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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SK하이닉스 ‘외국 기업 최고 몸값’ 화려한 데뷔…40조 실탄, 용인·청주에 먼저 쏜다

최태원(오른쪽) SK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올해 3월 1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6 현장에 들러 SK하이닉스 부스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최태원(오른쪽) SK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올해 3월 1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6 현장에 들러 SK하이닉스 부스를 함께 둘러보고 있다.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외국 기업 중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며 나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특히 미국 IPO 사상 처음으로 프리미엄 프라이싱(공모가 할증)까지 이뤄내며 K메모리 경쟁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한 가운데 SK하이닉스는 40조 원 조달로 용인·청주 팹 구축을 앞당기고 최태원 SK 회장의 비전인 시가총액 2000조 원 회복과 인공지능(AI) 컴퍼니 실현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을 하루 앞둔 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주 맨해튼의 JP모건 사옥 ‘270 파크 애비뉴’ 고층부에 상장을 기념해 초대형 태극기를 형상화한 조명이 켜져 있다. JP모건은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공모 주관사를 맡았다.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주 나스닥증권거래소에서 열린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기념식을 통해 나스닥 시장 데뷔를 전 세계에 알렸다. 최 회장은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등 주요 경영진과 직접 기념식의 오프닝 벨 세리머니에 참석해 연신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상장을 자축했다. 그는 이번 상장과 관련해 SK하이닉스의 시총 2000조 원 달성 목표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CEO는 나스닥 상장을 통해 미국 빅테크들과의 협력과 메모리 공급을 강화하고 현지 투자와 인재 양성에도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SK하이닉스가 나스닥에 온 이유는 우선 혁신을 주도하는 고객들이 있는 AI의 진원지에서 그들과 더 가까이 하고 더 깊은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함”이라며 “또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SK하이닉스 투자는 쉽지만은 않은데 상장을 통해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기회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며 이에 (미국에서의) 혁신을 지원하고 산업을 강화하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나스닥 상장을 통해 ADR 1억 7790만 주를 주당 149달러에 발행해 총 265억 달러(약 40조 231억 원)를 조달한다. 이는 미국에 상장한 외국 기업 중 2014년 중국 알리바바(250억 달러, 약 38조 원)를 뛰어넘는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는 특히 미국 IPO 사상 유일하게 기존 주가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공모하는 프리미엄 프라이싱까지 달성했다. ADR 공모가가 국내 본주보다 3% 높게 책정됐다. 통상적으로 기업들이 대규모 IPO를 진행할 경우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 기존 주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발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앞서 SK하이닉스의 ADR 수요예측 결과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청약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또 지난해 15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다소 안정되면서 SK하이닉스의 국내 본주 가치가 미국 달러 기준으로 올랐고 이에 ADR 공모가 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SK하이닉스는 이달 14일 투자자들의 ADR 공모 대금 납입을 통해 40조 원을 확보하고 이를 국내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에 전액 투입한다. 2030년까지 총 31조 원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집적단지) 1기 팹과 19조 원 규모의 청주 P&T7 첨단 패키징 팹 건설, 차세대 공정 대응을 위한 첨단 극자외선(EUV) 장비 매입에 이번 조달금이 쓰일 예정이다. 용인 1기 팹의 경우 올해 7조 4000억 원에 이어 내년 10조 1000억 원, 2028년 6조 6000억 원 등 투자 집행 일정이 청주 팹보다 임박한 만큼 이번 조달금도 용인 1기 팹에 우선 배분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SK하이닉스의 이번 나스닥 상장을 두고 크게 세 가지 효과를 기대했다. 우선 SK하이닉스는 한 해 시설투자(CAPEX)와 맞먹는 대규모 자금을 즉각적으로 조달함으로써 인프라 증설에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40조 원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CAPEX 30조 1730억 원을 훌쩍 웃돌고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40조~50조 원대의 올해 CAPEX와도 맞먹는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누리고 있지만 실제 투자 여력 확대까지는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14일 한꺼번에 40조 원을 조달함으로써 대규모 투자 계획을 조기에 집행할 수 있게 됐다. 용인 클러스터에 600조 원, 청주 낸드와 첨단 패키징 팹에 100조 원, 전남 광주에 올해 착공할 신규 반도체 팹 2기에 400조 원, 미국 인디애나주 첨단 패키징 팹에 약 6조 원 등 SK하이닉스가 굵직한 인프라 거점에 투입할 자금만 총 1100조 원에 이른다.

두 번째로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빅테크 수준의 가치 평가로 시총 2000조 원 회복을 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피어 그룹과 비교해 재평가받아 미국 빅테크 수준의 기업가치를 노려볼 수 있다”며 “회사의 공신력과 신뢰성이 오르면 향후 고객 수주와 시장 확대에도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AI 컴퍼니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가진 만큼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빅테크 반열에 오르는 일이 중요하다.

이에 최 회장도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시총 2000조 원 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그는 올 초 저서 ‘SK하이닉스의 언더독 스토리: 슈퍼모멘텀’ 관련 특별 인터뷰에서 “시장이 SK하이닉스를 아직 커머디티(차별화가 어려운 제품) 제조사로 인식해 더 높은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았다”며 “SK하이닉스는 지금보다 10배는 더 커져야 하며 몇 년 후면 목표를 2000조 원으로 높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시총은 지난달 22일 사상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넘었지만 이날 1554조 원으로 다시 내려앉은 상태다. 삼성전자(1666조 원)는 물론 영업이익이 더 낮은 마이크론(1조 1199억 달러, 약 1693조 원)에도 밀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IPO 흥행이 메모리 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를 증명하고 특히 최근 불거진 메모리 정점론 불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를 포함한 K반도체 산업 전반에 주가 부양과 투자 유치 등의 수혜가 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를 뛰어넘어 세계 최고의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SK하이닉스 역시 맞먹는 실적이 예상되는데도 메모리 수요와 기업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며 반도체주를 포함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자금 조달과 주가 부양에 더해 올해 유례없는 실적 성장까지 예고하며 투자 여력을 대폭 늘릴 채비를 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277조 6411억 원으로 지난해 47조 2063억 원의 6배 수준이다. 내년에는 400조 원 달성이 점쳐진다. 메모리 가격 급등에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49%에서 올해 77%까지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투자 여력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15조 원에서 올해 회사 목표에 맞춰 연말 100조 원을 돌파하고 내년 300조 원대로 순차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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