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둔화보단 ‘포트폴리오 재조정’ 해석 우세
반도체·AI 투자 매력 부각…외국인 자금 이동 가속
HD현대중공업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데일리한국 정백현 기자] 올해 1분기 동안 HD현대중공업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4월 들어 돌연 매도세로 전환했다. 1~3월 약 6000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4월에만 55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자금 흐름이 조선업에서 반도체·인공지능(AI) 관련 대형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를 조선업 업황 둔화 신호로 단정하기보다는, 업종 간 기대수익률 변화에 따른 포트폴리오 재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 수급 변화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HD현대중공업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63% 오른 56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올해 첫 거래일 대비 11.9% 상승한 수준이지만, 연중 최고점인 64만8000원(1월 19일)과 비교하면 12.96% 낮다.
올해 1분기 HD현대중공업 주가 흐름은 큰 폭의 변동성을 나타냈다. 1월 중순 급등하며 65만원선 진입을 시도했지만 2월 들어 하락세로 돌아서며 50만원대 초반까지 밀렸다. 이후에도 조정이 이어지면서 지난 2일에는 43만9000원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주가 변동은 투자 주체별 수급 변화와 맞물려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외국인 수급이 주가 방향성을 좌우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그래픽=정백현 기자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월별 투자자 거래 동향에 따르면 1월 외국인은 4942억원을 순매수하며 상승 흐름을 주도했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2835억원, 1971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2월에는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187억원으로 급감하며 관망세가 짙어졌고, 개인만 314억원 순매수로 소폭 매수 우위를 보였다. 3월에는 외국인이 906억원을 순매수하며 다시 매수세를 확대했지만 기관과 개인은 각각 756억원, 712억원을 순매도했다.
가장 큰 변화는 4월 들어 나타났다. 외국인이 5516억원을 순매도하는 동안 기관과 개인은 각각 1639억원, 3687억원을 순매수하며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특히 개인이 외국인 이탈 물량을 적극 흡수하면서 주가 하단을 방어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단기 조정 국면에서 자주 나타나는 전형적인 수급 패턴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중심의 상승 구도에서 개인 중심의 방어 구도로 무게 중심이 일시적으로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조선업 업황 변화와 직접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선업 호황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업종별 투자 매력 변화에 따른 자금 이동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3월 이후 중동 지역 정세 불안 등 대외 변수로 국내 증시에서 전반적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줄였음에도 HD현대중공업에 대해서는 순매수를 이어갔다. 그러나 4월 들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AI 관련 종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조선업에서 반도체로 집중되는 흐름이 나타났고, 이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 비중이 축소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정백현 기자
특히 조선업은 수주 산업 특성상 실적 개선이 점진적으로 반영되는 반면, 반도체·AI 업종은 단기 모멘텀이 강하다는 점에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대수익률 측면에서 매력도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결국 외국인의 최근 매도세는 업황 악화 신호라기보다는, 더 높은 기대수익을 찾아 움직이는 자금 재배치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주가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에도 불구하고 HD현대중공업 주가는 4월 초 저점 이후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기관과 개인이 외국인 매도 물량을 상당 부분 흡수하며 가격 하단을 방어한 결과로 해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HD현대중공업의 실적 개선 흐름이 뚜렷한 만큼, 반도체·AI 업종으로의 자금 쏠림이 완화되면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대형 상선 업황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연간 수주 목표 초과 달성이 유력하다”며 “실적에 대한 우려는 제한적이며 주가 상승 여력도 충분한 만큼 외국인 수급 여건도 다시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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