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중앙공원 인근 아파트 단지들. 성형주 기자
금융 당국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방위적인 대출 제한 대신 초정밀 핀셋 규제를 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누가 봐도 투기성이 인정되는 사례에 한해 대출 규제를 하겠다는 뜻이다. 큰 틀의 대출 억제 기조를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는 데다 고가 월세가 속출하면서 전체적인 완급 조절에 나선다는 취지다.
금융 감독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21일 “투기 수요와 부동산 금융을 절연한다는 원칙은 확고하다”면서도 “비거주 1주택 대출 규제로 매물이 더 나올 것을 기대하는 게 아니다. 누가 봐도 투기라고 볼 수 있는 사안만 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비거주 1주택자라고 해도 상당수는 규제를 받지 않게 될 것”이라며 “투기라는 단어의 정의를 내리기 어렵지만 (국민 입장에서)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명확한 것만 제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당국에서는 투기성이 명백한 것만 대상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거주지가 부산이면서 서울 같은 규제지역에 집을 사놓고 한 번도 안 올라오는 이들이 타깃이 돼야 한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대적인 대출 규제를 해도 매물 출회 효과는 적은 반면 국민들의 불편만 커질 수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기도 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해도 다주택자와 비교하면 나오는 매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 당국은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비거주 1주택자들에 대한 전세대출 규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 80% 수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 등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1주택자의 은행권 전세대출 건수는 8만 9000건(13조 2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서울 25개 구 전역과 과천·용인 등 경기도 12개 규제지역에 소재한 아파트를 보유한 차주의 전세대출 건수는 3만 건(4조 9000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대로라면 비거주 1주택 대출 규제 대상이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당국은 자녀 교육과 부모 봉양, 질병, 직장 이동과 같은 실수요만 예외를 인정하겠다고 해왔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부터 펼쳐온 대출 규제 정책 전반의 효과와 부작용도 들여다보고 있다.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2억~6억 원으로 묶인 상황에서 당국은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까지 틀어막았다. 다음 달 세제개편안과 함께 추가 대출 규제안이 나올 예정인데 대출 조이기만 계속될 경우 청년층의 자산 격차가 더 확대되고 금리 상승기에 취약층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 특히 전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서울 강북에도 300만 원 안팎의 고가 월세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 당국이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급 확대 필요 여부를 따져보는 것도 전체적으로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밝힌 만큼 금융 당국의 부담도 다소 줄었다.
실제로 대출 규제의 약발이 약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평균 0.27% 올랐다. 경기 화성시 동탄(2.2%)을 비롯해 서울 구로구(0.39%), 도봉구(0.38%), 강남구(0.31%) 등의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집값 급등세가 지속되면 추가 대출 규제를 내놓을 수밖에 없겠지만 항목별로 어느 정도 수위 조절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전세 감소세가 심화하면 청년층 담보인정비율(LTV)은 80%까지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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