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돌입한다. 크래프톤, 넥슨,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NHN 등은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일제히 상정했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리더십 교체보다 검증된 수장을 중심으로 조직 안정과 사업 연속성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이 공통적으로 깔린 것으로 보인다. 게임 산업은 대형 프로젝트 개발 기간이 수년에 달하는 만큼 경영진 교체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연임 행렬은 이 같은 산업 구조적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이 명분…넥슨·넷마블·NHN·네오위즈
연임 명분이 가장 분명한 곳은 넥슨이다. 이정헌 대표 체제에서 넥슨은 지난해 매출 4조5072억원, 영업이익 1조1765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25일 주총에서는 이 대표의 재선임 안건이 다뤄진다. 넥슨은 이와 별개로 지난달 이사회 결의로 엠바크 스튜디오의 패트릭 쇠더룬드를 회장(Executive Chairman)으로 선임해 글로벌 개발 전략과 서구권 사업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패트릭 쇠더룬드는 엠바크 스튜디오 창업자이자 대표로, 신작 '아크 레이더스' 흥행을 이끈 인물이다. '아크 레이더스'는 글로벌 출시 이후 누적 판매 1400만장을 넘겼다.
넷마블도 26일 주총에서 창업주 방준혁 이사회 의장 재선임 안건을 논의한다. 지난해 매출 2조835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 연임의 배경이다. 방 의장은 올해 경영 키워드로 '리버스(RE-BIRTH)'를 내걸고 모바일 중심의 사업 구조를 PC·콘솔로 확장하는 질적 성장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정우진 NHN 대표는 26일 주총에서 4연임에 도전한다. 지난해 NHN은 매출 2조5163억원, 영업이익 1324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14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정 대표는 게임업계 최장수 전문경영인 CEO로 꼽힌다. 다만 본업인 게임 사업 성장 둔화는 여전한 과제다. 올해 글로벌 IP 기반 신작 6종 출시를 예고한 만큼 게임 부문 반등 여부가 이번 임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네오위즈도 27일 주총에서 김승철·배태근 공동대표 재선임 안건을 처리한다. 지난해 'P의 거짓'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매출 4327억원, 영업이익 6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성과를 낸 경영진에게 후속 성장 전략을 맡기겠다는 결정으로 읽힌다.
◆주가 부진·적자 속 연임…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시험대'
크래프톤은 24일 주총에서 장병규 이사회 의장과 김창한 대표 재선임 안건을 다룬다. 김 대표의 이번 재선임은 세번째 임기다. 지난해 크래프톤은 매출 3조3266억원으로 '3조 클럽'에 입성했으나, 주가는 공모가(49만8000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배틀그라운드 단일 지적재산권(IP) 의존도 역시 지속적으로 지적받아 온 구조적 과제다.
최근 내놓은 주주환원책과 AI 분야 확장 행보가 이번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크래프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피지컬 AI 협력을 발표했고, 김 대표는 미국 AI 로보틱스 기업 루도로보틱스 CEO를 겸직하며 게임 시뮬레이션 기술을 AI·로봇 분야로 확장 중이다. 최근 피지컬 AI 협력과 로보틱스 분야 확장 행보까지 더해지면서, 김 대표 3기 체제에서 게임 외연 확대 전략이 얼마나 구체화될지가 주요 관전포인트로 떠오른다. 사외이사로는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APAC) 콘텐츠 부문 부사장, 염동훈 메가존클라우드 대표 등을 영입해 이사회 전문성을 보강한다.
카카오게임즈는 26일 주총에서 한상우 대표 재선임 안건을 의결한다. 한 대표는 취임 이후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며 게임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에 집중했으나, 신작 공백 장기화로 2024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은 396억원이다. 실적 부진 속 연임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카카오게임즈는 하반기 '오딘Q',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크로노 오디세이' 등 대형 신작을 순차 출시해 흑자 전환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 대표는 "3분기 이후 신작 출시가 시작되면 4분기부터 실적에 직접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임은 하반기 신작 흥행 여부가 실질적인 성패를 판가름하는 시험대 성격이 강하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26일 주총에서 29년 만에 사명을 '엔씨(NC)'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을 추진한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최근 경영 전략 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연 매출 5조원 달성 목표를 제시하며 장르 다변화·신규 IP 확보·글로벌 진출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주총 시즌에는 상법 개정에 따른 정관 변화도 이어진다. 주요 게임사들은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와 전자주총 관련 규정 정비 안건을 상정했다. 집중투표제 의무 적용은 오는 9월 10일 이후 최초 이사 선임 주총부터다. 당장 이사회 구성에 변화를 주지는 않지만, 소액주주 의결권이 강화되는 만큼 향후 게임사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일수록 수년간 준비한 신작과 글로벌 전략이 본격적으로 결과를 내야 하는 시점에 경영진을 바꾸는 것은 부담이 크다"며 "결실을 맺기 전에 리더십을 교체하기보다, 전략을 설계한 경영진에게 성과까지 책임지게 하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호정 기자
키워드
#게임업계
#게임사
#게임
#주주총회
#연임
#경영진
#CEO
#신작
#실적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공유
이메일
기사저장
관련기사
AI 음성 논란…아크 레이더스, 인간 성우로 품질 강화
"게임 제작비도 세액공제 도입해야...영상·웹툰과 형평성 어긋나"
고전 IP·3040 지갑·장르 설계 삼박자...'키우기 게임' 다시 뜬다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2026년 '스타공익법인' 선정
게임업계, 복주머니·떡국 담은 설 이벤트 '풍성'
"AI는 위협 아닌 도구"…게임사들 '지니3 쇼크'에 효율화 전략 가동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자사주 50억 매수…"주가, 본질 가치 미반영"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