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시작된 전세난의 불길이 경기도 전역으로 빠르게 옮겨붙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가 촉발한 임대매물 감소와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서울보다 경기도에서 더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입주 물량이 늘어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매물 급감에 따른 전셋값 상승 불안감이 크다. 다만 전세난이 경기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과 달리 매매세는 서울 출퇴근이 편리한 동남부 일부 지역에서만 관찰되는 모습이다. 정부의 실거주 1주택 위주 정책으로 매수세가 가격 상승 유망 지역으로 집중되면서 오르는 곳만 더 오르는 집값 양극화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23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경기도 전세 매물은 올해 초 1만 7745건에서 이날 1만 2180건으로 31.4% 감소해 조사 대상인 17개 시도 중 감소율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세 매물이 2만 3060건에서 1만 9645건으로 14.9% 줄어든 것과 비해 감소세가 크게 가파른 것은 물론 전체 매물 수도 경기도가 서울 보다 7500건 이상 적다.
전세 물건 감소는 전방위적으로 관찰된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광명시는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이 1716건에서 274건으로 84% 급감했고, 구리 역시 243건에서 69건으로 71.6% 줄었다. 경기 북부 지역에서도 고양 덕양구·일산서구의 물량이 각 700여 건에서 350여 건으로 반토막이 났고, 파주가 835건에서 445건으로 47%가량 줄었다. 실제 대단지 아파트에도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 지하철 7호선 인근에 위치한 ‘철산 래미안자이’는 2072가구 대단지임에도 전세가 1건 밖에 없고, 인근 1248가구 규모의 ‘광명 두산위브 트레지움’에는 전세 매물이 0건이다.
매물이 자취를 감추자 전셋값은 자연스레 오르고 있다. 올 들어 광명시의 전세가는 7.23% 올랐고, 구리시도 4.38% 상승했다. 안양 동안(6.38%), 수원 영통(6.27%), 하남시(5.60%), 용인 수지(4.91%) 등도 상승세가 가파르다. 남양주(3.96%), 김포(3.2%), 양주(2.49%) 등도 오름세가 확연하다.
다만 매매가격의 경우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전세가 상승에 따른 매매 전환 수요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매수세가 서울 강남권과 비교적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동남부 지역으로만 쏠리고 있어서다. 올 들어 경기 남부의 광명(8.69%), 용인 수지(9.03%), 안양 동안(9.30%), 화성 동탄(9.57%) 등의 매매가가 급등한 가운데 북부의 파주(-1.39%), 고양(-0.6%), 김포(-0.26%) 등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전세 품귀와 매매 양극화의 원인을 정부의 ‘실거주 1주택’ 중심의 정책에서 찾고 있다. 갭투자를 막고 실거주를 의무화하는 정책이 잇따르고 있는데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도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굳이 집주인들이 전세를 놓을 유인책이 없다. 광명시 철산동 인근 A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놓는 것은 다른 부동산 투자를 위한 목돈 마련 목적이 컸는데 실거주 1주택 정책으로 인해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전세가 나오질 않는다”라며 “보유세 인상 등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가 논의되면서 전세 대신 월세를 받아 세금을 마련하겠다는 집주인들도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주택 이상을 보유하면서 전세를 주던 집주인들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끝나기 전 집을 많이 팔면서 자연스레 전세 매물이 줄었다”고도 전했다.
지역별로 매수세가 엇갈리고 집값 변동률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도 실거주 1주택 정책 영향이 크다는 진단이다. 주택 매수 심리가 높은 상황에서 향후 집값 상승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매수세가 몰리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포시 풍무동 B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매물이 줄면서 매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김포 지역의 집값이 오랫동안 정체되다보니 선뜻 구입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모습”이라며 “지역에서 전세를 구하다가 결국 매수는 다른 지역에서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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