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TCL 냉장고 국내 단독 판매…中 대형가전 침투 본격
쿠팡, 로켓설치로 판매·배송·보증 완결..수직계열화
에너지효율 3~4등급, 장기 신뢰도는 여전한 과제
쿠팡의 글로벌 가전 브랜드 TCL 대용량 냉장고 국내 첫 론칭 홍보 이미지./사진=쿠팡
중국산 가전의 저가 공세가 TV와 로봇청소기를 넘어 냉장고 같은 핵심 백색가전으로 번지면서 국내 가전시장의 가격 질서와 유통 주도권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값싼 가격을 앞세운 중국 제조사와 이를 실어 나르는 국내 대형 유통 플랫폼이 결합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켜온 프리미엄 중심 시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브랜드가 품질과 사후관리, 에너지 효율 검증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통망을 타고 빠르게 확산할 경우 소비자 부담은 물론 국내 가전 생태계 전반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쿠팡은 중국 가전 브랜드 TCL의 대용량 냉장고를 국내 최초로 판매한다고 10일 밝혔다.
쿠팡이 이날 선보인 제품은 814L급 4도어 냉장고로, 화이트와 그레이 두 가지 색상으로 출시되며 론칭 할인 기준 100만원대 초반에 판매된다. 메탈 쿨링, 퓨어 에어, 3D 공기순환 시스템, 스마트 디지털 패널 등을 적용했다는 것이 쿠팡 설명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 냉장고를 중심으로 대형가전 카테고리를 운영해온 쿠팡은 이번 TCL 론칭을 통해 상품군을 넓혀 고객 선택폭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LG전자 위주의 공급망에서 벗어나 글로벌 브랜드로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이를 자사의 물류·금융 생태계와 결합해 가전 유통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TCL은 TV 인지도를 바탕으로 냉장고와 세탁기 등 생활가전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TCL은 2025년 글로벌 TV 출하량 점유율 13%를 기록해 1위 삼성전자 15%의 뒤를 이었다. 한국 시장에선 TCL코리아를 통해 냉장고 제품군을 운영하고 있고, 쿠팡 내 브랜드 판매를 통해 본격적으로 접점을 키우는 모습이다.
중국 가전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냉장고처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배력이 강한 품목에서는 아직 의미있는 시장 점유율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는다.
반면 로봇청소기처럼 온라인 구매 비중이 높고 가격 민감도가 큰 분야에서는 이미 시장 중심으로 올라섰다. 로보락은 지난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판매액 기준 점유율 50%를 넘겼고 2022년 이후 4년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TV 역시 TCL이 글로벌 2위권 브랜드로 자리잡았고 75인치 이상, 98인치, 미니 LED 등 초대형 TV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한국 시장에서도 잠재적 위협이 커지고 있다.
냉장고는 '대용량 냉장고를 반값에 가깝게 사는 선택지'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삼성전자·LG전자가 장악한 국내 가전시장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은 중국산 대형가전이 국내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받는 대목이다. 쿠팡에서 판매 중인 TCL 814L 4도어 냉장고의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은 3등급이다. 10년 이상 사용시 전기료 부담을 합하면 1등급 삼성전자·LG전자 냉장고 제품 가격과 비슷하다는 평가다. 가격에서는 공격적이지만, 유지비와 장기 효율 측면에서는 여전히 국내 업체가 방어 논리를 갖고 있는 셈이다.
중국 가전의 국내 공세는 제조사간 경쟁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 권력 확대와 맞물린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전 시장에서 온라인 채널 비중은 50%선으로 오프라인에 근접해 있다.
쿠팡은 온라인 구매의 장벽이었던 배송과 설치 문제를 직영 물류 시스템인 '로켓설치'로 해결하며 가전시장 내 존재감을 키워왔다. 대형가전은 제품보다 배송 일정과 설치, 초기 불량 대응, 사후관리 등 신뢰가 구매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쿠팡은 이를 직접 통제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구매 허들을 낮췄다.
알리익스프레스까지 가세하면서 중국 가전의 국내 시장 압박은 더 커지고 있다. 중국 제조사와 한국 플랫폼, 중국 플랫폼이 동시에 한국 가전시장을 흔드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쿠팡이 빠른 배송과 설치, 보증 서비스로 승부한다면 알리는 초저가와 할인 공세로 가격 기준선을 더 끌어내릴 가능성이 크다.
로봇청소기 등에서 불거진 보안 취약점 논란과 일부 저가 제품의 품질 검증 문제 등 중국산 가전은 여전히 신뢰도, 전국 AS망, 에너지 효율 등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한참 뒤쳐진다.
그러나 중국 브랜드인 로보락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절반을 장악한 상태에서 글로벌 TV 시장 2위인 TCL이 쿠팡을 통해 냉장고를 앞세워 국내 안방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며 국내 가전 업계도 긴장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소비자의 선택권은 넓어졌지만, 특정 플랫폼에 의한 시장 독점과 국내 가전 생태계 교란 등 중국산 가전의 국내 시장 확대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