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크롱 청와대 정상회담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격상
한수원-오라노, 핵연료 공급망 MOU… 영광 해상풍력 공동 개발도 추진
AI·반도체 등 첨단기술 11건 MOU… “2030년 교역액 200억 달러 달성”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2004년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체제를 맺은 지 22년 만의 격상이자,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를 맺은 지 14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를 기념하는 역사적 이정표다.
이번 회담은 선언적 외교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안보, 첨단 산업 공급망, 경제 교류 전반에 걸친 구체적 성과물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실용 외교의 정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에너지 동맹: 원전 연료부터 해상풍력까지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는 에너지 분야의 전방위적 협력 체계 구축이다. 양국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양 축에서 강력한 파트너십을 가동하기로 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세계 최대 핵연료 주기 전문기업인 프랑스 오라노(Orano)와 에너지 핵연료 주기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핵연료의 안정적 조달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양사가 공동 진출할 수 있는 전략적 발판을 구축하는 의미를 지닌다. 원자력 분야는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드러났듯 양국이 치열한 경쟁을 펼쳐 온 분야였지만, 이번 MOU를 통해 경쟁 구도를 협력 관계로 전환하는 이례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전남 영광 '해마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위해 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지분 참여 및 공동 운영 관리에 합의했다. 한국의 제조·시공 역량과 프랑스의 해상풍력 운영 노하우를 결합하는 이 프로젝트는 양국 에너지 협력의 상징적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프랑스는 해상풍력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과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갖춘 나라다. 205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설비 45GW(기가와트) 건설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에너지 전환에 관한 법률'과 '에너지 및 기후 전략'에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33% 목표를 명시했다. 이어 2030년까지 발전량의 4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인공지능(AI), 원자력, 수소 기술, 우주 산업 등 핵심 분야 협력은 혁신의 원동력일 뿐만 아니라 회복력을 위한 조건"이라며 "공급망이 취약하고 기술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협력은 경제 안보와 장기적 안정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첨단 산업: 희토류 의존 탈피에서 AI·양자까지
양국은 미래 먹거리인 첨단 산업 공급망 분야에서도 전략적 협력을 공식화했다.
한국의 영구자석 제조 기술과 프랑스의 정련 기술을 결합하는 '핵심광물 협력 의향서'가 채택됐다. 이는 특정국에 편중된 희토류 등 전략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핵심소재 공급망 안정화 등 경제안보가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결과물이다.
AI·반도체·양자 등 3대 핵심 전략 분야에서의 공동 연구와 인적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장관급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양국은 안보·AI·우주·원자력·재생에너지·퀀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역·문화·청년 교류의 전면 확대
양국 정상은 경제 규모에 걸맞은 교역 목표도 제시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150억 달러를 기록한 양국 교역액을 2030년까지 200억 달러로 끌어올리기로 합의했다.
문화·인적 교류 분야에서는 '워킹홀리데이 협정'을 개정해 대상 연령 상한을 35세로 높여 더 많은 청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한국 종묘와 프랑스 생드니 대성당 등 양국 문화유산을 연계한 교류 프로그램 운영에도 합의했다. 국빈 오찬에는 양국 정·재계 및 문화계 인사 14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주요 경제계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안보·기후 분야 협력도 병행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순수 경제 의제를 넘어 안보와 기후 분야의 협력도 구체화됐다.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개정에 합의했으며, 호르무즈 해협 긴장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안전한 해상수송로 확보와 에너지 자립을 위한 군사·에너지 분야 공조 의지를 천명했다. 기후 분야에서는 산림 위성 기반 산불 대응 시스템 협력과 녹색 금융 분야 공동 행동에도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기고문을 통해 "프랑스의 전략적 자율성과 다자주의에 대한 헌신은 한국의 민주적 기반, 글로벌 기술 강국으로의 부상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며 "지정학적 경쟁과 체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는 더 이상 우연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이하얀 한국외대 EU연구소 교수는 "한·불 관계를 상징적 선언을 넘어 에너지, 공급망, 첨단기술 협력이 결합된 실질적 전략협력 단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번 합의의 진정한 성과는 선언 자체보다 원전, 해상풍력, 핵심광물 협력이 실제 투자와 공동사업, 제3국 진출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신경훈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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