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에 등록신청서 비공개 제출
지분 희석… 주주 피해 우려 속
마이크론 투자수요 흡수 분석도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7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100조원의 반도체 투자 실탄 마련을 위해 미국 증시 상장 절차에 착수했다. "더 글로벌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승부수가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SK하이닉스는 24일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Form F-1)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나, 공모 규모와 방식, 일정 등 세부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조달 규모가 적게는 10조원, 많게는 최대 15조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최종 상장 여부 역시 SEC의 심사 결과와 시장 상황, 수요예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다.
ADR은 해외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자사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발행하는 증권이다.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지만, 신주 발행을 동반할 경우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유상증자와 유사한 효과를 낸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7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이와 관련,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AI 시대에서 글로벌 고객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 강화된 재무 체력이 필요하다"며 "안정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순현금 규모는 약 92조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와 유사한 수준의 재무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반응은 긍정과 부정으로 엇갈렸다. 기존 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마이크론에 대한 투자 수요를 SK하이닉스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총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보유 중인 주식의 가치가 희석되는 악재"라면서도 "하지만 현재 시장 반응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과 비교해도 저평가되고 있고, 유증 규모가 전체 시총 대비 크지 않아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미국에 상장된 규모가 15조원 규모라면 시총이 작고, 거래량이 활발하게 나올 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투자대응을 위한 자금확보 및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 등 장기 기대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주총에서 시장의 이 같은 우려에 대해 "ADR 상장 심사 절차가 시작된 만큼 국내외 법령에 따라 자세한 내용을 말씀드릴 수 없지만 여러 주주의 의견을 반영해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라며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면 주주님들께 말씀드릴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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