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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일칼럼]AI가 있는데 왜 당신인가

이성진 경상국립대학교 정보전산처장, IT공대 소프트웨어공학과 부교수 지식의 격차가 종잇장만큼 얇아졌다. 과거에는 컨설팅 업체가 만든 제안서와 일반인이 만든 제안서 사이에 뚜렷한 품질 차이가 존재했다. 이제는 그...

[경일칼럼]AI가 있는데 왜 당신인가

이성진 경상국립대학교 정보전산처장, IT공대 소프트웨어공학과 부교수

이성진 경상국립대학교 정보전산처장, IT공대 소프트웨어공학과 부교수

지식의 격차가 종잇장만큼 얇아졌다. 과거에는 컨설팅 업체가 만든 제안서와 일반인이 만든 제안서 사이에 뚜렷한 품질 차이가 존재했다. 이제는 그 간극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러한 변화는 제안서 작성에만 머물지 않는다. 세무와 법조처럼 오랫동안 전문성의 장벽이 높다고 여겨졌던 분야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AI가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의 격차를 빠르게 압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AI와 경쟁하는 일이 아니라, AI가 만든 결과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과거에는 “AI를 이길 수 있는가”를 두고 논쟁했다. 그러나 지금은 질문 자체가 바뀌었다. AI는 이미 답을 만들어 낸다. 이제 질문은 그 답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느냐에 있다. 따라서 경쟁력은 결과를 직접 생산하는 능력보다, 생성된 결과를 목적에 맞게 다듬고 의사결정 체계 안에 안정적으로 편입시키는 능력에서 결정된다. AI는 경쟁자가 아니라, 경쟁력을 만들어 내는 도구로 다뤄져야 한다.

이 기준에서 보면, AI 시대의 역량은 세 가지 질문으로 정리된다. 첫째, 결과를 얼마나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가. 둘째, 그 결과의 품질을 스스로 검증할 수 있는가. 셋째, 그 결과를 조직의 의사결정에 책임 있게 반영할 수 있는가. 개인의 실력 차이는 더 이상 결과를 처음부터 만들어 내는 능력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AI가 만든 결과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얼마나 빠르게 판단하며, 얼마나 책임 있게 적용할 수 있는가에서 갈린다.

이 변화는 “지식의 격차가 얇아졌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드러낸다. 이제 누구나 AI를 활용하면 평균 수준의 결과에는 쉽게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평균에 머무르는 한 전문가로 인정받기 어렵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는 마지막 1%의 품질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 녹아 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판단과 정제의 속도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변화는 채용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한 면접에서 “AI가 일을 더 잘하는데 당신을 왜 뽑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이 던져졌다고 한다. 이 질문을 이젠 피할 순 없다. 조직은 결과를 만드는 사람보다, 결과를 빠르게 활용하고 검증하며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개인의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가 아니라, AI의 결과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로 정의된다.

이 변화는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조직 운영 방식까지 확장된다. 경쟁우위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에 맞게 일하는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를 재설계하는 일이다. AI를 기존 업무에 덧붙이는 수준에 머무른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조직은 AI를 중심으로 업무 흐름과 책임 구조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

AI를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는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접근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자동화를 통해 중간 단계를 줄일 수는 있지만, 그 체계를 유지하고 고도화할 수 있는 전문 역량은 반드시 필요하다. 더 적은 인원으로 동일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면, 남은 자원을 단순히 비용 절감에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 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투입해야 한다.

그래서 앞선 세 가지 질문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한다. AI로 절감한 시간을 어떻게 더 높은 생산성으로 전환할 것인가. 앞으로 경쟁력은 좋은 답을 얻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절약된 시간을 기반으로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더 많은 기회를 발굴하며, 더 많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서 만들어진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도구 사용 능력이 아니다. 창의적인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하며,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또한,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람과 조직이 더 빠르게 판단하고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과 의사결정 속도를 바꾸는 기술이어야 한다. 그 기술은 누구에게나 열렸다. 결과의 책임은 당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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