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자컴 기업 9곳에 3조원 지원]
제조·장비서 단계별 상용화 기업 포함
상업화 의문에도 핵심산업 육성 의지
기업 지분 확보 등 전략적 투자 강화
“中에 양자패권 뺏기면 안보까지 흔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양자컴퓨팅 산업에 3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것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에 이어 차세대 핵심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이 약 10년 전부터 보안·에너지·금융·바이오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양자컴퓨팅 분야에 국가적 지원을 이어오고 있는 만큼 구도가 뒤집힐 경우 국가 안보까지 흔들린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미 상무부는 21일(현지 시간) 9개 기업을 대상으로 약 20억 달러(약 3조 원) 규모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장비와 기반시설 등 인프라에 해당하는 IBM와 글로벌파운드리스, 각기 다른 상용화 단계 기술을 갖춘 하드웨어 기업인 리게티·퀀티넘·디웨이브가 선정됐다. 아직 초기 단계인 기술을 각자 개발 중인 아톰컴퓨팅·사이퀀텀·인플렉션·디랙에도 자금을 투입한다. 표준화된 기술이 없는 양자 생태계 전반에 고루 씨를 뿌리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글로벌파운드리스 지분 약 1%를 확보하게 되며 디웨이브 등 일부 스타트업들은 지원 대가로 정부에 회사 지분을 넘기기로 했다. 미 상무부는 추가로 기업을 선정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양자컴퓨팅 투자를 통해 혁신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번 투자는 수천 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의 양자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정된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환영했다. 디웨이브의 앨런 바라츠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결정은 미국 양자컴퓨팅 산업 전체에 변혁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BM도 “미국이 양자 웨이퍼 생산의 거점으로 자리 잡기 위해 추진하는 기념비적인 지원 중 하나”라고 밝혔다.
야후파이낸스는 이를 두고 “상업화 가능성을 둘러싼 의문이 여전히 존재함에도 양자기술 산업이 반도체와 철강·원자력·희토류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 투자 대상에 추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처리하는 양자역학의 특성을 활용해 기존 컴퓨터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복잡한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차세대 컴퓨터다. 특정 조건에서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연산 능력이 뛰어나 신약 개발과 암호 해독, 신소재 탐색 등 차세대 산업 혁신의 핵심 축으로 평가받는다.
CNN에 따르면 IBM은 양자컴퓨팅이 2040년까지 최대 850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추정했다. 맥킨지는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양자컴퓨팅이 ‘상업적 전환점’에 도달했으며 2025년 투자 규모가 126억 달러로 전년 대비 6.3배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민간투자 업계가 양자컴퓨팅 산업에 뛰어든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투자에 나서는 것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이미 트럼프 정부는 인텔에 89억 달러가량을 투입해 지분 약 10%를 확보하며 사실상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또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승인하는 과정에서는 핵심 경영 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른바 ‘황금주’를 확보했고 희토류 업체 MP머티리얼스 지분 15%도 취득했다. 이번 양자컴퓨팅 투자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자유주의 성향 연구단체인 카토인스티튜트는 이날 “민간 벤처캐피털이 지난해 27억 달러 이상을 공급한 양자 분야에 정부가 주주로 나서는 것이 적절하냐”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가 투자를 서두르는 가장 큰 이유로는 중국의 빠른 추격이 꼽힌다. 미국이 핵심 양자 연구 분야에서 여전히 선두권이지만 중국은 중앙집중식 산업 전략을 앞세워 추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3월 발표한 제15차 5개년계획에서 양자기술을 7대 미래 산업 가운데 하나로 지정하며 국가 핵심 과제로 격상하기도 했다. 중국과학기술대(USTC)에서 분사한 오리진퀀텀은 72큐비트(양자컴퓨터의 기본 정보 단위) 상용 프로세서인 ‘오리진우쿵’을 운영 중이며 출시 첫해 145개국에서 2000만 건 이상의 클라우드 접속을 기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