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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공감력 부족은 멍청함이다

매년 5월 18일, 우리는 꽃을 바친다. 그런데 올해 어느 대기업은 그 날 탱크 텀블러를 팔았다. 이를 옹호하는 자칭 보수들은 탱크란 그저 용기(容器)를 뜻하는 말일 뿐이라며, 분노하는 사람들에게 과민 반응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공감력 부족은 멍청함이다

조환 프로그래머

매년 5월 18일, 우리는 꽃을 바친다. 그런데 올해 어느 대기업은 그 날 탱크 텀블러를 팔았다. 이를 옹호하는 자칭 보수들은 탱크란 그저 용기(容器)를 뜻하는 말일 뿐이라며, 분노하는 사람들에게 과민 반응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탱크데이'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계엄군과 탱크를 연상시키는 문구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조롱하는 듯한 '책상에 탁!' 표현을 광고에 사용한 것이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면, 이 옹호론은 그보다 한 술 더 뜨는 어처구니없음이다.

이 사태의 뿌리를 캐다 보면,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방치해 온 두 가지 병폐와 마주치게 된다. 첫째, '자유에는 합당한 책임이 따른다'는 명제가 공허한 구호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한국전쟁은 유교 공동체의 전통적 가치 체계를 뿌리째 흔들었고,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개발독재는 그 폐허 위에  '힘 있으면 다 된다'는 단순한 철학을 심었다. 이 시대가 온 국민에게 가르친 교훈은 결국 하나였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 후진적 인식은 민주화 이후에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5·18 이후 전두환의 민정당 계열이 오랫동안 집권하며 광주의 진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도 같은 인식의 연장이었다. 소셜 미디어라는 익명의 공간은 여기에 날개를 달아줬다. '일베'로 대표되는 온라인 혐오 문화가 독버섯처럼 번성한 것도, 자유라는 이름 아래 책임을 망각한 방종의 산물이다. 이들이 자신의 행동을 당당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익명의 커뮤니티 안에 웅크린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 스스로도 부끄러움을 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경제적 책임은 잘 먹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른바 '멸공' 논란을 비롯한 숱한 사회적 물의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논란 발생 다음 날 즉각 사과문을 발표하고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와 담당 임원을 전격 해임했다. 이 결정의 배경은 계약서에 있었다. 2021년 이마트가 스타벅스 본사와 체결한 계약에는, 이마트의 귀책 사유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될 경우 본사가 이마트 보유 지분 전량을 시장가치의 35% 할인된 가격에 강제 회수할 수 있는 콜옵션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추산 손실 규모만 6천억 원 이상. 장사꾼에게 가장 무서운 말은 '당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당신은 6,000억 원을 잃는다'임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도덕적 설득은 실패했으나, 금전적 위협은 즉각적이었다.

둘째, 내용은 사라진 채 껍데기만 남아버린 공맹사상(孔孟思想)이다.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정작 우리 사회의 전통 가치인 유교 사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맹자는 인간의 기본 도덕으로 사단(四端)을 제시했다. 네 가지 마음이라는 뜻이다. 그 첫째인 측은지심(惻隱之心)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다. 맹자는 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맹자의 기준으로 보면, 이들은 사단의 첫 번째 관문조차 통과하지 못한 셈이다. 이들에게는 보수라는 칭호마저도 아깝다.

이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필자는 두 가지 처방을 제안한다. 하나는 무거운 경제적 책임이다. 이번 사태가 다시 한번 증명했듯,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처벌은 '금융 치료'다. 소비자 불매운동과 법적 손해배상 청구는 선택이 아닌, 우리 사회가 적극 활용해야 할 교정 기제다. 다른 하나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약삭빠름, 예의 없음, 힘의 과시를 은밀히 '똑똑함'으로 용인해 왔다. 이제 이를 정면으로 뒤집을 때가 됐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배짱이 아니라 멍청함이다. 공맹이 가르친 역지사지(易地思之)는 고도의 상상력을 요구하는, 인간의 고차원적 지능 활동이다. 실제로 타인의 감정을 추론하고 내면화하는 능력은 인지과학에서도 복잡한 정신 기능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이 능력이 결핍된 자는 지적으로 열등하다.

이 재규정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람은 염치없다는 평가에는 의외로 둔감하다. 그러나 멍청하다는 평가에는 격렬한 인지적 방어 반응을 보인다. 자존심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재규정은 단순한 언어 게임을 넘어, 인간의 인지 구조를 활용한 더 효과적인 사회 교정의 기제다. 역사를 잊어버린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그렇다면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미래를 설계할 지성도 없다.

조환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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