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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공공·민간 공동 재원 부담…오일허브서 미래 에너지 거점으로

울산 남신항 에너지허브 2단계 사업이 다시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선다. 2017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고도 민간의 높은 초기 투자부담과 국제 에너지시장 변화로 장기간 속도를 내지 못했던 사업을 울산시가 재원구조와 취급 에너지 품목까지 새롭게 설계해 다시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공·민간 공동 재원 부담…오일허브서 미래 에너지 거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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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신항의 전경. 울산시 제공

울산 남신항 에너지허브 2단계 사업이 다시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선다. 2017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고도 민간의 높은 초기 투자부담과 국제 에너지시장 변화로 장기간 속도를 내지 못했던 사업을 울산시가 재원구조와 취급 에너지 품목까지 새롭게 설계해 다시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 재추진의 핵심은 과거 원유 저장 중심의 '오일허브'를 원유·석유제품은 물론 LNG와 수소, 암모니아 등까지 다루는 '에너지허브'로 확장하고, 전액 민자였던 사업구조도 공공과 민간이 역할을 나누는 방식으로 바꾸는 데 있다.

남신항 에너지허브 2단계는 울주군 온산읍 원산리 전면 해상 34만7,200㎡에 7만DWT급 액체화물 부두 2선석과 저장·공급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계획기간은 2035년까지다.

2017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조사 당시 총투자비는 1조784억원으로 산정됐다. 이 가운데 매립과 접안시설 등 하부시설이 3,979억원, 저장탱크 등 상부시설이 6,805억원으로 모두 민간투자를 전제로 했다.

문제는 민간이 기반시설부터 상부시설까지 모든 투자비를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실제 저장·물류사업에 필요한 설비 외에 항만 매립과 호안, 접안시설 등에 막대한 초기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사업의 장기 수요와 수익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구조는 투자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제 에너지시장도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크게 달라졌다.

2017년 당시에는 원유 저장과 트레이딩이 남신항 사업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면서 수소와 암모니아, 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과 주요 해상수송로 차질까지 겹치면서 에너지 공급망 안정성이 국가 경쟁력의 주요 요소로 부상했다.

울산시는 이에 따라 2022년 사업 개념을 '오일허브'에서 '에너지허브'로 전환했다. 올해 7월에는 수소·암모니아 등 친환경 다품목 에너지를 취급할 수 있도록 시설기능과 배치계획도 다시 구체화했다.

울산항은 이 같은 에너지 공급망 구축에 비교적 유리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울산항 전체 화물 약 1억9,700만t 가운데 유류 등 액체화물이 약 1억5,800만t으로 80%가량을 차지했다. 액체화물 처리 규모는 국내 1위, 세계 4위 수준이다.

항만 배후에는 정유·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국가 주력산업이 밀집해 있고 원유와 석유제품의 생산·저장·공급시설도 집적돼 있다.

생산에서 저장, 항만을 통한 국내외 공급까지 한 지역에서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이 울산의 강점이다.

특히 S-OIL의 샤힌 프로젝트가 막바지 단계에 들어간 점은 남신항의 새로운 수요를 뒷받침할 가능성이 있다.

울산시는 샤힌 프로젝트의 상업가동에 따른 원유·석유제품 저장·물류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기존 시설로 처리할 수 있는 물량과 신규 시설이 필요한 물량을 구분해 사업 규모에 반영할 계획이다.

사업 재추진에서 가장 큰 변화는 재원 구조다. 울산시는 과거처럼 1조원이 넘는 사업비 전체를 민간에 부담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 매립과 호안, 접안시설 등 공공성이 큰 하부 기반시설은 국가재정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기업은 그 위에 저장탱크와 하역·공급설비 등 실제 사업에 필요한 상부시설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공공이 항만의 기본 골격을 만들고 민간이 실수요에 따라 시설을 채우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초기 투자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고, 정부 입장에서도 국가 에너지안보를 위한 기반시설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따라 울산항만공사는 사전타당성 검토를 통해 사업수요와 적정 시설규모, 사업비와 경제성 등을 다시 검토한다. 울산시는 이와 함께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과 재원분담, 사업 시행주체, 예비타당성조사 적용방식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결국 사업 성패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글로벌 기업의 장기 이용수요와 투자 의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다음 달 예정된 김상욱 울산시장의 사우디아라비아·UAE 방문은 남신항 사업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 시장은 사우디에서 아람코 최고경영진을 만나 남신항의 사업 구상과 경쟁력을 설명하고 장기 시설 이용과 투자협력 가능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울산시는 아람코 등 글로벌 에너지기업이 울산에서 어떤 사업을 할 수 있는지, 필요한 저장·하역시설은 무엇인지, 장기 이용과 직접 투자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S-OIL 본사의 울산 이전도 아람코 측에 제안한다.

다만 현재는 사업의 재설계와 협상을 시작하는 단계다. 특정 기업의 투자나 투자 규모, 시설의 소유권과 운영방식 등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하부시설을 국가재정 사업으로 전환하는 문제도 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당장 사업 착공을 의미하기보다 10년 가까이 답보했던 사업을 달라진 에너지시장과 기업 수요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첫 단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10년 전 '동북아 오일허브'로 출발했던 남신항이 이제는 원유와 미래 에너지를 함께 다루는 '동북아 에너지허브'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박인섭기자 inseob8425@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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