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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곤충의 은밀한 사생활] 길앞잡이

숲속 흙길을 걷다 보면 앞에서 반짝이며 날아올랐다가 몇 걸음 앞에 내려앉는 곤충을 만날 때가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또 날아올랐다 앞쪽에 다시 내려앉는다. ‘이쪽으로 따라오세요!’하고,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름이 ‘길앞잡이’다.

[곤충의 은밀한 사생활] 길앞잡이

비단 갑옷 입은 호랑이를 닮은 ‘작은 사냥꾼’

햇빛 잘 드는 흙길·임도 등지서 서식

숲속 흙길을 걷다 보면 앞에서 반짝이며 날아올랐다가 몇 걸음 앞에 내려앉는 곤충을 만날 때가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또 날아올랐다 앞쪽에 다시 내려앉는다. ‘이쪽으로 따라오세요!’하고,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름이 ‘길앞잡이’다.

길앞잡이는 길을 안내하는 곤충이 아니다. 사람이 다가가면 위험을 피해 앞쪽으로 날아가 내려앉는 행동을 반복할 뿐이다. 햇빛이 잘 드는 흙길이나 산길, 임도, 하천 주변의 모래땅처럼 식물이 우거지지 않은 열린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길앞잡이 △산길앞잡이 △아이누길앞잡이 △무녀길앞잡이 등 여러 종류가 살아간다. 그중 이름 앞에 다른 수식어가 붙지 않는 길앞잡이는 비단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몸을 지녀 ‘비단길앞잡이’라는 별명이 있다.

▲ 길앞잡이

화려한 외모와 달리 무서운 사냥꾼이다. 영어로 ‘Tiger beetle’이라 불리는 것처럼 호랑이를 닮은 강력한 포식자다. 커다란 눈으로 먹이를 찾고, 가위처럼 생긴 날카로운 큰 턱으로 먹이를 붙잡으며, 긴 다리로 빠르게 달려간다.

사냥 솜씨는 성충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애벌레 시기에는 다른 방식으로 사냥한다. 어른벌레가 땅 위를 빠르게 달려 가며 먹이를 쫓는 ‘달리는 사냥꾼’이라면, 애벌레는 땅속에 수직으로 굴을 파고 입구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기다리는 사냥꾼’이다.

개미나 작은 곤충이 굴 주변을 지나가면 순간적으로 몸을 내밀어 먹이를 붙잡고 굴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같은 길앞잡이지만 어른벌레와 애벌레의 사냥법은 정반대다.

그런데 길앞잡이는 먹이를 사냥할 때만 난폭한 것이 아니다. 사랑을 나눌 때도 일방적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은 암컷의 마음을 잡기 위해 온갖 방법으로 자신을 뽐낸다. 화려한 깃털을 펼치거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도 한다.

하지만 길앞잡이 수컷은 암컷을 발견하면 잡아먹을 듯이 달려든다. 암컷의 몸 위에 올라타 가위처럼 생긴 큰 턱으로 암컷의 앞가슴을 단단히 붙잡은 채 짝짓기를 시도한다. 곤충의 아름다운 짝짓기라고 하기에는 꽤나 거칠고 일방 통행식이다. 마치 ‘폭군의 DNA’가 드러나는 듯하다.

▲ 길앞잡이의 짝짓기

길앞잡이가 살아가는 공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햇빛이 잘 들고 땅이 드러난 열린 공간을 선호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흙길이 길앞잡이에게는 먹이를 찾고 번식하며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이런 공간이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이면 이 친구가 살아갈 공간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곤충을 보호하는 일은 거창한 보호구역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햇빛이 잘 드는 작은 맨땅과 흙길을 남겨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적한 흙길을 걸을 때 발밑을 살펴보자. 비단처럼 반짝이는 몸으로 몇 걸음 앞서 날아가는 호랑이를 닮은 작은 사냥꾼을 만나는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 청개구리 쌤 지영군 곤충교육전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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