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권력의 내로남불 경계하고
견제·균형 속 민주주의 지켜야
민심 무시하면 살아남기 힘들어
지독한 정체를 거쳐 그리운 고향으로 찾아간 사람들이 추석을 즐겁게 보냈을까? 오가는 길의 정체는 해결 방법이 없을까? 누군가에게는 고된 노동과 스트레스가 아니었을까? 추석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늘 부족한 돈, 바쁜 일에 그냥 잠이나 실컷 잤으면 하던 때가 있기는 했다. 추석 경기는 부진했다. 추석 연휴와 일요일까지 지나고 무거운 월요일, 해외 순방에서 돌아온 대통령은 추석 민심을 파악했을 것이다. 다시 또 장관후보자를 골라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군 포로가 입국했고 최전선에서 지뢰가 터져 다쳤다. 대법관은 어쩌나?
민심이 천심이라 했던가? 수시로 여론조사를 한다. 여당이나 야당의 지지층은 거의 고정적이다. 나이나 학력, 소득, 종교 또는 지역적인 특성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도층은 유동적이다. 나는 사안에 따라 판단한다. 일반적으로는 큰 권력의 ‘내로남불’을 비판하는 편이다. 책임과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추석 전에, 청문회를 보면서 국민의 추천을 받아 여러 명의 장관후보자를 내고 그중에서 골라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작품 같지도 않은 작품, 남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기는커녕 ‘이것도 작품이라고?’ 하는 그런 인간이 장관이 되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하고 싶었을까? 될 줄 알았을까? 자기가 자기를 잘 알지 않는가? 미리 후보를 고사했더라면 이렇게 망신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울리는 표현은 개망신이다. 백성들은 힘이 없어도 풀포기를 묶어 은혜에 보답하기도 하고 눈을 흘기거나 혀를 차면서 마음을 닫기도 한다. 그런 국민이 졸(卒)로 보이나?
자기편이라고 꼴뚜기를 밀어붙여 청문보고서를 채택시켰더니 결국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드러나지 않은 구린 것이 많았던 모양이다. 어물전도 톡톡히 망신당했다. 의원이나 후보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언제까지 이럴 건가? 만약에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하지 않았고 청문 보고서가 채택됐으니 임명했다면 어찌 될까? 대통령은 밀어붙였을까, 못했을까?
양당 정치를 하는 여러 나라에서 여야가 다투지만, 토론하고 설득하고 합의를 끌어낸다. 매사에 발목 잡고 늘어지는 야당이 밉기는 하겠지만, 다른 건 틀린 것이고 내 생각을 존중하거나 따르지 않으면 무시하고 억누른다. 이러면 안 된다. 상대가 강해야 나도 강해지는 법이다. 편리한 것이 다수결이지만 토론 없이 결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판결문에도 소수의 의견을 표시한다.
민주주의 국가는 입법, 사법, 행정부를 두어 주요한 세 가지 직능과 권한을 나누고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잡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3권분립이다. 신기하게도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는 나라가 적어도 50개국은 넘는단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나라가 하고 있단다. 다른 기구 없이 손만 내면 되는 가위, 바위, 보에서 바위라고 더 강하지 않다. 그런데 행정부의 대통령이 더 강하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선출된 권력이라고 임명된 권력(대법원장)보다 더 강하지 않다. 대통령과 여당이 다수당이라서 모든 것을 제 맘대로 다 한다면 야당은 들러리를 서는 것이다. 현안 문제가 대법관의 임명이다. 나는 법을 잘 모르나 대법관추천위원회를 거쳐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후보를 수용하지 않고 대통령이 마음에 드는 후보를 추천할 때까지 대법원장에게 계속 요청한다면 어찌 될까? 그게 주먹이 강한 나라다. 통 크게 수용을 해야 한다.
되돌아보면, 무리하게 탈원전을 밀어붙인 사람은 지금도 탈원전일까? 아내가 명품가방을 받았을 때 돌려주라고, 잘못됐다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더라면 어찌 됐을까? 대법원이 2025년 5월1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현직에 있으니 지금은 고법에서 재판을 미루고 있다. 그러나 임기가 끝나면 반드시 재판을 받겠다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다른 재판도 있다. 안 받을 방법을 궁리하나? 그게 법을 뜯어고치는 건가? 설령 유죄를 받더라도 털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누구나 재판에서 변론을 다 하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공소 취소를 밀거나, 엄청 늘린 대법관을 입맛에 맞게 요구하는 것은 꼼수 같고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의혹이 여론이다. 세상사는 돌고 돈다. 추석이 지나니 둥근 보름달도 쭈그러지고 있다. 봄에 화려하던 꽃은 봄이 다 가기 전에 지고 없다. 국민이 힘을 모으면 배를 띄우지만 뒤엎을 수도 있다. 결코, ‘졸’이 아니다. 소비자가 왕이라면서 무시하는 장사가 어찌 살아남을까?
조기조 경남대학교 명예교수·경영학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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