도록 해 부실 위험을 불법적으로 전가한 것이다. 감리사가 현재까지 부담한 금액만 371억원에 달한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 자료와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KB부동산신탁(KB신탁)은 2021년 1월 인천 원창동 물류센터 신축공사에서 부동산 감리회사인 A사가 책임준공 연대보증인으로 포함된 PF 대출 및 신탁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책임준공형 PF 대출·신탁은 시공사가 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시행사에 실행된 PF 대출 원리금을 시공사가 갚고, 기한이 지난 후 신탁사가 준공을 위해 투입하는 돈(신탁계정대여금)까지 시공사가 부담하는 구조다.

이처럼 시공사가 상환 부담을 지는 형태는 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허용되지만 하도급사, 감리사 등 시공사가 아닌 회사까지 연대보증을 서는 것은 불법이다.

원창동 물류센터 PF 사업 대출은 IBK투자증권 주선으로 메리츠캐피탈(선순위), 키움캐피탈(중순위), 애큐온캐피탈(후순위) 등이 실행했으며, KB신탁이 A사를 연대보증인으로 참여시켰다.

그러나 KB신탁이 계약 체결 전인 2020년 12월 작성한 ‘원창동 사업성 검토서’를 보면 시공사인 B사를 “보유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651.3%로 불량”이라고 평가했다. B사는 2019년 감사보고서에서 ‘한정’ 의견을 받기도 했다.

KB신탁이 B사의 신용이 낮다고 보고, A사를 연대보증에 참여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만 A사도 연대보증을 서는 과정에서 얻는 수익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기대하고 사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A사는 연대보증 조건으로 15억~22억원 수준의 수익을 받기로 했다.

KB신탁은 경향신문에 “다른 물류창고에 비해 규모가 커서 A사가 책임준공 연대보증인으로 참여해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결국 시공을 맡은 B사는 책임준공 기한(2023년 2월)까지 공사를 끝내지 못했고 A사의 연대보증이 현실화했다.

A사가 지금까지 투입한 금액은 추가공사비 130억원, 신탁계정대여금 상환액 195억원, PF 대출 이자 대납금 22억원, 물류센터 운영비 24억원 등 371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공실로 인해 발생한 손실액도 A사에 떠넘겨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쯤 KB신탁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해당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향후 쟁점은 계약 체결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A사와 KB신탁 간 계약은 금소법 시행(2021년 3월) 전인 2021년 1월에 처음 체결됐고, 2023년 8월 A사와 공사비 및 신탁계정대여금 상환 등 부담을 새로 지우는 합의서를 체결했다.

금융위원회는 법 시행 전에 체결된 계약이어도 계약의 중요 부분이 변경된 경우 ‘신규 계약’으로 금소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지난 8월 내렸다. A사 측은 2023년 계약이 ‘중요 부분이 변경된 경우’라는 입장이다.

KB신탁 측은 “최초 계약은 금소법 시행 전에 체결된 계약”이라며 “연장합의서는 기존 계약의 이행 기간을 조정하기 위한 것으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거나 계약의 본질적인 내용을 변경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민법(제428조의3)과 금융소비자감독규정(제14조6항8호)에 따르면 보증 시에는 계약서에 한도(채무의 최고액)를 명시해야 하지만 KB신탁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손 의원은 “책임준공 신탁의 리스크를 법이 금지한 방식의 연대보증으로 하도급사나 감리사 등에 전가하는 관행이 횡행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즉각 실태 점검에 나서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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