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내부 노조 가입 여부 명단 작성 의혹 수사 진행
-사내 개인정보 대량 조회 사건과 연관성 검토·병합 수사 가능성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초기업노조 기자회견/연합뉴스
[뉴스로드] 경찰이 삼성전자 내부에서 노동조합 가입 여부가 포함된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번 주 중 회사 측 관계자를 불러 조사에 나선다. 수사는 최근 제기된 또 다른 개인정보 대량 조회 사건과의 연관성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될 전망이다.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20일 삼성전자 개인정보 업무 담당자, 법무팀 관계자 등 고소인과의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안이 중한 만큼 이번 주 중 고소인 조사를 마치고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특정 직원이 다른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노조 가입 여부가 담긴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의혹이 있다며 성명불상의 인물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회사 측은 고소 이튿날인 10일 사내 공지를 통해 “특정 부서의 단체 메신저 방에서 수십 명 이상의 부서명, 성명, 사번, 조합 가입 여부 등이 기재된 명단 자료가 전달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업무와 무관한 목적으로 임직원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공유한 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이자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밝혔다. 사실상 회사 내부에서 노조 관련 정보가 조직적으로 관리됐을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경찰은 블랙리스트 의혹과 별개로, 삼성전자가 사내 보안시스템을 통해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무단 수집·제공했다며 소속 직원 1명을 고소한 사건도 들여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이 직원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면서 “해당 직원이 사내 업무 사이트에서 약 1시간 동안 2만여 회 접속해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사실이 이상 트래픽 감지 시스템을 통해 탐지됐다”고 주장했다.
일주일 간격으로 접수된 두 건의 고소 사건에 대해 경찰은 동일인 또는 동일 행위와 관련된 것인지 여부를 검토한 뒤 병합 수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고소장 접수 초기 단계인 만큼 피고소인 특정과 사건 간 연관성 판단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두 사건의 동일성 여부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일단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의 고소인 조사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수사 과정에서 고소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정보 주체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한 행위와 이를 목적 외로 이용·제공한 정황이 드러나면 관련자에 대한 형사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당한 근거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이용·제공할 경우 형사처벌과 과태료 부과를 규정하고 있다.
이번 의혹은 삼성전자 노동 문제와 맞물려 파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은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한 뒤 사측과의 교섭 과정에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내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는 이 기간 파업으로 회사에 20조~30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파업 계획이 알려진 가운데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유튜브 방송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회사를 위해 일하는 자들을 명단으로 관리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회사 내부에서 노조 가입 여부 명단 관리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노조 측에서도 파업 불참자 명단 관리 발언이 나오면서 노사 모두를 둘러싼 ‘명단 관리’ 관행이 도마에 오른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과거 ‘무노조 경영’ 기조를 유지해 온 대표적인 대기업으로, 2020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더 이상 무노조 경영은 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이후에도 노사관계 투명성과 인권 보호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돼 왔다. 이번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는 삼성전자의 노사 문화와 개인정보 보호 실태를 함께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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