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6ㆍ3 지방선거에서의 투표지 부족 관련 국정조사안 원내 신속 처리와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진우(가운데), 최수진(왼쪽), 박충권 의원이 9일 국회에서 당론으로 발의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 부정 및 국민 참정권 침해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의안과에 접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전방위적 압박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여야 모두 선관위의 부실한 대처와 무능을 질타하며 고강도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진상규명의 구체적인 방식과 각론에서는 날 선 주도권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9일 더불어민주당의 추천권을 전면 배제한 ‘선관위 종합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하며 강제 수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대표 발의한 특검법은 특별검사보 5명, 특별수사관 100명 등 총 251명 규모로 구성되며 수사 기간은 최장 170일에 달한다.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은 “민주당이 관여하는 특검은 신뢰할 수 없다”며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수사해야 하므로 여당 추천권을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의 수사 대상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이를 은폐하려 한 의혹, 투표함 이송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 등이 포함됐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강수를 둔 배경에는 선관위 발표에 대한 극심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당초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투표소를 41곳이라고 발표했으나 국회 압박이 거세지자 돌연 91곳(추가 용지 송부 140곳)으로 늘려 재발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자고 일어나면 숫자가 늘어나는 선관위를 믿을 수 없다”며 전국 재선거 실시를 위한 특별법 추진 방침을 밝혔다. 장 대표는 인천시장 선거 등 일부 지역에서 여야 후보의 사전투표 득표수가 완벽히 일치한 점과 위철환 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이 이재명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라는 점을 들어 선관위의 자체 조사를 ‘증거 인멸 행위’로 규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참사로 규정하면서도 국회의 ‘국정조사’ 신속 추진에 무게중심을 뒀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주 즉각 본회의를 개최해 국정조사 계획서를 보고하고 다음 주 본회의에서 곧장 의결해 최단기간 내에 특위를 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전날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데 이어 송기헌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 TF’를 출범시켜 공직선거법 및 선관위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특검 가능성도 열어놓겠다”면서도 시급성을 고려해 국정조사가 우선이라는 단계적 접근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다만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대상에 이재명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포함하라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쟁 유발’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한 원내대표는 “선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대통령을 왜 끌어들이냐”며 “야당이 실체 규명은 뒷전으로 미루고 무책임한 선동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의 거친 공방 속에서도 헌법기관이라는 독립성 방패 뒤에 숨어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던 선관위의 구조적 병폐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는 대의에는 이견이 없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 명시와 선관위원장 상근체제 도입을 골자로 한 ‘원포인트 개헌’ 필요성까지 나왔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소쿠리 투표, 채용 비리에 이어 선거용지 부족까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근본적 해체 수준의 개혁을 촉구했다.
여야 모두 사안의 엄중함에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10일 야당의 새 원내대표 선출 이후 진행될 여야 원내지도부 간의 협상이 주목된다. 국정조사의 조사 범위와 특검 도입 시기, 여야 위원 수 배분 등을 둘러싼 막판 타결 여부가 이번 선거 참사의 진상규명 향배를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진오기자 kimj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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