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20년 만에 3배 증가…대우·현대·DL, 시장 선점 경쟁
AI發 팹·클러스터 발주 확대?…SK에코·삼성물산, 하이테크 전환
가산 데이터센터 전경.<DL이앤씨>
산업계의 화두는 단연 ‘AI’다. 전자·자동차·유통·건설 등 산업 전반에서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있다. 사무실에는 AI 비서가 자리 잡고 공장에는 피지컬 AI가 투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자리한다. 인공지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저장할 공간과 이를 빠르게 처리·전송할 네트워크 역시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는 건설업계에 새로운 기회다. 데이터센터 구축과 전력 인프라 확충, 네트워크 설비 등 AI 시대의 기반 시설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인사이트코리아>는 두 차례에 걸쳐 AI 호황에 따른 건설업계 먹거리를 다룬다.
챗(Chat)GPT와 제미나이(GEMINI)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은 이제 삶의 일부가 됐다. 사무직 업무 일부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있고 산업 현장에는 사람과 비슷한 형상의 로봇이 공간을 채운다.
이러한 상황 속 빅테크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에 투입하는 설비투자는 연간 수십조 원 규모에 달한다. S&P 캐피탈 IQ에 따르면, 빅테크 기업 AI 투자 비용은 2025년 582조원에서 2026년 1022조원으로 약 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별 투자 규모도 상승하는 추세다. 구글은 2026년 설비투자에만 최대 1850억 달러(약 27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 세계 900여 개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아마존 역시 미국 정부를 위한 AWS AI 슈퍼컴퓨팅 역량 강화를 위해 500억 달러(약 70조원)을 쏟아 붇겠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도 관련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은 반도체, 에너지, 건설 등 연관 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다. 특히 국내 주택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는 ‘AI 인프라 특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관련 이미지.<생성=GEMINI, 자료=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데이터센터 쟁탈전…건설사 CEO들, 미래 먹거리 사수
대표적인 사례로 ‘데이터센터’가 꼽힌다. 데이터센터는 기업의 IT 서버를 운영하는 핵심 인프라.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는 2002년 52개에서 2009년 106개, 2018년 155개, 2024년 165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민간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8년 10조1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과거 5~10MW 수준의 중규모 시설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30MW를 웃도는 대형 프로젝트가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대형과 중형 건설사 모두 ‘데이터센터’를 핵심 성장 산업으로 지목하고 사업을 발굴하는 이유다.
실제로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 CEO(최고경영자)들은 건축사업본부 핵심 먹거리로 데이터센터를 지목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최근 실무진에게 데이터센터 사업 역량 강화를 주문하며 사내에 전담 태스크포스 팀을 신설했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역시 에너지 밸류체인 기업이라는 포부를 밝히며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 의지를 표시했다.
대우건설,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선두…대형 사업 잇따라 수주
실제 수주 및 시공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6월 40MW 규모의 ‘강남 데이터센터’를 준공했다. 현재 전라남도에 최초로 들어서는 장성 파인데이터센터(최대 60MW)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오는 2027년에는 전남 장성과 강진 일대에 초대형 센터 착공을 앞두고 있다.
대우는 수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마트건설 기술 도입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엠피리온 디지털 AI 캠퍼스’ 프로젝트에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건설정보모델링)을 활용했다. 철골과 배관 등 주요 자재의 위치와 물량을 파악해 최적화하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구조가 복잡하고 반복 자재가 많은 만큼, BIM과 모듈러 공법을 지속적으로 적용해온 기술력이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센터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사업 확장 의지가 크다”며 “단순 시공을 넘어 투자와 개발을 아우르는 디벨로퍼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L이앤씨, 데이터센터 경쟁력 부각…가산 이어 김포·부평까지
DL이앤씨 역시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DL은 작년 9월 ‘가산 데이터센터(20MW)’를 준공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호주의 DCI Data Centers와 ㈜대림의 합작법인이 추진한 사업이다. 당시 DL은 흙막이 특허공법, 철골 특허공법, 옥상 모듈러 배관 등 신기술을 적극 적용해 공사기간을 단축했다. 현재 김포와 부평에서 데이터센터를 시공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은 현재 약 3000억달러 규모에서 2030년에는 6000억~700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에서도 안정적인 서비스 유지를 목표로 하는 글로벌 IT 기업과 금융사, 클라우드 사업자 등 해외 발주처 중심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인사이트코리아DB>
반도체 건설 호황…SK에코·삼성물산, 하이테크 수주 랠리 본격
AI 수요 증가에 따른 반도체 산업 호황도 건설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메모리 시장 선도 기업들을 중심으로 반도체 팹(fab·공장)과 클러스터 단지 발주가 잇따르면서다.
특히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AI 기업’으로 탈바꿈하며 하이테크 부문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2025년 하이테크 매출은 5조1585억원으로 전체 매출 12조1915억원의 42.3%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도 하이테크 매출 비중(32.1%) 대비 10.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회사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환경’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에센코어 ▲SK에어플러스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앤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반도체 관련 계열사를 잇따라 인수했다. 향후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가 본격화되면서 제조시설 설계·시공을 넘어 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사업 영역이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 역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통상 삼성전자에서 나오는 그룹사 물량을 삼성물산에서 소화하기 때문이다. 현재 회사는 삼성전자가 발주한 평택 P4 4라인 공사와 P5 신축 공사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른 공사 물량 증가는 단기적인 업황 개선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글(Google)이 공개한 메모리 절감 기술 ‘터보퀀트’가 향후 시장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는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어 공장 건설과 클러스터 조성이 활발하지만 구글 터보퀀트와 같은 기술이 안정화될 경우 데이터 처리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 발전에 따라 반도체 인프라 수요 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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