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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고령층 덮친 디지털 격차] 챗GPT 시대, 어르신들은 아직도 키오스크 앞에서 멈춘다

생성형 인공지능(AI)가 일상이 된 시대. 검색과 번역, 문서 작성은 물론 금융·의료·행정 서비스까지 빠르게 확산하며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가 일상이 된 시대. 검색과 번역, 문서 작성은 물론 금융·의료·행정 서비스까지 빠르게 확산하며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고령층은 여전히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등 전자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AI 서비스 확산 속에서 또 다른 디지털 장벽과 마주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고령층이 마주한 현실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남은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대구 중구는 노인복지관에서 연간 3기 과정으로 컴퓨터·스마트폰 정보화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중구청 제공

◇AI 일상 됐지만…고령층에겐 높은 디지털 장벽

최근 새 승용차를 구입한 60대 김모 씨는 차량에 탑재된 각종 첨단 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스마트폰과 차량을 연동해 음악을 듣거나 음성 명령으로 목적지를 검색하는 기능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어렵게 느껴져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김씨는 “내비게이션도 자식이 한번 설정해주면 그대로 쓰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은 편하게 쓰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기능이 너무 많아 어렵다. 설명을 들어도 금방 잊어버려 결국 기본 기능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70대 박모 씨는 점심을 주문하기 위해 키오스크 앞에 섰지만 결국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메뉴를 선택하는 것까지는 가능했지만 추가 옵션과 결제 단계에서 화면이 넘어가자 당황해 손을 떼버렸다. 박씨는 “뒤에 사람들이 줄 서 있으니 더 긴장돼 버벅거린다”며 “직원에게 대신 주문해 달라고 부탁하는 게 편하다”고 했다.

병원 예약이나 은행 업무도 예외는 아니다. 수성구 주민 70대 이모 씨는 최근 온라인으로 고유가 지원금을 신청하려다 포기했다. 금융 애플리케이션 설치와 본인 인증 절차 등을 혼자 해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씨는 “예전에는 창구에 가서 물어보면 됐는데 요즘은 휴대전화로 하라고만 한다”며 “나 같은 사람은 점점 할 수 있는 게 줄어드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고령층이 겪는 디지털 소외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문과 결제, 병원 예약, 금융 업무, 행정 서비스 이용 등 생활 곳곳이 디지털 중심으로 바뀌면서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디지털 격차가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는 챗GPT를 활용해 정보를 검색하고 문서를 작성하거나 여행 계획을 세우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반면 상당수 고령층은 스마트폰 기본 기능조차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르신들 중에는 챗GPT에 대해 들어본 적 없거나 AI를 어떻게 쓰는지 모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과거 디지털 격차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접근 여부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AI를 얼마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정보 격차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AI 기술이 금융·의료·행정 서비스 전반으로 확산할수록 이러한 격차는 정보 접근은 물론 사회서비스 이용과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 수성구는 두산평생학습센터와 고산평생학습센터, 용학도서관 등 3곳의 주민정보화교육장에서 만 55세 이상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보화 교육을 운영 중이다. 수성구청 제공

대구시, 경로당 생성형 AI 체험 교육

스마트폰 활용부터 챗GPT 활용까지

실생활 맞춤 프로그램 ‘뜨거운 반응’

◇“챗GPT도 배워요”…AI 교육까지 넓어진 디지털 교실

대구지역에서는 고령층의 디지털 적응을 돕기 위한 다양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과거 스마트폰 사용법이나 키오스크 체험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 교육까지 등장하며 교육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대구시는 오는 12월까지 경로당 83곳을 직접 찾아가는 ‘AI·디지털 배움터 교육’을 운영한다. 생성형 AI 활용법과 AI 윤리, 메타버스 체험 등 최신 기술 교육은 물론 스마트폰 활용, 키오스크 이용, 모바일 금융·교통 서비스, 정부24 활용법 등 실생활 중심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각 기초자치단체도 고령층 맞춤형 디지털 교육에 나서고 있다.

달서구는 10월 8일까지 ‘통장 AI 도전기’ 생성형 AI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총 23회에 걸쳐 각 동 통장 817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교육에서는 AI디지털배움터 전문 강사가 생성형 AI 개념과 실생활 활용법을 설명한다. 참가자들은 드론 실습과 VR 레이싱, 실감미디어 콘텐츠 체험 등 다양한 디지털 신기술도 직접 경험하고 있다.

서구는 올해 평생학습 사업에 AI 교육을 대폭 확대했다. AI 프롬프트 활용 과정, AI와 SNS 입문반, 초보 유튜버 기획·운영반 등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민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에 나섰다.

남구도 고령층을 위한 ‘65+ 스마트 시니어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 활용 교육부터 챗GPT 체험, AI 이미지·영상 제작, AI를 활용한 노래 만들기 등을 진행 중이다.

수성구, 중구, 동구 등에서도 평생학습센터와 노인복지관, 시니어클럽 등을 중심으로 비슷한 부류의 교육을 운영하며 고령층의 디지털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 교육 프로그램은 모집 시작 후 단기간에 정원이 마감되는 등 고령층의 디지털 교육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알려졌다.

대구 달서구는 16일부터 10월 8일까지 23개 동 통장 817명을 대상으로 ‘통장 AI 도전기, 달서구 통장 인공지능(AI) 활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달서구청 제공

세대별 역량 고려한 맞춤 교육 요구 커져

딥페이크·피싱 범죄 대비 윤리 교육 강조

디지털 취약층 위한 제도 마련 과제 남아

◇“사용법 교육만으론 부족”…AI 역기능 대응도 필요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 교육이 확대되고 있지만 단순한 사용법 교육에 그치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운영 중인 교육 대부분이 스마트폰 활용이나 키오스크 체험, AI 기초 교육 등에 집중돼 있어 개인별 역량 차이나 실생활 활용 수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법뿐 아니라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종합적인 디지털 문해력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창배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50∼60대 이른바 ‘스마트 시니어’ 세대는 직장생활을 하며 PC와 IT기기를 접한 경험이 많아 AI와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활용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라며 “반면 70대 이상 고령층은 최신 디지털 기술 습득과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세대별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되는 스마트폰과 AI 활용 교육도 의미가 있지만 실제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체험형 교육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며 “키오스크 주문이나 모바일 금융 서비스 이용 등 실생활 중심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해서 전 이사장은 AI 기술 발전에 따른 역기능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최근 AI 딥페이크와 딥보이스를 활용한 사기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고령층은 AI가 생성한 영상이나 음성을 진짜와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딥페이크와 가짜뉴스, 개인정보 유출, 보이스피싱 등에 대응할 수 있는 AI 윤리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국민이 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공공서비스와 필수 생활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유빈기자 kyb@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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