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박규찬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TSMC가 미국 현지 공장 건설 및 양산 일정을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되고 있는 삼성전자 팹 전경. [사진 = 삼성전자]
20일 업계에 따르면 2026년 4월 현재 양사는 건설 지연과 보조금 삭감 등 각종 변수 속에서도 핵심 고객사 확보와 공정 고도화를 통해 북미 시장 주도권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양산 개시 시점 등 ‘속도’ 면에서는 TSMC가 앞서 나가고 있으나 투입되는 ‘공정의 첨단성’ 면에서는 삼성이 초강수를 두며 반격을 꾀하는 형국이다.
삼성 테일러 팹, 4나노 건너뛰고 2나노 직행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은 당초 2024년 말 가동 예정이었으나 숙련공 부족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상승, 그리고 고객사 수주 일정 조정 등이 겹치며 양산 시점이 2026년 이후로 밀린 상태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오는 2026년 4월 테일러 공장에서 첫 장비 반입식(Equipment Move-In)을 거행하며 본격적인 가동 준비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22년 11월 착공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의 성과다.
삼성은 테일러 공장의 전략을 수정했다. 당초 계획했던 4나노(nm) 공정 대신 차세대 기술인 2나노 GAA 공정으로 직행하기로 했다. 이는 TSMC보다 기술적 우위를 점해 대형 고객사를 유치하겠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Tesla)의 차세대 자율주행 칩인 AI5와 AI6 수주에 성공해 AI6 칩은 테일러 공장에서 전량 생산될 예정이다. 양산 일정은 현재 시운전이 진행 중이며 2026년 말까지 양산 준비를 마친 뒤 2027년 초부터 본격적인 대량 생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TSMC 애리조나 팹, 1공장 가동 중·2공장 앞당기기
대만 TSMC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삼성보다 한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지 노동조합과의 갈등으로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현재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TSMC의 애리조나 팹 전경. 중앙 건물이 P1, 그 안쪽이 P2 [사진=TSMC]
1공장(Fab 21 Phase 1)은 이미 2025년 초부터 4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했다. 최대 고객사인 애플에 공급될 칩들이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애플은 2026년 한 해에만 이곳에서 1억 개 이상의 칩을 구매할 계획이다.
특히 TSMC는 당초 2028년으로 잡았던 2공장의 양산 시점을 2027년 하반기로 앞당겼으며 이곳에서는 3나노 공정이 주력이 될 예정이다.
2나노 도입 계획에 대해 TSMC는 미국 내 2나노 생산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해왔으나 최근 3공장(Phase 3)을 통해 2029년경 2나노 양산을 목표로 잡았다. 이는 삼성의 테일러 2나노 양산 목표(2027년)보다 2년가량 늦은 시점이다.
2027년 ‘2나노 대전’이 분수령
업계 전문가들은 건설 속도에서는 TSMC가 앞서고 있지만 실제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을 가를 승부처는 ‘2나노 수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을 통해 TSMC보다 먼저 미국 현지에서 2나노 칩을 찍어냄으로써 인공지능(AI) 및 자율주행 시장의 큰손들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테일러 vs TSMC 애리조나 비교표 [자료=각 사]
반면 TSMC는 검증된 4나노와 3나노 공정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한 후 대만 본토의 기술 노하우를 순차적으로 미국에 이식하는 실리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집행 속도와 현지 공급망 구축 현황도 변수다. 삼성전자는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등 국내 협력사들과 함께 테일러 인근에 ‘삼성 벨트’를 조성하며 현지 생태계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TSMC는 대만 본토의 2나노 양산 일정을 미국보다 우선순위에 두며 기술 유출을 경계하는 보수적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며 “반면 삼성은 미국 테일러를 최첨단 기술의 전초기지로 삼아 승부수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전략적 차이가 3~5년 뒤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지형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며 “이제는 단순한 건설 속도 비교를 넘어 기술 노드의 질적 차이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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