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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강대권의 시시각각] 미·이란 전쟁의 귀결-2

전쟁이 한창이 3월1일~10일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놀라운 수출 실적을 보인 2월과 비교해도 20% 늘었다. 유가 상승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에 우려에도 AI팩토리에 대한 투자는 지속되고...

[강대권의 시시각각] 미·이란 전쟁의 귀결-2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중동지역 불안이 3월 내내 시장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이번 글은 지난 3월5일 기고 '미·이란전쟁의 귀결은'의 후속이다. 앞선 글에서는 공포심리에 휘둘리지 말고 원칙에 따라 대응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열흘이 조금 넘게 지나는 동안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현실화되면서 유가는 글을 썼던 시점보다 20% 이상 올랐지만 주가지수는 그 때의 레벨에서 횡보 중이다. 그간의 변화와 추가된 정보로 현 시점에서의 대응을 다시 생각해 봤다.

우선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 여파를 과소평가하고 전쟁을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해협 재개방을 위한 전력적 자산 동원이 3월 둘째주 들어 뒤늦게, 그리고 다급하게 이뤄지는 것이 그 방증이다. 합참의장은 해당 시나리오를 미리 보고했다는데 대통령이 공격을 강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의사결정 시스템의 심각한 훼손이다. 미국이 가진 소프트 파워는 외부적으로는 국제 표준을 결정한다는 것과 내부적으로는 견고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인데, 둘 다 없다면 미국 자산의 프리미엄에 대한 큰 위협이다.

다만 미국이 가진 전력은 여전히 압도적이기에, 한 발 늦긴 했어도 대응할 수 있는 수단들이 속속 동원된다. 우크라이나에서 검증된 드론억지 전력인 MEROPS가 3월 20일 전후로 배치된다 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 허브인 하르그섬 군사시설을 폭격해 점령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본에 주둔했던 해병원정대도 이동해 MEROPS와 비슷한 시기 페르시아만에 도달할 예정이다.

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에 공식 파병요청도 했다. 하르그섬이 마비되면 현재 이란산 원유를 할인해서 사들이고 있는 중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이에 하르그섬 공격과 파병요청, 뒤이은 미-중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 제기는 중국을 통한 이란 중재를 염두에 둔 직접적 요구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이 이란 압박 수단을 집중시키고 있는 앞으로의 7~10일이 이번 사태의 장기화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확률적으로 접근해 보자. 먼저 안 좋은 상황을 가정해 본다. 현재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은 일일 900만 배럴까지 확대됐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이 없는 상황에다가 UAE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 개발한 푸자이라 항구마저 피격으로 가동 중단된 것이 포함된 수치다. 푸자이라 항구는 폭격 다음날 재가동됐는데, 배치가 진행 중인 미국의 전략자산이 가동된다면 UAE 우회경로의 200만 배럴 수출 재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아라비아반도 횡단 파이프라인이 풀가동되며 홍해 쪽의 얀부 터미널 수출도 늘어나고 있고, 이라크는 터키 쪽 파이프라인 가동을 타진 중이다. 이런 움직임들을 감안하면,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장악에 계속 실패한다 해도, 장기적으로 원유공급 차질은 현 수준보단 낮은 일일 600만 배럴로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단기적으로 유가는 심리에 의해 크게 움직일 수 있지만, 통계적으로 유가는 100만 배럴의 공급 변동에 대해 4~6달러 정도의 민감도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600만 배럴 공급 감소는 24~36달러의 균형가격 상승요인이다. 이란 사태 이전 브렌트 가격 70달러를 감안하면 사태 장기화시 가정할 수 있는 원유 가격은 94~106달러로, 현재 101달러 수준인 브렌트유 가격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 장기화의 가능성을 이미 어느 정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유가가 상황 악화를 일정 수준 이상 반영하고 있다면, 앞으로의 상황 변화에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반응하거나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것이 수많은 경고와 우울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버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으면 긍정적인 면도 생각해야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향후 7~10일이 이번의 사태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미국이 하르그섬에 상륙한다면 이란산 원유 공급 중단으로 단기적으로 유가는 더 치솟을 수 있지만 사태의 종결은 크게 앞당겨질 수 있다. 출구전략으로 폭격 및 하르그섬 공격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가 교환될 수 있다. 물론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돼도 해상운임에 대한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과, 원유 공급망 우회에 따른 비용증가는 지속될 것이고 유가의 균형가격도 전쟁 이전보다는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산시장의 심리는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전쟁이 한창인 3월 1~10일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놀라운 수출 실적을 보인 2월과 비교해도 20% 늘었다. 유가 상승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의 우려에도 AI팩토리에 대한 투자는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 하방 합력에 대해 현재 우리가 가진 유일한 희망이 인공지능으로 인한 생산성 개선 뿐이기 때문에 상황이 안좋을 수록 AI투자 요구는 어쩌면 더 늘어날 수 있다. 1500원대의 환율은 수출 기업에는 호재다.

상황은 여전히 고도로 유동적이고 단기적인 리스크와 예상치 못한 이벤트 발발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 가격은 안좋은 상황(해협 폐쇄 장기화)을 좋은 상황(해협 부분 재개방 시작)보다 더 많이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유가의 장기 균형가격과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승했다는 점에서 국가별/업종별 선별 대응은 반드시 필요하다. 향후 기회와 리스크를 균형있게 보고, 면말한 검토 끝에 원자재 공급 교란이 단기적인 심리에만 영향을 미칠 뿐 장기적인 펀더멘탈에는 영향이 없는 투자 대상이라는 확신을 가졌다면, 지금은 단기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성이 있겠다.

■ 강대권 대표는 현재 라이프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산업경제학 전공)를 마쳤고, 서울대 가치투자 동아리 '스믹(SMIC)'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가치투자 2세대 스타 펀드매니저인 강 대표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거쳐 유경PSG자산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당시 국내 운용사 최연소 CIO다. 지난 2016년, 2020년 국내 주식형 운용사 수익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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