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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인칼럼] 통합의 역설을 깨려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18일 기자회견에서 민생·개혁·통합을 강조했다. 그런데 민생·개혁보다 더 난제가 통합이다. 최근 이 대통령은 SNS에 “많이들 함께 해주세요. 좌아하게 말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우아하게’의 ‘우’를 ‘좌’로 바꾼 지지층의 언어다.

[경인칼럼] 통합의 역설을 깨려면

내부 결집과 국민 일반 포용 사이 ‘딜레마’

핵심층과 유대하되 요구에 포획돼선 안 돼

사법리스크 빌미 차단… 취임 초심 지켜야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18일 기자회견에서 민생·개혁·통합을 강조했다. 그런데 민생·개혁보다 더 난제가 통합이다. 최근 이 대통령은 SNS에 “많이들 함께 해주세요. 좌아하게 말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우아하게’의 ‘우’를 ‘좌’로 바꾼 지지층의 언어다. 이는 이 대통령 특유의 언어적 유희라고 볼 수 있다. 문제될 것도 없고 비판받을 일도 아니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과 여권이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일 이 대통령은 정청래 전 대표와 만찬을 했다. 이후 정 전 대표를 “내란의 밤을 함께 싸우며 넘어온 동지”라고 했고, 정 전 대표도 이에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지지층의 4통 통합을 말하며 “뭉치자”고 화답했다. 진영 내 통합의 강조임과 동시에, 범여권 내부의 갈등과 균열의 심각성을 반증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직면한 ‘통합’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국민통합’과 ‘진영내 통합’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기 때문이다. 통합은 모든 국민을 한 곳으로 향하게 하자는 게 아니다. 이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전 계층과 세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정책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성의 바탕 위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정책과 이념의 차원에서 최대공약수를 찾아내는 게 통합이다. 물론 이에는 정치권의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가 요구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이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 후보자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은 인사를 둘러싼 논쟁이지만, 이면에는 검찰개혁의 정체성과 속도를 넘어 ‘누가 진짜 개혁세력’이냐는 진영 내부의 정체성 논란이 깔려 있다. 유시민 작가와 여권 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은 김어준씨는 노골적이고 직설적으로 이 대통령을 직격한다. 조국혁신당과의 관계와 향후 진로 역시 불안정하고 정치이슈에 따라 유동성과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당연히 여권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세력이 진영 내 통합의 대상이다. 진영통합을 위해 강경 지지층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면 핵심 지지층, 이른바 ‘코어’는 결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강경파와의 친화는 국민 일반, 중도층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 반대로 국민통합과 중도 확장을 위해 속도조절과 실용을 강조하면 진영 내부의 반발과 ‘개혁 후퇴’라는 비판에 맞닥뜨릴 수 있다.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우선 인사에서 강성 지지층이 반대한다고 물러서거나 반대로 내부의 이견을 국정 방해로만 규정하는 것도 통합의 정치와는 거리가 있다. 정치는 결국 지지층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정치가 지지층에만 국한될 수 없다. 핵심 지지층과의 유대를 유지하면서도, 그들의 요구에만 포획되어선 안 된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 추세는 지난 9월18일 기자회견을 계기로 하락세가 진정되고 반등할 모멘텀을 찾기 시작했다. 지지율 하락은 핵심 지지층의 이탈보다는 중도층의 이반이 더욱 중요한 요인이다. 이는 여론조사에서의 수치가 입증하고 있다. 기계적 균형은 중도가 아니다. 이념과 실용의 양자택일의 문제도 아니다. 이슈에 따라 국익과 국민 일반의 여론의 향배를 중시하는 게 ‘중용’이고 ‘중도’다. 이럴 때 양 극단의 세력들에게 관용과 자제를 요청할 명분이 생긴다.

그리고 인정하기 싫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 사법문제에 대한 대처다. 이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사법리스크’를 인식의 영역에서 배제해야 한다. 그럴 때 여권 충성파의 ‘과도한 사법리스크’ 관련 불필요한 작위의 재생산을 막을 수 있다. 지난 4월30일 ‘조작기소 특검법’ 중 특검이 사실상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내용을 결국 이 대통령이 삭제 요구한 바가 있다. 정치권과 국민 일반은 재판리스크에 대해 민감하다. 보수 야권은 어떻게든 이를 고리로 여권을 공격하고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전전긍긍한다. 이에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국민을 보고 취임 초의 초심을 가질 때 진영 내부의 통합은 물론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사법리스크도 해소하는 길이다. 결국 정치를 ‘좌우’하는 것은 ‘우아하게’도 아니고, ‘좌아하게’도 아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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