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기업 CXMT의 LPDDR5X 제품 이미지. (사진=CXMT홈페이지)
[서울파이낸스 서종열 기자]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CXMT가 고대역폭메모리(HBM) 12단 제품 양산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HBM 시장 진입 약 3년 만에 현재 주류 제품군에 해당하는 기술 수준에 도달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구축해온 '초격차'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CXMT는 4세대 HBM인 'HBM3 8단' 양산 체제를 구축하는 동시에, 차세대 12단 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 및 협력사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12단 HBM은 현재 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용 GPU에 탑재되는 핵심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양산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고, 삼성전자 역시 HBM4 진입을 추진하며 격차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CXMT의 추격 속도는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불과 2024년까지만 해도 HBM2 4단 양산에 머물렀던 CXMT는 단기간 내 HBM3급 기술 확보에 근접하며 기술 격차를 3년 이하로 좁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2~3년의 기술 격차는 사실상 시장 진입이 가능한 수준으로 받아들여진다.
◇ '수율보다 물량'···중국식 추격 전략 본격화 =
CXMT의 급부상 배경에는 기존 메모리 업체들과 차별화된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수율·고품질 중심 전략을 유지하는 반면, CXMT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율을 감수하면서도 생산량 확대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는 초기에는 품질 열위가 존재하더라도 대량 생산을 통해 기술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율과 성능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속도전’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내수 기반 AI 수요도 CXMT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내 AI 반도체 기업과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CXMT는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만 확보하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실제 CXMT는 전체 D램 생산량의 약 20%를 HBM으로 전환하고, 웨이퍼 기준 월 6만장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42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며 차세대 메모리 투자 여력도 확보했다.
◇ '16단·하이브리드 본딩' 선점 여부가 승부처 =
전문가들은 향후 HBM 경쟁의 핵심 변수로 '16단 적층'과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지목한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구조로, 적층 단수가 높아질수록 성능이 향상되지만 기술 난이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기존 마이크로 범프 방식 대신 칩을 직접 접합하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은 전력 효율과 발열 제어 측면에서 차세대 핵심 공정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HBM 시장의 경쟁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르면 올해 말 16단 HBM 개발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CXMT 역시 공격적인 투자와 빠른 실행력을 바탕으로 추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기술 격차를 다시 벌리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HBM 경쟁은 단순한 기술 우위가 아니라 '다음 세대 전환 속도'의 싸움"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16단과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지 못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시장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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