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삼성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교섭 촉구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가 법적 쟁의권을 확보함으로써 오는 5월 2년 만의 총파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노조는 “SK하이닉스만큼 달라”고 요구하지만, 사측은 SK하이닉스와 사업 구조, 임직원 수가 확연히 달라 일률적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이하 노조)는 지난 9일부터 진행한 임금교섭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재적 조합원 6만6019명(투표율 73.5%)이 참여해 찬성률 93.1%를 보이며 전날 쟁의권을 확보했다
공동투쟁본부는 최근 과반 노조가 된 ‘초기업 노조 삼성전자 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노조동행’ 등 3개 노조가 연합한 공동 교섭단이다.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하면서 올해 임금 단체 협상(임단협) 관련 파업을 실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됐다. 노조 측은 다음 달 23일 집회를 여는 등 회사와 협상을 벌인 뒤, 여의치 않으면 5월 중 총파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파업이 진행되면 삼성전자 2024년 창사 이래 첫 파업 이후 두 번째 파업이 된다.
현재 노조와 회사는 ▲성과급 상한 폐지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화 ▲임금 인상 7% 요구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인다.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성과급 상한 폐지다. 삼성전자는 1년에 한 번 초과이익분배금(OPI)을 지급하는데, 연봉 50%를 상한으로 두고 EVA(경제적 부가가치 지표·Economic Value Added)를 기준으로 금액을 산정한다.
노조는 경쟁사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이와 같은 기준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SK하이닉스가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했다. 삼성전자 노조도 회사가 연간 이익에서 SK하이닉스에 필적하는 성과를 낸 만큼 이와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의 요구에 난색을 표한다. 성과급 상한 폐지는 단순히 임금 인상 요구 또는 이익 분배를 넘어 성장을 위한 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사업 구조가 달라 임금 산정에서 보다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뿐만 아닌 스마트폰, 생활가전, TV,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며 사업부마다 실적도 상이하다.
반도체 분야 투자 형태도 SK하이닉스와 다르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파운드리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반도체 최첨단 공정이 가장 먼저 도입되는 분야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장비·시설 투자가 필수다.
이러한 환경에서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인건비가 폭증할 경우 투자금에 영향이 가는 일이 벌어진다. 노조 요구안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에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반도체 사업부 직원은 보너스를 많이 가져가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사업부 직원은 이를 적게 받거나 심지어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자칫 직원 간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사측은 고려해야 되는 셈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전문 회사다보니 성과급 산정 구조가 쉽다. 임직원 수도 차이가 크다. 삼성전자 총 임직원 수는 국내 약 12만9000명, 글로벌 합산 약 26만3000명에 달하지만 SK하이닉스는 약 3만5000명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익 배분이 수월한 측면이 있다.
노조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 등 삼성전자의 명운을 결정할 주요 대목에서 파업을 예고하자 사측도 고심에 빠졌다. 2024년 7월 전삼노 파업 때는 조합원들이 파업으로 인한 임금 손실과 노조 내부의 정치 투쟁 등 여러 변수가 얽히며 약 25일 만인 8월1일 현업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번 공동투쟁본부는 3개 노조 연합체인 만큼 보다 강경한 투쟁을 진행할 가능성이 커 사측이 전격적으로 한발 물러서 노조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직원 수 차이도 크고 회사 규모도 다르기 때문에 SK하이닉스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해 보상하기는 어렵다”며 “노조도 이를 모르지 않겠지만 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한 것은, 역대 최대 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협상 주도권을 일찍부터 잡고 가려는 의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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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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