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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상시론]안전을 지키는 사람들, 그 역할을 다시 묻다

학교에 있다 보면 2학기는 분주하다.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취업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경상시론]안전을 지키는 사람들, 그 역할을 다시 묻다

안전 관련 역할·직무 명확히 정립

감시서 관리전문가로 성장 지원

현장·제도·교육 잇는 체계 필요

▲ 이정일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AI 산업안전시스템과 교수

학교에 있다 보면 2학기는 분주하다.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취업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교수님, 저 취업했습니다." 학생들의 이 한마디는 교수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안전 관련 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안전 분야로 취업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

그런데 최근 학생들의 취업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교수님, 안전관리자로 취업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보면 대답이 돌아온다.

"현장에서 안전감시단 업무를 담당할 예정입니다."

물론 안전감시단은 현장의 위험을 가까이에서 발견하고 개선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역할이다.

현장에서 불안전한 행동과 위험요인을 살피고 안전수칙 준수를 요구하는 일은 사고 예방에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생각하는 ‘안전관리자’와 실제 맡게 될 직무인 ‘안전감시단’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바로 여기에서 고민이 시작된다.

안전감시단과 안전관리자는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이 역할을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가?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안전관리자’라는 법적 직무가 있다. 사업주는 일정한 사업장에 안전관리자를 두도록 하며, 안전관리자는 사업장의 안전에 관한 기술적인 사항에 대해 사업주 또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보좌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지도·조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법에는 ‘안전보건관리담당자’ 제도도 있다. 일정한 규모와 업종의 사업장에서는 안전보건관리담당자를 두도록 하고 있다.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가 적용되는 규모에는 미치지 않지만,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반영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산업현장에는 법적 직무와 별개로 다양한 안전 관련 인력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안전감시단이다.

안전감시단은 현장의 위험을 가까이에서 발견하고 즉시 개선을 요구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역할과 명칭, 자격, 교육, 경력이 명확한지가 중요하다.

학생과 기업, 학교가 서로 다른 인식을 가지면 현장에 진출하는 안전인력에게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제는 안전감시단과 안전관리자, 안전보건관리담당자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연결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안전인력의 성장경로다. 처음에는 현장에서 위험요인을 살피는 업무로 시작할 수 있다. 현장을 경험하며 위험을 보는 눈을 키우고, 교육과 자격을 통해 안전관리 업무로 발전할 수도 있어야 한다. 안전감시가 안전관리로, 안전관리가 전문적인 안전인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현장 경험은 단순한 경력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과 학교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역할을 명확히 정립하고, 산업현장은 직무에 맞는 인력을 배치하며, 교육기관은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길러내야 한다. 학생들에게도 자신의 직무와 쌓아야 할 자격과 경험을 알려줘야 한다.

안전 분야의 미래도 변하고 있다. 스마트공장, 로봇, 인공지능, 반도체, 이차전지, 화학산업, 건설 등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위험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안전전문가는 법과 기술을 이해하고 위험을 분석하며 새로운 기술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람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역할을 명확히 하고 연결하는 것이다.

안전감시단이 필요한 현장이 있고, 안전관리자가 필요한 현장이 있으며, 안전보건관리담당자가 필요한 현장도 있다. 누군가는 현장을 살피고, 누군가는 위험을 분석하며, 누군가는 법과 기술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안전은 어느 한 사람의 책임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현장과 제도, 교육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야 한다.

안전은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해야 할 일이다. 더 안전한 내일을 위해 안전감시에서 안전관리로, 안전관리에서 안전전문가로 이어지는 길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이정일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AI 산업안전시스템과 교수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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