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부터 양산까지 전환 속도 단축, 효율·유연성 확보
엔비디아와 ‘디지털 트윈’ 협력···제조 최적화 본격화
도승용 SK하이닉스 부사장(DT 부문장)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되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6' 패널 토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자율형 팹(반도체 공장)’ 구축에 나선다. 생산능력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공장 운영 자체를 AI 기반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제조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도승용 SK하이닉스 부사장(DT 부문장)은 17일(현지 시각)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2026’ 패널 세션에서 “AI 메모리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생산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신규 팹 건설과 기존 라인의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은 수요 급증에도 불구하고 생산 확대 속도가 제한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신규 팹은 건설부터 양산 안정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며, HBM 등 고부가·맞춤형 제품 비중 확대는 공정 복잡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도 부사장은 “품질·비용·속도 간 균형을 고려한 정교한 의사결정이 요구되지만, 기존의 경험 기반이나 규칙 중심 자동화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공장이 스스로 학습하고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자율형 팹 구축을 추진한다. 설계부터 양산까지 전환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생산 효율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자율형 팹은 △오퍼레이셔널 AI △피지컬 AI △디지털 트윈 등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구현된다. 오퍼레이셔널 AI는 공장의 ‘두뇌’ 역할을 맡는다. 엔지니어의 판단과 노하우를 데이터 기반으로 구현해 의사결정에 활용, 유지보수와 결함 분석 등 주요 공정에서 처리 시간을 50% 이상 단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지컬 AI는 실행 체계를 담당한다. 기존 자동화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웨이퍼 이송 장치(OHT)와 비전 기반 로봇, 자율주행 물류로봇(AMR)을 연계해 생산 효율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부품 재고를 약 3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 시뮬레이션 환경이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실제 공장을 가상 공간에 구현하고, 생산 흐름과 물류 이동, 공정 조건 등을 사전에 검증한다. 이를 통해 생산 중단 없이 AI 학습과 최적화를 병행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제조 혁신과 함께 글로벌 생산능력 확대도 병행하고 있다. 도 부사장은 “미국 인디애나 투자 역시 AI 메모리 수요 대응을 위한 생산 확대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자율형 팹 전략을 단순 자동화를 넘어 ‘제조 의사결정의 AI화’로 평가하고 있다. 생산설비 확장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 운영 최적화로 제조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생산능력 확장과 공정 효율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과제가 부각되는 가운데, 자율형 팹이 향후 메모리 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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