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에 차세대 후공정 거점 ‘P&T7’ 건설에 착수하며 인공지능(AI) 메모리 경쟁의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HBM을 중심으로 폭증하는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해 어드밴스드 패키징 역량을 대폭 확충하는 동시에, 청주·인디애나·용인을 잇는 글로벌 생산 삼각 체제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22일 충북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에서 신규 후공정 팹 'P&T7' 착공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착공식에는 이병기 양산총괄을 비롯한 임직원 125명, 임직원 가족 40명, 시공을 맡은 SK에코플랜트 관계자 20명이 자리했다. 행사는 건설 경과 보고에 이어 안전 퍼포먼스, 터치버튼 세리머니 순으로 진행됐다. 이병기 양산총괄은 인사말에서 "P&T7은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리더십을 완결 짓는 핵심 생산기지"라며 이곳에서 만들어질 제품을 글로벌 AI 인프라의 표준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P&T7은 약 23만㎡(7만 평) 부지에 들어서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전용 시설이다. 3개 층으로 구성된 WLP(Wafer Level Packaging) 라인이 약 6만㎡(1.8만 평), 7개 층 규모의 WT(Wafer Test) 라인이 약 9만㎡(2.8만 평)를 차지하며, 두 공정 라인을 합친 클린룸만 약 15만㎡(4.6만 평)에 이른다. 완공 일정은 WT 라인이 2027년 10월, WLP 라인이 2028년 2월로 잡혀 있다. 착공부터 WLP 라인 가동까지는 1년 10개월가량이 소요된다.
이번 투자는 AI 반도체 경쟁의 무게중심이 전공정에서 후공정으로 옮겨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HBM은 다수의 D램을 수직 적층한 뒤 TSV(실리콘관통전극)로 연결하는 구조여서, 제품 성능과 수율이 패키징 단계에서 상당 부분 결정된다. 그간 SK하이닉스는 자사 HBM과 엔비디아 GPU를 한 기판에 결합하는 최종 패키징을 TSMC의 CoWoS 공정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HBM4E 세대 이후 본격화할 커스텀 HBM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새너제이 R&D 센터를 중심으로 설계·패키징 인재 확보에 나서는 등 이종 집적 역량 내재화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의 신규 팹 P&T7 조감도 [이미지=SK하이닉스]
P&T7은 회사가 국내외에서 동시에 추진 중인 AI 메모리 인프라 확충의 한 축이다. 청주 M15X 팹은 HBM3E·HBM4 주력 양산 거점으로 증설이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약5조5900억원) 규모의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인디애나 공장 역시 2028년 가동이 목표다. 여기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조성도 병행되면서, 청주 P&T7이 가세할 경우 '청주-인디애나-용인'을 잇는 삼각 포석이 완성된다. P&T7 가동 이후 청주 캠퍼스는 M11·M12·M15·M15X와 함께 5개 생산시설을 보유한 국내 최대 HBM 거점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번 착공으로 인한 지역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공사 기간 중 현장에는 일평균 320명, 최대 9000명의 인력이 투입되며, 완공 이후 P&T7 상시 운영을 위해 약 3000명이 근무하게 된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청주 내 협력사가 추가로 유입되고, 기존 동반성장 프로그램(기술 개발·경영 컨설팅·금융 지원)도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시장 지배력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UBS는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플랫폼에 탑재될 HBM4 물량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약 70%를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골드만삭스는 2026년까지 SK하이닉스가 전체 HBM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번 P&T7 착공은 이러한 수요 전망에 맞춰 후공정 캐파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측은 후공정 팹의 추가 확충을 고려하게 되면 지역 균형 발전 관점에서 국내 거점 다변화 방안을 지속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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