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범용 D램 동반 회복… 순현금 전환, 부채비율 40%대로 낮춰
-미국 매출 70% 육박… 엔비디아·빅테크향 HBM이 성장세 이끌어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재무구조가 1년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단순 실적 개선이 아니라, 현금이 쌓이는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를 기반으로 영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재무구조가 ‘순부채’에서 ‘순현금’으로 전환된 것이 핵심이다.
17일 공시된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4조942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말 14조1564억원 대비 146.8%(20조7859억원)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22조2479억원으로 4358억원 줄었다. 부채비율도 62.15%에서 45.95%로 16.2%포인트 낮아졌다.
이 수치는 단순한 재무 개선이 아니다. 발생주의 기준 이익이 아니라 현금흐름이 실제로 개선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차입금 상환과 현금 축적에 동시에 쓰였다는 의미다. 회계적으로 보면 이익의 질이 바뀌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구조 변화는 시점에서도 드러난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2분기 이후 순부채 상태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현금이 차입금을 웃도는 순현금 구조로 전환했다. 당시 27조8544억원이던 현금은 4분기 들어 약 7조원 가까이 추가로 늘었다. 한 분기 만에 나타난 변화다.
이 현금 창출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 판매법인인 ‘SK하이닉스 아메리카’는 지난해 매출 58조6933억원, 순이익 23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 33조4590억원 대비 75.4% 증가했다. 미국 고객 기준 전체 매출은 66조8851억원으로 전체 매출 약 97조원의 68.9%를 차지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9~53% 수준이던 미국 비중이 단기간에 70%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고객에서 더 선명하게 나타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엔비디아에만 23조260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23.9% 수준이다. 매출 4원 중 1원이 단일 고객에서 발생한 셈이다.
이 구조는 단순 매출 증가가 아니다. 회계적으로 보면 ‘확정 수요 기반 매출 구조’로의 전환이다. HBM은 범용 메모리와 달리 선주문 성격이 강하고 고객이 제한적이다. 판매 시점의 불확실성이 낮아지고, 재고 부담이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매출이 현금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진다.
재고와 운전자본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메모리 업황 하락기에는 재고 증가가 현금을 묶는 요인이었지만, 현재는 AI 수요 증가로 제품 회전율이 개선되면서 운전자본 부담이 완화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는 영업현금흐름 개선으로 직결된다.
설비투자 구조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업황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투자 성격이 강했다면, 현재는 HBM 중심으로 확정 수요에 대응하는 투자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는 투자 대비 수익률의 변동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중국 사업도 성장했다. 중국 매출은 2024년 15조5336억원에서 2025년 19조1362억원으로 약 3조6000억원 증가했다. 다만 같은 기간 미국 매출 증가폭이 47조원 이상 확대되면서, 전체 성장에서 미국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졌다. 중국은 LPDDR과 낸드 중심, 미국은 HBM 중심이라는 제품 구조 차이가 반영된 결과다.
향후 전망도 이 구조에 달려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5세대 HBM3E를 공급하고 있으며, 차세대 HBM4에서도 주요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 기술 경쟁이 아니라 현금흐름을 결정하는 계약 구조에 가깝다.
결론적으로 이번 변화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다. 현금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현금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바뀌었다. SK하이닉스는 업황에 따라 흔들리는 메모리 기업에서, 수요가 확정된 AI 인프라에 연결된 현금 창출형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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