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출처=연합]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나드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보험업계의 환위험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외투자가 확대된 상황에서 환헤지 비용이 급증하면 수익성과 지급여력비율(K-ICS), 유동성까지 동시에 악화할 수 있는 만큼 보험사와 금융당국 모두 대응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18일 한국금융연구원 한상용 연구위원은 '고환율이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과제' 보고서를 통해 "고환율 장기화는 보험사의 수익성과 건전성, 유동성 전반의 리스크를 확대할 수 있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 환헤지 비율을 조정하는 동적 환헤지 전략과 정교한 환위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외투자 늘었지만…환헤지 비용 '부메랑'
보험업계는 해외 장기채권 투자 확대와 IFRS17, K-ICS 도입 이후 자산·부채관리(ALM) 중요성이 커지면서 외화자산 비중을 크게 늘렸다.
2025년 말 기준 보험업권 외화자산은 172조5000억원으로 전체 운용자산의 14.9%를 차지한다. 하지만 환율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환헤지 계약을 갱신하는 비용이 크게 늘어나 투자이익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보험사들은 해외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환스왑과 통화스왑 등을 활용해 사실상 100% 수준의 환헤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고환율 환경에서는 계약을 재체결할 때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해 외화자산 평가이익보다 환헤지 비용 증가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건전성 부담도 커진다.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이 100원 상승할 때마다 보험사의 K-ICS 비율이 평균 약 1%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장기 환헤지 비중이 낮은 중소형 생명보험사의 경우 환율 급등 시 자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파생상품 추가 담보(Margin Call) 부담이 커지면서 현금성 자산이 줄고, 채권 매각에 따른 손실까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여기에 고물가·고금리 환경으로 보험 해약이 늘어나면 자산운용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0% 환헤지 고집보다 유연한 전략 필요"
보고서는 국내 보험사들이 기존의 획일적인 100% 환헤지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상황에 따라 헤지 비율을 조정하는 '동적 환헤지'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럽 보험사들은 달러 강세 국면에서 환헤지 비율을 25~50% 수준으로 낮추고, 일본 보험사들도 시장 상황에 따라 40~80% 범위에서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자체 경제 시나리오 생성기(ESG)와 스트레스 테스트를 고도화해 보험사별 자산 구조에 맞는 환위험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보험사들은 보험개발원의 표준 모형을 주로 활용하고 있어 개별 회사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에도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만의 외환변동성준비금 제도처럼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장치를 검토하고, 보험사별 외화 포지션과 환헤지, 유동성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위원은 "당분간 고환율과 환율 변동성 확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험사들은 자사에 최적화된 환위험 관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금융당국도 보험사들이 자율적이고 효율적으로 환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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