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최종 결정하면서 검찰개혁을 둘러싼 수개월간의 논의가 하루아침에 무의미해졌다는 비판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별도 입법을 포기하고 국회로 공을 넘기면서 법조계에서는 “도대체 그동안 논의는 왜 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5일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향의 형사사법 체계 개편과 관련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을 정부의 최종 입장으로 정리했다. 정부는 당초 검찰개혁 정부안을 마련해 입법예고까지 진행했지만 별도 정부 개정안은 제출하지 않고 국회 입법에 맡기기로 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논의 과정에서 각종 방식으로 자문에 참여했던 법조계 관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추진단은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을 잇달아 불러 수차례 토론회를 열고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유지와 폐지 시나리오를 모두 검토하며 형사소송법 개정 작업을 진행해왔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조직 이원화와 경찰의 ‘전건 송치’ 제도 부활 여부, 공소청 검사에게 행정조사 수준의 보완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도 논의 대상이었다. 추진단은 지난 2월 검찰개혁 방향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 보완수사권을 현행처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45.4%에 달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보완수사권 폐지를 공식화하고 심지어 정부안조차 만들지 않기로 하면서 이 같은 논의가 사실상 모두 사장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진단에 자문을 했던 법 전문가 집단인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의 의견도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문위원장인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를 비롯한 위원 8명은 지난 10일 입장문을 통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전면 금지하고 이를 보완수사 요구로만 대체하는 방안은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필요한 보완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정안이 확정될 가능성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지난 3월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에서 자진사퇴했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26일 SNS를 통해 “책임정치의 실종”이라며 “정부가 추진단을 만들어 8개월 이상 작업했는데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이고 많은 인력을 차출해 힘겹게 작업한 결과를 없는 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만일 보완수사권 폐지로 가닥을 잡는다면 최소한의 보완장치가 즉시 강구돼야 한다”며 “이런 것이 강구되지 않는 형사소송법 개정은 우리 형사절차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고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가 사건 처리 지연과 수사기관 통제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이 1차 수사권을 가진 상황에서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기능까지 사라지면 수사에 미비점이 있더라도 검찰이 이를 직접 보완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자체 종결권을 갖게 된 상황에서 검찰의 직접 확인·보완 기능마저 제한되면 부실수사나 축소수사를 걸러낼 장치가 더욱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제도가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될 경우 형사사법 절차 전반에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성범죄·아동학대·민생부패 범죄 등에서 수사 공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전날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검찰개혁 이후 경찰이 종결한 수사에 대한 검토·보완 기회가 축소되거나 상실될 우려가 크다”는 의견을 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형사사법 체계가 무너지면 결국 가장 큰 피해는 범죄에 노출되는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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