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산 선원공원서 추모제
고령이 된 유족들 “시간이 부족…”
첨단 과학수사 통한 사건 재분석
유족 지원·대통령 면담 등 촉구
“아이들을 기억할 수 있는 시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개구리소년 사건 35주기 추모제가 열린 26일 오전,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 추모비 앞. 고(故) 우철원군의 아버지 우종우(78)씨는 지갑 속에 간직해온 실종 당시 전단 사진을 꺼내 들었다. 비닐에 싸여 보관된 사진은 구김 없이 남아 있었지만, 바랜 색감은 30여 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우씨는 생성형 AI로 복원한 아들의 영상도 보여주며 “마치 어제 본 것처럼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은 이렇게 발전했지만 아이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추모관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채 추모비만 남았다”고 했다. 또 “반드시 범인을 찾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1991년 3월 26일, 다섯 아이가 실종된 날을 기리기 위한 이날 추모제에는 이태훈 달서구청장, 서민우 달서구의회의장, 유족과 주민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장 주변에는 새로 심은 꽃이 자리 잡고 있었고, 추모탑 뒤편 나무에는 달서구 직원들이 꾸민 종이 나비가 달려 아이들을 기렸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의모임 회장은 “아이들이 사라진 날이 선거일이었던 탓에, 선거라는 말만 들어도 트라우마를 겪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유족과 시민단체는 이날 △AI 기반 첨단 과학수사를 통한 사건 재분석 △어린이안전관 등 추모관 건립 △유족 대상 심리치료 및 생계 지원 △공소시효 관련 소급입법 추진 △정부 또는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 설치 △범죄피해자 구조지원법 소급 적용 검토 △법의학 감정 자료 및 해외 사인 규명 의뢰 기록 공개 △대통령 면담 성사 등을 촉구했다.
개구리소년 사건은 1991년 3월 26일 대구 달서구 성서국민학교 3~6학년생인 우철원, 조호연, 김영규, 박찬인, 김종식 군 5명이 도롱뇽알을 찾으러 와룡산에 올랐다 실종된 뒤, 11년 6개월 만인 2002년 9월 모두 백골 상태로 발견된 사건이다. 도롱뇽에 대한 어감이 친화적이지 않다는 유족 측 판단으로 ‘개구리소년 사건’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사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됐지만, 현재 대구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이 재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세월이 흐르는 사이 유족들 또한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다섯 아이 가운데 세 명의 아버지인 김철규, 김현도, 박건서 씨는 간암과 뇌출혈 등으로 이미 고인이 됐고, 남은 가족들 역시 고령으로 접어들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힐 시간 역시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아람기자 ara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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