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슈를 깊이 있게 풀어내 보는 시간, W언박싱입니다.
140년 넘은 프랑스의 리모주 시청 건물이 불탑니다.
마르세유에선 관공서에 난입한 시위대가 공화국의 상징, 마리안의 흉상을 넘어뜨립니다.
에르메스, 롤렉스 같은 고가품 매장도 속절없이 약탈당합니다.
피해를 본 상점이 천5백 곳, 손실액은 수억 유로로 추정되고요.
체포된 사람만 2천4백 명에 이릅니다.
프랑스에선 주말 사이 벌어진 시위에 55만 명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한 달 전 학생들의 항의로 시작된 불길이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번진 건데요.
날이 밝은 파리는 폐허 그 자체였습니다.
[알베르토 카르발류/프랑스 파리 주민/현지 시각 18일 : "여기서 40년을 살았는데 이런 건 처음 봐요. 확인하러 와 보니 모든 게 박살 나 있었어요."]
시위의 출발점은 교실이었습니다.
교사 수를 늘리고 낡은 학교를 고쳐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고물가에 지친 저소득층과 중산층까지 가세하면서 통제 불능 상태가 된 겁니다.
세금을 많이 걷고 복지에도 많은 돈을 쓰는 프랑스, 대체 왜 이렇게까지 된 걸까요.
답은 나라 곳간에 있습니다.
프랑스의 나랏빚은 GDP의 120%에 육박하는데, 이 빚을 불리는 대표적 지출이 연금입니다.
연금에만 GDP의 14%를 쓰는데요.
프랑스는 OECD 선진국 가운데 노동시장에서 가장 일찍 은퇴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마흐무드 프라단/전 IMF 유럽 부국장/현지 시각 17일 : "고령화로 인해 일하는 인구 대비 은퇴자 수는 갈수록 늘어날 것입니다. 프랑스가 현재 지출하고 있고 앞으로 지출해야 할 연금 규모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고령층 복지가 불어나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예산 지출은 뒤로 밀려나는 건데요.
교육과 일자리, 주거가 절실한 청년층, 연금과 돌봄이 절실한 노년층이 한정된 곳간을 두고 맞서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을 빗대 '제론토크라시'라는 단어가 나왔는데요.
노인을 뜻하는 그리스어 'geron'과 정치를 뜻하는 'cracy'의 합성어로, 고령화 사회에서 노년층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우선시되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문제는 명확한데, 해법을 내놔야 할 정치권은 사분오열입니다.
대선까지 6개월, 이민자 억제를 앞세운 극우, 부자 증세, 재정 확대를 내건 극좌, 동상이몽입니다.
다음 달 5일 총파업까지 예고된 상황.
마크롱 정부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현지 시각 18일 : "재산을 파괴한 자는 배상해야 하고 약탈한 자는 피해를 보상해야 합니다. 공화국을 전복하려 한 자는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치솟는 생활비와 주거비, 제자리걸음인 임금, 포르투갈과 알바니아 시민들도 거리에 나섰고요.
내년 총선을 앞둔 이탈리아에선 과격한 시위가 상점 약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저성장에 빠진 유럽 대륙에서 벌어지는 세대 간 쟁탈전으로 분석했는데요.
고령화와 저성장이 부른 제로섬 게임.
프랑스는, 나아가 유럽은 이 난국의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W언박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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