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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상시론]미래의 전기,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인류는 지금 ‘전기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전기차, 히트펌프, 전기로 제철에 더해 AI 데이터센터까지, 화석 연료가 맡던 일들이 빠르게 전기로 옮겨오고 있다.

[경상시론]미래의 전기,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전기수요↑ 값싼 무탄소 전력 필수

재생에너지·원전·수소 역할 분담

절약 병행하며 핵융합도 장기 준비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인류는 지금 ‘전기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전기차, 히트펌프, 전기로 제철에 더해 AI 데이터센터까지, 화석 연료가 맡던 일들이 빠르게 전기로 옮겨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전력 수요가 2030년대까지 연평균 3~4%씩 늘어, 지난 20년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본다. 관건은 이 전기를 탄소 없이, 값싸게, 끊김 없이 공급하는 일이다.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만족시키는 단일 기술은 없다. 답은 취향이 아니라 물리학에서 찾아야 한다.

태양광 발전 단가는 지난 10여년간 80~90% 떨어져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가장 싼 신규 발전원이 됐다. 그러나 싼 전기와 언제나 있는 전기는 다르다. 해가 지고, 바람이 멈추면 발전도 멈춘다. 배터리는 하루 단위 변동을 흡수하지만, 며칠씩 이어지는 흐린 날과 계절 편차는 배터리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더 근본적인 병목은 송전망이다. 세계 곳곳에서 발전소보다 송전선 인허가가 더 오래 걸려 전환의 발목을 잡는다.

우라늄 1㎏의 에너지는 석탄 약 3000t에 맞먹는다. 전 과정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kwh당 약 12g으로 풍력과 비슷하고 이용률은 90%를 웃돈다. 24시간 꺼지지 않아야 하는 전력망의 기저를 받치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 숙제는 폐기물과 건설비다. 핀란드 온칼로가 고준위 폐기물 영구처분의 첫 사례를 열었고, 사용 후 핵연료를 다시 태우는 4세대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이 다음 해법으로 연구되고 있다.

수소는 자원이 아니라 물을 전기로 분해해서 얻는 에너지 캐리어다(그린수소). 전기 분해와 연료전지를 거치면 왕복 효율이 30~40%로 배터리(80~90%)에 크게 못 미쳐, 승용차나 난방에 쓰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철광석을 수소로 환원하는 제철, 암모니아, 장거리 해운, 계절을 넘는 대규모 저장에는 마땅한 대체제가 없다. 그린수소는 현재 ㎏당 4~6달러로 화석연료 기반 수소(블루수소, 1~2달러)보다 비싸며, 값싼 무탄소 전기와 원전의 열이 가격을 낮출 열쇠다.

핵융합은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결합할 때 나오는 에너지를 쓴다. 연료 1g이 석유 약 8t에 해당하고, 바닷물과 리튬에서 연료를 얻으며 연쇄 폭주 위험도 있다. 2022년 미국 국립점화시설은 투입한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얻는 데 처음 성공했고, 한국의 KSTAR는 1억℃ 플라즈마를 48초간 유지했다. 다만 발전소 규모의 순에너지 확보, 삼중수소 자체 생산, 중성자를 견디는 소재가 남은 숙제여서 상용화는 2040~2050년대로 보는 것이 옳다. 오늘의 전력난을 풀 카드는 아니지만, 지금 씨를 뿌려야 다음 세기에 거둘 수 있다.

공급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수요다. 가장 값싼 전기는 아끼는, 절약하는 전기다. 고효율기기와 단열, 산업공정 개선은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해법이다. 여기에 AI, 전기차, 데이터센터처럼 새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는 관리 여하에 따라 짐이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움직이는 수만대의 전기차는 배터리로 쓰고, 24시간 전력이 필요한 시설은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 배치하면 송전 부담과 피크 수요를 함께 낮출 수 있다.

해법은 단일 기술이 아니라 시간표를 가진 조합이다. 2035년까지는 검증된 수단이 주력이다. 값싼 태양광과 풍력을 늘리고 배터리와 송전망을 서둘러 확충하며, 기존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며 신규 원전으로 기저를 받친다. 2035~2050년대는 SMR과 4세대 원전이 확산되고 그린수소가 제철, 화학, 해운의 탈탄소를 맡으며 양수(물을 높은 곳으로 퍼올림)와 수소 같은 장주기 저장이 계절 편차를 메운다. 2050년 이후에는 핵융합이 기저 전원의 한 축이 되도록 소재와 실증로 연구를 지금부터 이어간다. 재생에너지가 싸게 만들고, 원자력이 밤을 지키고, 수소가 배터리의 한계를 메우고, 핵융합이 미래를 여는 것. 어느 하나도 만능이 아니지만 함께 엮을 때 인류는 충분한 전기를 깨끗하게 얻을 수 있다. 남은 것은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결정과 실행의 속도다. 앞으로의 10년은 지난 100년과 같을 것이다.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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