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강준만의 화이부동]‘유튜브 권력’의 반란

팬덤권력에 취한 ‘주취 소란’ 혐의는 있지만, 경찰까지 부를 정도는 아니다.

팬덤정치와 유튜브 선동에선 이재명에 뒤지지 않는 유시민·김어준은 그들의 부족주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을 뿐

그게 기존 미디어 생태계의 증폭을 거치면서 정권에 큰 타격을 주는 ‘유튜브 권력 반란’이지만, 그 반란의 주역들은 무죄다

팬덤권력에 취한 ‘주취 소란’ 혐의는 있지만, 경찰까지 부를 정도는 아니다. 유튜브 축복과 저주, 알고나 당하자

전 국회의장 김진표는 2년 전 출간한 회고록에서 2022년 12월5일 이태원 참사에 대해 당시 대통령 윤석열과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윤석열은 이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나. 이를 두고 김진표는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극우 유튜버의 방송에서 나오고 있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가 힘들었다.”

윤석열은 유튜브 때문에 폭망한 세계 최초의 대통령이다. 대통령 취임식에 음모론 등 극단적 주장을 해온 유튜버 및 채널 관계자 30여명을 초청해 논란이 됐을 때만 해도 유튜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흑심을 드러낸 것으로만 알았다. 그런 흑심도 문제였지만, 유튜브를 자신의 상전으로 모시면서 국정운영의 가르침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를 결국 자폭하게 만든 가르침을 꾸준히 준 유튜버들은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대통령 권력보다 더 센 게 유튜브 권력이 아닌가 싶다.

윤석열이 정보 수용자로서 유튜브 의존도가 높은 대통령이었다면, 현 대통령 이재명은 정보 발신자로서 유튜브 이용도가 높은 대통령이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1등 공신이 유튜브다. 경향신문의 분석 기사(2021년 9월2일)에 따르면, 당내 대선 후보 경선 시 구독자 수 기준으로 “친이재명 유튜브 283만 대 친이낙연 유튜브 10만”으로, 친이재명 쪽이 28배 넘는 화력 우세를 보였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당시 유튜브에 대한 경기도의 금전적 지원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재명의 유튜브 친화적 ‘강성 정치’가 이유였을 게다.

이재명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2024년 4월26일 100만명을 넘어서 국내 정치인 중 최초로 ‘골드버튼’을 받았다. 달리는 차 안에서도 유튜브 방송을 할 정도로 유튜브에 중독된 이재명은 국회 상임위 회의를 기존 방송들 외 유튜버들도 참관해서 생중계할 수 있게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의원들 스스로 유튜버가 돼 국회를 ‘쇼츠 공장’으로 만든 ‘유튜브 정치’의 미래를 내다본 ‘선견지명’이었다고 봐야 할까?

1% 법칙의 축복과 저주

그렇게 유튜브를 능수능란하게 이용한 대통령이었건만, 도무지 알 수 없는 게 세상일이다. 현재 그를 괴롭히고 있는 여권 내분 사태의 근원이 바로 유튜브이니 말이다. 대통령에게 도전하는 세력의 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유시민·김어준도 한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명실상부한 ‘유튜브 권력’이 아닌가. ‘유튜브 정치’의 대중화 이전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임기 말이라면 모를까 취임 1년 반도 안 된 시점에서 대통령을 향해 ‘필연적 실패’ ‘임기 못 채울 수도’ 등과 같은 독설이 여권 내부에서 나온다는 게 어찌 가능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럴 정도로 대통령에게 크고 많은 문제가 있는 건가? 아니면 유시민·김어준이 워낙 특출한 인물들이어서 그런 건가? 아니다. 그게 아니다. 대통령에게 문제가 있고 유시민·김어준이 특출한 건 맞지만, 그게 ‘반란’의 이유나 조건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건 유튜브를 빼놓곤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한국일보가 최근 두 달에 걸쳐 내보낸 ‘유튜브 부족주의’ 기획의 첫 번째 기사 제목이 인상적이다. “1% 시청자가 장악한 ‘정치 유튜브’ 여론… 李 지지율 흔들었다”(9월24일자)

이른바 ‘1% 법칙’의 ‘저주’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반대편의 입장에선 ‘축복’이다. 이는 1%가 전체를 쥐고 흔들 수 있는 걸 가능케 한 디지털혁명의 양면성이기도 하다. 원래 ‘1% 법칙’은 웹사이트의 콘텐츠 창출자는 전체 이용자의 1%라는 데서 출발한 법칙이다. 새로운 콘텐츠 창출자는 1%, 댓글 등을 달아 코멘트를 하는 이용자는 9%, 단순 이용자는 90%라는 이유로 ‘90-9-1 법칙’이라고도 한다.

‘유튜브 부족주의’ 기획기사엔 오늘의 한국 정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이야기들이 많다. 이 기획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진보·보수 6개 주요 정치 유튜브 채널(매불쇼·뉴스공장·이동형TV·고성국TV·신의한수·배승희변호사) 실시간 채팅에 참여한 33만8562명의 발언 1408만8417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채팅 참여자의 1.63%에 불과한 5502명이 전체 채팅 양의 절반을 차지했다. 진보 채널과 보수 채널 모두 내부 권력 투쟁에 유튜브가 무대로 쓰인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부족주의’ 세계”였다. 채팅창에선 물가·부동산·일자리·경제 등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는 외면당했다. 경제(전체 의제 중 4%) 물가·일자리(1% 미만) 등 민생 이슈는 최하위권이었다.

채팅창은 방송에서 출연자 및 진행자가 어떤 ‘발언’을 했을 때 들끓었지만, 반대로 채팅창이 먼저 주도한 이슈는 없었다. 정치권 ‘빅 스피커’가 이슈를 던지면, 유튜브 실시간 채팅창이 이를 증폭시키는 소리통 역할을 한 모양새를 보였다. 16개 기획기사의 핵심 내용을 소개하면서 논평한 미디어오늘(10월31일자, 박재령 기자)은 “유튜브 속 정치적 발언이 소수의 채팅 참여자들을 자극하고, 이것이 대표적인 여론의 경향처럼 보이는 순환 구조가 확인됐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보 채널과 보수 채널 모두 ‘당권 경쟁’을 주제로 한 논쟁이 많이 이뤄진다는 점에선 공통점을 가졌다. 정치 유튜브로 대표되는 진영 미디어가 ‘누가 진짜 코어 지지층인가’를 다투는 순수성 경쟁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게 다시 한번 드러났다. 특정 이슈에 대해 상대방과 타협을 강조하기보다 ‘강경한 논조’를 내뱉는 정치인일수록 유튜브에서 인기가 좋았다. 채널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해주는 정치인만이 출연 빈도가 잦았다.”

주목할 건 1%의 ‘뻥튀기’ 과정

사정이 이와 같다면, 유튜브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정치는 극단적인 대결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 극단적 대결구도는 유튜브의 존재감, 영향력, 경제적 수입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기에 유튜버들에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지상과제가 된다. 물론 유튜버들은 그런 식으로 말하진 않는다. 그들은 늘 이른바 ‘코어 지지층’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순수성 담론으로 자신들의 지고지순(至高至純)을 강조한다. 물론 드물게나마 “나 이렇게 좋은 일 많이 하는데 돈 많이 벌면 어때?”라는 식으로 자신의 솔직을 과시하는 유튜버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유튜브는 부족주의 정서로 움직이는데, 여권의 내분은 이미 유튜브와 무관하게 존재했던 부족 간 대결을 그 토양으로 삼고 있다. 왜 더불어민주당은 내부에서 적통을 따지는 등 뿌리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는가? 과거 이재명 팬덤과 문재인 팬덤이 벌인 그 살벌했던 전쟁을 상기해보라. 그 전쟁에서 드러났던 ‘출신 성분’의 문제는 지금까지도 계속돼 갈등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렇게까지 싸울 거면 이재명의 당대표 시절 ‘이재명의 민주당’ 만들기 프로젝트에 반대를 할 것이지 그땐 적극 지지해놓고 이제 와서 딴말 하는 건 뭔가? 국외자가 어떤 팬덤 집단의 부족주의 정신세계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앞서 지적한 최초의 1% 여론이 ‘뻥튀기’ 되는 과정이다. 유시민은 레거시미디어를 ‘재래식 언론’이라고 조롱했지만, ‘재래식 언론’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범하다. 유시민의 유튜브 발언이 나오는 족족 대서 특필해댄다. 레거시미디어 내부의 경쟁 때문에 불가피한 점이 있겠지만, 이는 ‘유튜브가 장악하고 통제하는 레거시미디어’라는 가설을 입증해주는 좋은 사례다. 그래서 최초의 1% 여론은 레거시미디어라는 증폭기를 거치면서 자주 주류 여론으로 격상되곤 한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정치적 현상은 ‘팬덤정치의 부메랑’이다. 이재명은 팬덤정치로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결이 좀 다른 팬덤정치의 도전을 받고 있는 셈이다. 팬덤정치와 유튜브 선동에 관한 한 결코 이재명에 뒤지지 않는 유시민·김어준은 그들의 부족주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게 디지털혁명으로 망가진 기존 미디어 생태계의 증폭 과정을 거치면서 이재명 정권에 큰 타격을 미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유튜브 권력의 반란’이지만, 그 반란의 주역들은 무죄다. 자신들의 팬덤권력에 취한 ‘주취 소란’의 혐의는 있지만, 경찰까지 부를 정도는 아니다. 유튜브의 축복과 저주, 알고나 당하자.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