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전자BG가 생산하는 동박적층판(CCL)의 모습. 두산 제공
전자제품 기초 소재인 동박적층판(CCL)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및 첨단 반도체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AI 성능 고도화 영향으로 ‘하이엔드(최고급)’ 모델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주요 업체들도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CCL은 전자제품의 각종 부품을 연결하는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소재로 부품 간 전자 신호를 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컴퓨터 메인보드와 스마트폰, 일반 가전 제품 등에 주로 쓰이던 CCL은 최근 AI 산업 발달로 반도체와 AI 가속기, 네트워크 스위치 등으로 적용 분야를 넓히고 있다. 특히 고속·고주파 신호를 손실 없이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하이엔드 CCL이 핵심 사업으로 떠올랐다. 데이터센터가 대형화되고 AI 서버에서 처리할 데이터양이 급증하며 이를 뒷받침할 첨단 소재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여러 겹으로 쌓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확대되는 점도 기판 변형과 발열을 막아주는 고성능 CCL의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며 CCL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1970년대 CCL 국산화에 나선 ㈜두산 전자BG는 2024년 역대 처음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67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2% 증가했다. 지난 6월에는 엔비디아와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지원을 위한 협력 계획을 밝히는 등 글로벌 하이엔드 CCL 시장에서도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 병목 현상이 이어지며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두산 전자BG의 CCL 판매 단가는 2024년부터 3년 사이 약 35% 증가했다.
급증하는 수요에 발맞춰 국내 업체들도 생산 능력 확대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두산은 지난 17일 하이엔드 CCL 분야에 역대 최대 규모인 약 970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국내에는 약 4200억원을 투자해 광모듈용 CCL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중국에는 약 5500억원을 투자해 AI 가속기·네트워크 스위치용 CCL 공장을 신축해 2028년 가동한다. 앞서 태국에는 AI 인프라·네트워크 장비용 고성능 CCL 전용 공장을 착공하고 2028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LG화학은 반도체 패키징용 분야 CCL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기존 메모리 중심에서 시스템인패키지(SiP)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로 적용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8일 경북 김천2공장 내 변성 폴리페닐렌 옥사이드(mPPO) 생산라인 증설을 마쳤다. mPPO는 CCL의 전력 및 신호 손실을 줄이는 화학 소재다. 반도체 시장 성장에 대응해 올해 하반기까지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업체들도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나섰다. 일본 전자기업 파나소닉은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중국 광저우에 75억엔(약 647억)을 투자해 CCL 공장을 신축한다. 대만 PCB 및 CCL 제조기업인 엘리트머터리얼(EMC)은 중국 중산 공장 증설과 대만 타오위안 신규 공장 건설에 약 15억 위안(약 3030억)을 투자한다. 2027년까지 월 945만 장 규모의 CCL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주은 기자 ju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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