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잠출 울산역사연구소 사무국장
약 7천 년 전부터 고래의 바다(鯨海)였던 울산에 정작 '고래노래'가 없다. 없었던 것이 아니라 기록하지 않았고, 전승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되살려야 한다. 고래축제의 심장은 뛰는데 목청은 비어 있다.
몇 해 전, 그 빈자리를 일본 야마구치현 나가토시 가요이 주민들이 채웠다. 마을 고래노래 보존회원들이 고래노래(鯨唄)를 울산 고래축제에서 불렀다. 360여 년 포경 전통을 이어온 어촌의 노동요 '아침에 눈을 뜨면(朝のめざめ)'이었다. 가요이 앞바다에 북방긴수염고래가 나타나면 아침 일찍 잡으러 간다는 이야기 가사와 추임새는 신나고 흥겨웠다.
"이요, 이야. 소랴 소랴, 사-요이야사-" 특히 고래 넋을 기리는 대목에선 소리가 나지 않도록 '빈 손뼉'을 치며 애도했다. 그 침묵의 박수 앞에서 객석도 함께 숨을 죽였다.
홋카이도의 청어잡이 노동요 '소란 부시'도 마찬가지다. 와카나이 남중학교는 이 노래에 새로운 장단과 춤을 입혀 이른바 '난추 소란'을 만들었다. 촌스럽다며 마지못해 하던 학생들은 어느새 팔이 떨어질 만큼 힘차게 춤을 추었고, 그 춤은 전국 대회를 휩쓸며 학교와 지역의 대표 문화가 되었다. 낡은 노래를 버리지 않고 오늘의 문화로 되살린 결과였다. 또 경기 뱃노래 선율과 유사한 나가사키현 히라도 시 민요(히라도의 뱃노래)와 '나가사키 사와기(長崎さわぎ)' 등 일본에는 고래노래가 많이 전승되고 있다.
그런데 울산에는 고래노래가 없다. 반구대 암각화에 고래를 새긴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을 리 없는데 말이다. 배를 띄우며 노를 맞추는 가락이 있었을 것이고, 고래를 발견해 뒤쫓을 때는 숨 가쁜 선창과 후창이, 거대한 고래를 끌어 올릴 때는 힘을 모으는 추임새와 후렴구가 울려 퍼졌을 것이다. 풍어를 비는 제의에도 노래가 빠지지 않았을 터이다.
다행히 흔적은 남아 있다. 기행문 '실지 탐험 포경선'에는 장생포의 '경가(鯨歌)'를 기록했고, 필자는 1980년대 염포에서 치전장어와 청어잡이를 취재하며 청어잡이 노래를 녹음했다. 또 민속학자 이정재 교수는 2007년 장생포 고래축제에서 북구 연암동 주민 구구서 씨의 기억을 토대로 고래노래를 복원해 재연했다. 배 띄우는 노래, 고래를 뒤쫓는 노래, 마침내 큰 고래를 잡은 뒤 감사의 노래까지. 네 도막 속에는 반구대 암각화가 다 담지 못한 사람들의 숨결이 배어있었다.
제30회 울산고래축제 포스터. 울산 남구청 제공
고래는 민담과 전설로도 남아 있다. 북구 황토전의 고래논 전설, 강동 바닷가의 처녀를 사랑한 고래가 사람이 되어 아들을 낳지만 끝내 형제의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 등이다. 그런데 유독 고래잡이 노래만 공동체의 기억에서 끊어졌다. 축제는 남았는데 축제의 혼이 없는 격이다. 고래를 부르던 목소리와 떠나보내던 손짓이 마을과 함께 지워져 버렸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장생포의 포경 문화는 급격히 쇠퇴했다. 포경이 중단되자 노래하던 사람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기록되지 못한 문화는 그렇게 침묵 속으로 사라졌다.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이다.
문화유산은 건물만 남기는 일이 아니다. 사람 목소리를 남기는 일이 더 소중하다. 기록은 사라질 수 있지만 노래는 기억하고 입에서 입으로 이어진다. 공동체 역사는 노래 속에서 살아남기도 한다.
노래는 기본적으로 노는 것이고 즐거운 것이니 정말 힘들면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 입에서 단내만 풀풀 날 뿐이다. 그래서 노동요는 일을 즐겁게 하려고 부르는 노래가 맞는다. 축제도 마찬가지. 노래가 빠진 축제는 혼이 없는 몸짓이라 거기에 무슨 맛을 느끼겠는가.
가요이 사람들은 포경의 기쁨뿐 아니라 생명을 애도하는 법까지 노래로 물려주었다. 난추 소란이 살아난 것도 낡은 노동요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늘의 문화로 품었기 때문이다. 울산에도 반구대 암각화가 있고, 장생포의 경가 기록이 있다. 채록된 가락과 고래논 전설, 처녀와 고래의 이야기도 있다. 고증을 통해 가락을 복원하고, 학교에서 가르치고, 축제 무대에서 함께 부른다면 30년을 맞는 고래축제는 훨씬 더 풍성하고 생명력을 갖게 될 것이다.
고래를 부르고 떠나보내는 노래가 장생포에 다시 울려 퍼지기를, 축포와 북소리 울리는 축제에 마침내 고래노래 하나가 더해지기를, 부디!
김잠출 울산역사연구소 사무국장
김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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