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를 찾은 관광객들이 맨발로 길을 걷고 있다. /사진제공=문경시
[문경=환경일보] 김영동 기자 = 여행의 흐름이 ‘관람’에서 ‘경험과 회복’으로, ‘스쳐가는 여행’에서 ‘머무는 여행’으로 바뀌면서 백두대간의 숲과 계곡, 천년고찰과 명상시설을 두루 갖춘 문경이 체류형 웰니스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사계절의 경계가 흐려지는 가운데 관광객들의 여행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둘러보고 인증사진을 남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취향과 내면의 치유를 중시하는 체류형·웰니스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백두대간의 깊은 숨결이 깃든 문경은 울창한 산림과 계곡, 천년고찰, 명상·수행시설, 자연휴양림과 산림레포츠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어 현대인이 원하는 ‘치유와 체류’의 여행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계절마다 다른 풍경과 프로그램을 통해 사계절 내내 각기 다른 힐링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녹음 우거진 숲과 시원한 계곡··· ‘문경새재 옛길’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문경새재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대표적인 힐링로드로 꼽힌다.
문경새재관리사무소에서 출발해 제1관문을 거쳐 오픈세트장을 지나면 본격적인 걷기 여행이 시작된다. 조령산과 주흘산 사이를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코끝을 스치는 솔향과 산비탈을 따라 계곡으로 흐르는 맑은 물이 여행객을 맞는다. 계절에 따라 숲의 색과 계곡의 소리도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고운 황톳길은 봄에는 산뜻한 바람과 신록을 즐기며 여유롭게 걸을 수 있고, 여름에는 울창한 숲과 시원한 계곡을 따라 더위를 식힐 수 있다. 가을에는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낙엽 밟는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겨울에는 얼어붙은 계곡과 매서운 산바람 속에서 또 다른 문경새재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문경새재길인 문경새재과거길은 맨발 걷기 명소답게 평탄한 길 위에 황토가 깔려 있어 걷기에도 편하다. 길 중간중간 세족시설이 마련돼 있고 길옆에는 작은 도랑도 조성돼 있어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세계명상마을을 찾은 관광객들 프로그램에 참여해 명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문경시
천년 사찰 곁에서 만나는 내면의 쉼··· ‘세계명상마을’
문경새재를 내려와 차량으로 약 30분 이동하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세계명상마을을 만날 수 있다. 천년고찰 봉암사 인근에 조성된 세계명상마을은 한국 불교의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을 일반인도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시설에는 참선과 명상을 위한 공간을 비롯해 수행과 휴식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서는 명상 템플스테이와 청년 및 중·장년층을 위한 명상힐링 프로그램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상에 지친 방문객들이 잠시 속도를 늦추고 자신을 천천히 돌아볼 수 있는 고요함과 편안함을 제공한다.
드론으로 촬영한 대승사 전경 /사진제공=문경시
산사의 호젓함과 전나무 숲길··· ‘대승사’와 ‘김룡사’
세계명상마을을 벗어나 산길을 따라 이동하면 문경시 산북면 사불산 자락에 자리한 대승사를 만날 수 있다.
대승사는 해발 약 600m에 자리한 호젓한 산사로, 템플스테이를 통해 휴식과 명상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예불과 차담에 참여하고 부속 암자인 윤필암과 묘적암, 사면석불 주변을 천천히 걷다 보면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쉬어갈 수 있다.
대승사 인근에 자리한 운달산 김룡사 역시 사계절 휴식 공간으로 손꼽힌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전나무 숲 둘레길은 속세의 번잡함을 잠시 내려놓고 걸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김룡사 계곡은 ‘냉골’이라 불릴 만큼 한여름에도 시원한 기운을 느낄 수 있어 피서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불정자연휴양림 /사진제공=문경시
산속 깊은 품에서 누리는 청정한 쉼··· ‘대야산·불정 자연휴양림’
산속 깊은 곳에서 심신을 쉬게 하는 자연휴양림도 문경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문경에는 국립 대야산자연휴양림과 문경시가 조성한 불정자연휴양림이 자리하고 있다. 대야산 930m와 둔덕산 970m 사이에 들어선 대야산자연휴양림은 용추계곡과 선유동계곡의 수려한 풍경과 청정한 물줄기를 품고 있다. 여름철 피서는 물론 숲속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문경 도심과 가까운 불정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숲과 계곡을 활용한 다양한 휴양시설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자연 속에서 숙박하며 숲길을 걷고 계곡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체류형 관광지로서의 매력도 크다.
문경찻사발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다도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문경시
장작가마의 온기와 차 한 잔··· 문경 전통 도자기와 다도
자연과 숲에서의 휴식에 이어 문경의 오랜 문화유산은 여행객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느림’을 선사한다.
전통 도자기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문경에는 40여 개의 전통 장작가마가 남아 있다. 각 요장에서는 도예가들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예가와 함께 차를 나누며 작품과 전통 도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도자기라는 결과물뿐 아니라 흙을 빚고 불을 다루는 전통 제작 과정 자체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문경만의 특징이다.
문경새재 입구에 있는 도자기전시관에서는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무료 다도 체험과 직접 흙을 만지는 도자기 만들기 체험도 운영하고 있다. 차 한 잔의 여유와 도자기 체험을 통해 자연에서의 쉼과는 또 다른 문화적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
대야산 /사진제공=문경시
걷고, 쉬고, 머무는 문경··· 치유·힐링·레저 관광 클러스터로
최근 글로벌 여행시장은 ‘관람’에서 ‘경험과 회복’으로, ‘스쳐가는 여행’에서 ‘머무는 여행’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문경의 자연과 문화, 휴양 자원의 가치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문경온천지구에는 온천욕과 다도·요가·명상 프로그램을 결합한 체류형 시설이 들어서면서 고품격 웰니스 관광 기반도 확대되고 있다.
문경시는 문경새재와 전통사찰, 자연휴양림 등 기존의 대표적인 치유 거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맞춤형 웰니스 프로그램 개발과 체류형 숙박 인프라 확충을 통해 관광객이 오래 머물며 휴식과 회복을 누릴 수 있는 관광도시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자연과 문화, 명상, 휴양, 레저를 하나로 묶은 ‘치유·힐링·레저 관광 클러스터’를 조성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체류형 힐링 관광지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백두대간의 숲과 시원한 계곡물 소리, 산사의 종소리와 따뜻한 차 한 잔이 기다리는 문경에는 여행의 속도를 늦춰야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 있다. 스쳐 지나가는 여행에 지친 이들에게 문경은 걷고, 쉬고, 머물며 몸과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쉼의 여행지’로 다가가고 있다.
김학홍 문경시장은 “자연과 사찰, 숲, 문화가 어우러진 문경의 차별화된 자원을 조화롭게 융합해 ‘치유·힐링·레저 관광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세계적인 관광도시 문경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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