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민 한국교통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교수 부설 디자인연구소장
▲ 브리즈번 강변 사우스 뱅크의 모습 / 장효민
합리적인 참여와 정책의 효율적인 집행은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스페이스 마케팅(Space Marketing), 플레이스 브랜딩(Place Branding)이라고 생각된다. 국가, 도시, 거리, 건물, 매장 등 모두가 스페이스라는 영역 안에서 이뤄지는 스페이스 마케팅과 정체성은 전 세계의 다양한 공간들이 도시와 장소를 상징하면서 방문객을 불러 모은다. 2032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이 확정됐다. 올림픽을 위한 도시의 하드웨어 공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호주 브리즈번의 사우스 뱅크(South Bank)는 과거 산업용 부지와 1988년 세계엑스포(World Expo 88) 개최지를 거쳐 전 세계 도시 재생과 공공디자인의 교과서로 꼽히는 성공적인 수변 공간(Waterfront)이다. 사우스 뱅크가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역동적인 장소가 된 비결은 자연환경과의 조화, 인간 중심의 스케일, 그리고 유기적인 시각 시스템에 있다.
▲ 브리즈번 도시를 상징하는 대형 문자조형물. / 장효민
자연과 도심의 경계를 허무는 환경 디자인이 사우스 뱅크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인공적인 구조물과 아열대 자연 기후를 조화롭게 융합했으며 거리해변(Streets Beach)은 도심 한복판에 실제 모래와 바닷물을 가져와 조성한 호주 유일의 인공 해변이다. 고층 빌딩 숲을 마주 보며 해수욕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돼 ‘공공 공간이 어디까지 시민과 공유할 수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브리즈번의 강한 햇빛과 더운 기후를 극복하기 위해 울창한 식재(Planted canopy)를 적극 활용했는데, 인위적인 콘크리트 그늘막 대신 자연 친화적인 녹지 그늘을 제공해 열섬 현상을 완화한다.
▲ 약 1km에 달하는 보행자 전용 통로인 그랜드 아버
사우스 뱅크의 공공디자인은 단순히 예쁜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을 넘어 공간에 서사(Narrative)를 부여하고 보행자의 경험을 유도한다. 그랜드 아버(The Grand Arbour)는 약 1㎞에 달하는 보행자 전용 통로로, 413개의 곡선형 강철 구조물에 부겐빌레아(Bougainvillea) 덩굴식물을 올린 사우스 뱅크의 핵심 디자인 구조이다. 밤낮으로 아름다운 시각적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동선 안내(Way finding) 역할과 함께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는 기능성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구역마다 중구난방으로 서 있는 표지판 대신, 사우스 뱅크 고유의 톤 앤 매너를 반영한 통합적인 길 안내(Wayfinding) 및 모듈형 사이니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형태는 모던하고 미니멀하지만, 아열대 식생과 조화를 이루는 컬러와 타이포그래피를 적용해 가독성과 심미성을 모두 보여준다.
▲ 사우스 뱅크 맞은편에 새로 건축된 퀸즈 와프의 전경
인공 해변, 문화 지구, 산책로 전반에 계단이나 턱을 최소화한 무장애(Barrier-free) 램프를 설계하여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Universal Design)으로 구성했다. 가족, 휠체어 이용자 등 교통약자가 아무런 제약 없이 강변 전체를 유기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사우스 뱅크는 녹지 공간에 그치지 않고, 퀸즐랜드 미술관, 공연예술센터, 주립도서관 등이 밀집한 문화 지구와 물리적·시각적으로 완벽하게 맞물려 있다. 공공 벤치 하나, 가로등 하나도 이 문화 미술 건축물들의 모더니즘 스타일과 맥을 같이 하도록 디자인돼 전체적인 도시 환경의 격조를 높여준다. 사우스 뱅크는 단순히 강변을 메워 공원을 만든 것이 아니다.
▲ 퀸즈 와프는 브리즈번의 역사와 미래를 잇는 거대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이다.
지역의 아열대 기후적 특성을 포용하고, 시민들이 무료로 누릴 수 있는 휴양 인프라를 제공하며 이를 세련된 시각적 디자인 흐름으로 묶어낸 ‘지속 가능한 장소 브랜딩(Place Branding)’의 대표적 모범사례이다. 아울러 사우스 뱅크 건너편에는 브리즈번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몇 년간의 공사를 마무리하고 새로 오픈했다.
호주 브리즈번의 스카이라인을 완전히 바꾼 퀸즈 와프(Queen‘s Wharf)는 단순한 리조트를 넘어 브리즈번의 역사와 미래를 잇는 거대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다. 퀸즈 와프 부지는 브리즈번에서 가장 오래된 유럽 정착지 중 하나로, 과거 정부 청사와 행정 중심지였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스토리는 “역사적 유산의 보존과 현대적 혁신의 공존”으로, 부지 내 위치한 9개의 역사적 유산을 철거하지 않고 보수해 레스토랑, 바, 박물관 등으로 재활용했다.
▲ 장효민 교수
그리고 브리즈번강과 시내 중심가를 연결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도시의 거실‘ 역할을 지향했다. 건물의 외관은 강물의 흐름과 아열대 기후를 반영한 곡선 위주의 디자인으로, 브리즈번의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시각화했다. 치밀한 계획과 실행의 스페이스·플레이스 마케팅으로 차별화된 호주 브리즈번의 공간들을 보며 내가 살고 있는 곳에는 언제나 이렇게 조화롭고 멋진 공간이 들어설지 궁금하다.
중부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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