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백악관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번 중간선거에서 누가 이길 것 같나요?”
워싱턴DC 외교가에서 이 같은 질문을 던지면 돌아오는 답은 다르지만 결론은 하나로 수렴한다. “결과가 어찌 되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외로 눈을 돌리려 할 것입니다.”
올해 11월 3일(현지 시간)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를 뜯어보면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이른바 ‘상공하민(상원 공화당, 하원 민주당)’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사상 최저라지만 선거를 치르는 상원 지역구가 공화당 우세라 민주당이 상원까지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미 의회의 한 관계자는 “임기가 6년인 상원의원은 그만큼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지역구를 닦아놓는다”며 “하원은 대통령 지지율에 따라 승자가 자주 바뀌지만 상원 의석은 여간해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등장하는 다음 시나리오는 민주당이 하원을 넘어 상원도 장악하는 ‘블루웨이브’. 현재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의 상원 구도에서 민주당이 4석을 추가하면 상원에서도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9개의 격전지에서 민주당이 여론조사를 앞서고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이길 수 있다는 예상도 없지는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공화당 승리 시 1인당 5000달러 배당금’이 바닥 민심을 흔들고 있다는 전언이다.
‘상공하민’이 현실화하면 민주당은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투자 등 비위를 들추는 ‘청문회 정국’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닌, 스스로 뉴스를 주도하는 패턴을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거나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해 대중의 관심을 돌리려 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석권해도 마찬가지다.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을 과반 찬성으로 통과시킬 수 있지만 실제 파면을 위해서는 상원 출석 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탄핵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견제를 피하기 위해 외치에 더욱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이긴다면 자신이 재신임을 받았다고 판단한 트럼프 대통령은 현 외교정책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선거 결과가 어떻든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이 한층 공세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2028년 대선까지 ‘선거 없는 2년’을 맞이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비핵화를 위해 군사작전을 재개할 수 있으며 한국에 대한 파병 요구도 더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확률이 높고 이 과정에서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하고 미사일 개발만 동결하는 등 ‘미국에 대한 위협’만 제거하는 대가로 제재를 풀어줄 수도 있다. 쿠팡 등 한국 디지털 정책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계속되는 반면 우리가 얻어야 할 핵추진잠수함 건조 등 안보 분야 합의는 민주당 입김이 더 세진 미 의회의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DC의 로비 업계에서는 어려운 한미 관계 속에서도 한국이 가진 유일하지만 강력한 카드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꼽는다. 양국 간에 여러 이견이 있지만 대미 투자 카드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한국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조언이다. 결국 중간선거 이후 닥쳐올 파도에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요구 사안과 대미 투자라는 카드를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가령 미국이 한국에 파병을 강하게 요구할 경우 대미 투자 일정이나 집행 속도를 조정하며 협상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정부의 모습은 유기적인 대응과는 거리가 멀었다. 외교부와 산업통상부가 무역·투자·안보 협의 진척을 놓고 서로를 탓하고 있다는 뒷이야기가 미국까지 들려오기 일쑤였고 이를 조율해야 할 컨트롤타워도 보이지 않았다.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사퇴를 계기로 청와대 인적 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새 진용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미 외교·통상·안보 현안을 하나의 전략으로 묶을 컨트롤타워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이태규 특파원의 워싱턴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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