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화 국제화 TF 가동...정부 부처 정책 공조 필요성↑
신현송 한은 총재 의지 피력...MSCI, 한국 밸류업 긍정 평가
글로벌 반도체 호황과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정부의 원화 국제화 시도와 시장 개혁 성과가 맞물리며 한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관찰대상국 등재 여부가 6월 최대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 중동전쟁에도 오르는 코스피, 그 배경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6500선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중동발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반도체 수출이 시장을 받쳐 올렸다. 4월 첫 20일 동안 한국 수출은 전년 대비 49.4% 증가했고, 반도체만 따지면 180% 이상 급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증시 상승을 이끌었고, HD현대중공업과 LG에너지솔루션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증시 체력이 강해진 배경에는 외국인 자금의 흐름이 있다. 한국 국채가 2026년 4월부터 세계국채지수(WGBI)에 단계적으로 편입되기 시작했고, 채권시장으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외환·금리 안정에 기여하면서 주식시장 투자심리에도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계국채지수(WGBI)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관리하는 선진국 채권 벤치마크 지수다. 미국·일본·독일 등 20여 개국 국채가 담겨 있고, 이 지수를 따르는 전 세계 자금만 약 2조5000억 달러(약 3500조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한국 국채는 2026년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편입된다. FTSE는 한국의 WGBI 내 비중을 1.89%로 공식 확정했다.
치솟는 달러 가치에 환율관리도 비상이다. [사진=연합뉴스]
편입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재정경제부 집계를 보면, 편입 전후 열흘간(3월 30일~4월 9일) 외국인이 국고채를 6조9000억원 순매수했다. 일본계 투자자 자금만 2조8000억원 이상이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WGBI 편입은 매월 비중이 나뉘어 계단식으로 진행된다”며 “총 2조5000억 달러 규모의 추종 자금 가운데 한국 비중 1.75%를 적용하면 약 65조원, 월평균 8조원 수준의 자금 유입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전체 편입이 마무리되는 11월까지 약 472억5000만 달러(약 68조원)가 한국 채권시장으로 들어올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시장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이 늘면 원화 수요도 함께 커진다. 이는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접근성 요건 충족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WGBI 편입이 MSCI 선진국 지수를 향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MSCI 선진국 편입,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기대
재정경제부는 올해 1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을 발표했다. 재경부 1차관을 중심으로 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추진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로드맵에는 구체적인 일정이 담겼다. 올해 6월 MSCI 연례 심사에서 관찰대상국 등재를 추진하고, 1년간 추가 제도 개선을 인정받아 2027년 6월 선진국 편입을 결정짓고, 2028년 지수에 실제 반영된다는 구상이다. 관찰대상국에 최소 1년 이상 올라야만 선진국 편입 후보가 될 수 있는 구조상, 올해 6월 등재 여부가 사실상의 첫 단추다.
로드맵에서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이다. 국내 외환시장은 현재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운영되며, 정부는 7월부터 이를 24시간 체제로 확대할 방침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유럽이나 미국 시간대에도 원화로 거래할 수 있게 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 밖에 전자외환거래 가이드라인 마련, 글로벌벤치마크환율(WMR) 편입 추진, 외국인 통합계좌 확대도 함께 추진된다.
김희재 재경부 국제금융과장은 이를 “원화 국제화의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조에서 재경부는 2026년 2월 27일 범정부 '원화 국제화 TF'를 출범시켰다.
허장 재경부 제2차관은 킥오프 회의에서 “원화 국제화는 우리 외환·금융시장 도약을 위한 핵심과제이자 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과도 밀접히 연계된 사안”이라며 “관계기관이 협력해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화 국제화 로드맵은 올해 상반기 중 발표될 예정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신임 총재. [사진=조성진 기자]
여기에 신현송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힘을 보탰다. 신 총재는 이틀 전 취임식에서 원화 국제화를 4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며 “원화 국제화와 지급결제 혁신, 거시건전성 체계가 삼각 축을 이루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취임사에서 “정부와 함께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을 추진하고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외환거래의 접근성과 안정성을 국제적 기준에 맞게 개선하겠다”고도 밝혔다.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과 수석경제학자를 지낸 신 총재는 MSCI 편입 문제에 대해 “한국은행의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관계기관과 논의해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은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고, 정부 부처와의 공조가 필수적임을 인정한 발언이다. 신 총재의 원화 국제화 드라이브는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접근성 개선 논의에 힘을 싣는 변수로 평가된다.
한국은 과거 관찰대상국에 올랐지만 선진국 지수 편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MSCI가 거듭 지적해 온 걸림돌은 외환시장 접근 제한, 역외 원화 거래 부재, 외국인 등록 의무화 등이었다.
정부는 이번에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공매도 재개(2025년 3월), 영문공시 의무화, 외국인 투자등록 간소화 등을 이미 시행했다. 7월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MSCI가 수년간 요구해 온 주요 조건 중 상당 부분이 한꺼번에 충족되는 구조가 된다. 씨티은행·골드만삭스·JP모건 등 글로벌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도 4월 초 출범해 외국인 투자 환경 점검에 나섰다.
만약 한국이 6월 심사에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관찰대상국에 오르면 2027년 편입 여부 결정, 2028년 실제 반영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열린다. 반대로 이번에도 등재에 실패하면 도전은 다시 1년 뒤로 미뤄진다.
한편 헨리 페르난데즈 MSCI 그룹 회장은 전날 강남구 웨스틴서울파르나스 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초불확실성의 시대, AI 주도 산업 지형 재편: 한국 경제 재도약의 길'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원화 거래 자유화 같은 시장 개선이 숙제지만, 한국 정부의 정책적 노력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돼 주목할 만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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