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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乙의 전쟁 ②] 甲 흔드는 TC 본더 특허 분쟁···미래 신기술에도 영향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형성돼있다. 이들의 성장 뒤에는 성공적인 부품 제조를 지원하는 협력사의 노력도 있었다. 그 협력사 가운데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은 HBM...

[乙의 전쟁 ②] 甲 흔드는 TC 본더 특허 분쟁···미래 신기술에도 영향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형성돼있다. 이들의 성장 뒤에는 성공적인 부품 제조를 지원하는 협력사의 노력도 있었다. 그 협력사 가운데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은 HBM(고대역폭메모리) 제조의 핵심 장비인 TC 본더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TC 본더는 HBM 제조의 핵심인 만큼 이를 제조하는 회사는 소위 '슈퍼 乙(을)'로 불린다. 그런데 지금, 이들 '슈퍼 乙'이 회사의 명운을 걸고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세미콘 코리아 2026'에 참가한 국내 TC본더 제조사. (사진=여용준 기자)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C 본더 시장에서 한미반도체는 매출액 기준 71.2%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를 지켰다. 반면 한화세미텍은 3.2%의 점유율로 세메스, ASMPT, 야마하로보틱스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TC 본더 특허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는 두 회사를 점유율만 놓고 비교하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그러나 이들의 법정 싸움은 거대갑(甲)인 SK하이닉스를 넘어 장비 자회사를 보유한 삼성전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HBM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업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방이라는 의미다.

대규모 TC 본더 도입이 예상되는 SK하이닉스 청주 P&T7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혼란' 예상···삼성전자도 영향권 =

HBM 점유율 글로벌 1위인 SK하이닉스는 그동안 한미반도체의 TC본더만을 사용하다가 최근 한화세미텍의 장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HBM 공급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공격적인 시설 투자를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더 많은 TC 본더가 필요해진 것이다.

공교롭게도 특허 소송전을 벌이는 두 기업은 SK하이닉스의 TC 본더 공급사다. 이 때문에 소송 내용에 대해서는 SK하이닉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 밖에 없다.

특허 소송은 그 특성상 패소한 쪽이 손해배상과 소송 비용, 투자 비용 무력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앞으로 장비 판매도 금지되며 그동안의 R&D 투자 비용도 모두 무력화된다. 이 때문에 한쪽이 패소하게 된다면 SK하이닉스의 장비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장비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 당초 SK하이닉스가 내세운 투자 계획은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 M15X를 HBM 거점으로 삼아 D램 생산을 늘리고 패키징·테스트 전용 팹인 P&TC를 신설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후공정 라인을 대규모로 증설하면서 TC 본더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장비 공급망 불안은 HBM 납기일 지연으로 미뤄질 수 있다. 엔비디아를 포함한 고객사의 HBM 요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공정을 증설해 시장의 요구에 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설 확대에 제동이 걸리게 되면 HBM 공급에 차질이 생기게 되고 이는 가격 인상과 공급 부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자회사 세메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장비 내재화를 이뤄냈다. 다만 HBM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시설 투자와 함께 장비 공급망 다변화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세메스와 함께 홍콩 기업인 ASMPT를 신규 공급사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반도체나 한화세미텍은 당장 선택지로 거론되지 않고 있지만, 소송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추가 장비 공급사를 국내에서 찾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적은 물량이라도 한미반도체의 장비를 공급받는다면 한미반도체 TC 본더의 공신력은 더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한미반도체의 시장 독과점이 확대되면서 가격 상승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삼성전자가 한화세미텍의 장비를 선택하게 된다면 국내 TC 본더 시장은 양자 경쟁 체제가 갖춰질 수 있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화세미텍 장비의 경쟁력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는 만큼 한미반도체의 높은 점유율에도 영향이 생길 수 있다.

한편 삼성전자와 HBM 점유율 2위를 다투고 있는 마이크론은 경쟁 우위를 지키기 위해 한미반도체의 TC 본더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단독 공급을 받는 만큼 당장 소송전에 따른 혼란은 적을 수 있지만, 한화세미텍이 승소하게 된다면 기술 검증을 받은 셈이 되는 만큼 마이크론 역시 선택지가 더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화세미텍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SHB2 나노'. (사진=한화세미텍)

◇ 하이브리드 본더 도입에도 영향 생길까? =

현재 반도체 장비 시장은 TC 본더 다음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더의 도입을 앞두고 있다. TC 본더는 D램을 고온·고압으로 접합하는 장비다. 반면 하이브리드 본더는 범프가 없이 구리 배선을 직접 접합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전송 속도를 향상시키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는 장비다. 두 장비는 일부 기술에서 연속성을 가지지만, 접합 방식이 다른 만큼 완전히 다른 세대에 가깝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안에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프로토타입을 출시하고 내년 상반기 중 공장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9년 본격 양산 적용되는 하이브리드 본딩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세미텍 역시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을 완료하고 상반기 중 고객사에 인도해 성능 테스트를 진행한다.

현재 양사의 소송은 TC 본더에 맞춰져 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TC 본더를 섣불리 확대 도입했다가 소송 결과에 따라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 본더의 도입 시기가 당겨질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TC 본더 대비 가격이 비싸고 수율이 갖춰지지 않아 대량 양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양사의 특허 소송이 TC 본더 공급 확대의 걸림돌이 되면서 하이브리드 본더에 대한 요구가 확대될 수 있다.

한미반도체 하이브리드 본더 팩토리 조감도. (사진=한미반도체)

하이브리드 본더의 조기 도입은 한화세미텍에게 더 유리한 상황이다. 이미 TC 본더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20배 이상 차이가 나는 만큼 따라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차세대 기술인 만큼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의 경쟁은 처음부터 다시 진행되게 된다.

한미반도체가 와이드 TC 본더를 출시하고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에 대해 완급조절을 하는 것 역시 이 같은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반면 한화세미텍은 TC 본더 시장을 빠르게 닫고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을 여는 것이 반도체 장비 시장 안착에 더 유리하다.

특히 한화그룹은 오는 7월 테크·라이프 부문을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한화는 분할 배경에 대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자본 투자 등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끌어 올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그룹의 투자 역량이 방산·조선에 집중되면서 우선 순위에서 밀린 테크 부문에 대해 투자를 확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하이브리드 본더는 한화세미텍에게는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판을 뒤집을 '게임체인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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