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최소라 기자·제미나이]
[직썰 / 최소라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순자산총액 374조 원을 돌파하며 ‘개인 투자자(개미)’ 중심의 거대한 금융 축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온 ETF는 이제 단순한 투자 상품을 넘어 국내 증시의 향방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특히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도 개미들의 강력한 매수세가 유입되며 시장의 하방을 지지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는 ETF 시장에서만 2조71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6,603억 원)와 비교해 3배를 웃도는 수치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일반 주식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ETF 시장에는 오히려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실제로 3월 들어 코스피·코스닥의 거래대금은 최근 12주 평균치를 하회하며 위축됐으나, 주요 ETF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오히려 증가하며 시장 지배력을 과시했다.
◇3년간 연평균 56% 폭풍 성장…방산·반도체 등 ‘테마형’ 압도
국내 ETF 시장의 성장세는 가히 독보적이다. 지난 2022년 말 79조원 수준이었던 순자산총액은 2025년 말 297조원으로 올라서며 3년간 연평균 5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성장 속도는 더욱 가팔라져 지난 13일 기준 374조원을 기록, 지난해 말 대비 약 26%(67조원)가 불어났다.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도 감지된다.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에서 벗어나 특정 산업이나 전략에 집중하는 ‘테마형 묶음 투자’로 자산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변동성에도 대형주와 성장주 중심의 ETF 매수세가 유지되며 지수 급락을 방어하고 있다”며 “이달 성과가 좋았던 방산, 원자력, 조선 테마와 거래대금이 몰리는 반도체, 로봇, 전력 인프라 등으로 개인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TIGER 반도체TOP10’, ‘KODEX 방산TOP10’, ‘TIGER 코리아휴머노이드로봇산업’ 등 첨단 산업 테마 상품들이 거래량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자산배분·액티브’의 귀환…코스닥 시장까지 영토 확장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겨냥한 ‘자산배분형’과 펀드매니저의 역량이 강조되는 ‘액티브’ ETF의 부상도 눈에 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삼성전자채권혼합’은 삼성전자 비중 30%와 국고채 70%를 조합한 독특한 구조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특히 3월 들어서는 코스닥 액티브 ETF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10일 동시 상장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코스닥액티브’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 코스닥액티브’는 상장 첫날 각각 11%, 4%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출시 이후 개인은 이들 상품을 1조원 이상 사들였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2년간의 시뮬레이션 결과, 두 상품 모두 코스닥 150 지수 대비 압도적인 위험 조정 수익률을 기록하며 액티브 전략의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화답하듯 한화자산운용도 지난 17일 ‘PLUS 코스닥150액티브’를 선보였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기술이전 테마에 집중한 ‘TIGER 기술이전바이오액티브’를 출시해 상장 첫날에만 476억원의 개인 순매수를 기록했다.
◇규제 완화와 연금 자금…ETF ‘제2의 전성기’ 예고
이제 막 시작된 ETF 시장의 ‘2차 성장기’도 주목된다. 금융당국이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 제한을 없앤 ‘완전 액티브 ETF’ 도입과 단일 종목 레버리지 등 구조화 상품 확대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규제 완화로 상품의 외연이 넓어지면서 국내 ETF 시장은 질적·양적 성장을 동시에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퇴직연금 자금의 유입은 강력한 ‘롱런’ 동력이다. 2030년 1000조원 규모로 커질 퇴직연금 시장에서 주식형 자산 비중은 여전히 10%대에 머물고 있어, ETF를 통한 추가 유입 여력이 막대하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퇴직연금 내 주식 비중이 50%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연금 계좌를 통한 ETF 매수세는 우리 증시의 장기적 핵심 수요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