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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TV의 종말]④ TV는 안 팔려도 '특허'는 돈 된다

TV 시장이 정체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플랫폼 사업과 B2B 디스플레이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더불어 TV 산업에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또 하나의...

[TV의 종말]④ TV는 안 팔려도 '특허'는 돈 된다
챗GPT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TV 시장이 정체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플랫폼 사업과 B2B 디스플레이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더불어 TV 산업에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또 하나의 수익 구조가 존재한다. 바로 '특허'다. TV 판매량과 무관하게 TV 핵심 기술 특허를 통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 TV 기술 특허를 둘러싼 소송이 흔하게 일어난다. 최근엔 특허 관리 기업인 이노TV랩스(InnoTV Labs)가 중국 TV 제조사 하이센스와 미국 스트리밍 기기 업체 로쿠(Roku)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TV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표면적으로는 특허 전문 기업과 제조사 간 분쟁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LG전자가 엮여있다. 해당 특허는 원래 LG전자가 개발한 기술과 관련된 것으로, 이 특허가 TV 특허 전문 기업으로 넘어가며 본격적인 소송전이 시작된 것으로 본다.

TV 한 대에 얽힌 수천 개 특허…'특허 유동화' 대세로
이처럼 제조사가 보유했던 특허가 특허 관리 기업을 통해 소송이나 라이선스 협상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TV 산업에서 낯선 일이 아니다. TV 산업은 영상 압축 기술과 디스플레이 구동 기술, 패널 구조 등 수천 개 특허가 얽혀 있는 대표적인 '특허 집약 산업'이다. 제품 하나를 판매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특허 라이선스 계약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수십 년 동안 TV와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하면서 대규모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보해왔다. 업계에서는 TV 관련 특허 규모를 단순히 완제품 제조사 기준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TV 구동과 영상 처리 기술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심이지만 디스플레이 패널 기술 특허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가 함께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스플레이 구동 기술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약 2700건, LG전자가 약 2400건 수준의 특허를 보유하며 글로벌 1·2위를 다투고 있다. 여기에 패널 기술까지 포함하면 특허 규모는 더 커진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매년 각각 2000건 안팎과 1000건 내외의 디스플레이 관련 특허를 새로 등록하고 있으며 특히 OLED와 마이크로 LED 등 차세대 TV 기술에서는 글로벌 특허 경쟁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 특허들을 경쟁사 진입을 막는 장벽으로 활용하는데 그쳤다면, 산업이 복잡해지고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특허 자체가 자산이자 돈벌이로 진화했다. 최근 10년 사이엔 TV제조사들이 보유한 특허를 직접 소송에 활용하는 대신 일부 특허를 특허 전문 기업(NPE)에 매각하거나 이전하는 방식으로 '특허 유동화'를 진행하는게 대세로 자리잡았다.

삼성·LG가 만든 특허, NPE 통해 '돈 되는 자산'으로
NPE는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특허 관리와 라이선스 사업, 특허 소송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이다. 제조사가 직접 소송에 나설 경우 거래 관계가 악화되거나 이미지 훼손 등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특허 관리 기업을 통해 라이선스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이 각광받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일정 비율로 나눠 갖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특허 소송이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확보한 합의금이나 로열티 수익 가운데 일부가 원 특허 보유 기업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허권 자체를 특허 관리 기업에 통째로 매각하고 일시금을 확보하는 방식도 활용된다. 기업 입장에선 즉각적인 현금 확보가 가능하고 특허 관리와 소송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에 간헐적으로 반영되는 지적재산권 관련 일회성 수익 가운데 일부가 이런 특허 사업과 관련돼 있을 것으로 본다. 특허 분쟁 합의금이나 신규 라이선스 계약 등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경우다.

삼성전자는 비교적 일찍부터 특허 수익화 전략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압축 기술과 디스플레이 관련 특허를 바탕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거나 특허 관리 기업과 협력해 특허 사업을 확대해 왔다. LG전자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특허 유동화 전략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메랑으로 돌아온 특허…삼성·LG도 피할수 없는 소송 리스크
다만 특허 사업이 항상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허 전문 기업들이 기술 특허를 매입해 오히려 삼성과 LG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나다 특허 기업 와이랜(WiLAN)은 영상 압축 기술 특허를 근거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TV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미국의 특허 기업 아카시아 리서치(Acacia Research) 역시 스트리밍 기술 특허를 기반으로 글로벌 TV 제조사들을 상대로 라이선스 협상을 진행해 왔다.

캐나다 특허 기업 와이랜의 소송은 TV 제조사들에게 단순한 법률 리스크를 넘어 실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 사례로 평가된다. 삼성과 LG를 비롯한 글로벌 전자업체들은 결국 분쟁을 종결하기 위해 와이랜과 다년간의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일정 금액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대부분 비공개지만 특허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수천만달러에서 수억달러 단위의 배상 판결이 내려지는 사례도 적지 않아 TV 특허 소송에선 조기 합의만이 살 길이라는 결론이 힘을 얻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분쟁이 단순한 로열티 지급을 넘어 법률 비용 증가, 제품 설계 변경 가능성, 협상 과정에서의 사업 불확실성 확대 등 간접적인 부담까지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제조사들의 잠재적 비용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까닭에 TV 산업에서는 특허가 수익원이 되는 동시에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허 포트폴리오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협상력이 달라지는 만큼 기업 간 기술 경쟁뿐 아니라 특허 경쟁 역시 갈수록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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