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04월 16일 0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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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실트론 구미 사업장. / 제공=SK실트론
3조원대 규모의 SK실트론 인수합병(M&A) 딜(Deal)이 이번 주 안으로 임박했단 관측이 나왔지만, 현실적으론 4월 말이나 5월에 이뤄질 전망이다. 원매자인 ㈜두산과 매도자 SK㈜ 간의 협상은 현재 지분과 가격을 막판 조율하는 단계다. 2020년 SK실트론이 품은 후 연간 수천억 원의 적자를 지속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전기차용 웨이퍼 신사업 문제에 대해선 어느 정도 타협한 분위기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SK실트론 주식매매계약(SPA) 시점은 일러도 이달 말이며, 다음 달로 넘어갈 여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SK는 할 만큼 했다며 두산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기류이고, 두산은 우호적인 태도지만 마지막까지 계산기를 두들기는 데 여념이 없다. 협상의 주도권을 두산이 쥔 셈인데, 당장 이번 주 SPA를 맺을 공산은 희박하다는 전언이다.
M&A 대상은 SK가 쥐고 있는 70.6%의 지분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소유한 나머지 29.4% 지분은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SK실트론의 전체 몸값은 4조~5조원으로 평가되며, 이를 감안하면 SK의 지분 가치는 2조8000억~3조5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2025년 말 기준 순차입금 1조982억원을 빼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3조원 선을 넘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서로 미루고 싶은 '골칫덩이' SiC 웨이퍼
두산이 SK실트론 인수에 뛰어들었단 사실은 2025년 10월 알려졌다. 이후 2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딜에 속도가 붙었지만, 이후 진척이 더디다. 협상이 원활하다면 우협 선정 이후 3~4개월 내 본계약을 맺는 게 통상적이다. 실제로 SK와 두산 모두 올해 1분기(1~3월) 내엔 본계약 체결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해 왔다.
딜이 늘어진 데엔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의 탓이 크다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SK실트론이 인수한 이래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으며, 사실상 모회사의 지원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사업이다.
앞서 SK실트론은 2020년 2월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흐름에 주목해 미국 듀폰사의 SiC 웨이퍼 사업을 4억5000만달러(6549억원)에 양수했다. SiC 웨이퍼는 전력 반도체, 특히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전기차에 활용하는 차세대 반도체 소재다. SK실트론이 인수한 사업부의 주요 고객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인피니온 등 유럽계 반도체 제조사를 필두로 미국·유럽·일본 업체들이다.
SK실트론USA의 연간 실적 추이 / 자료=SK실트론
하지만 전기차 '캐즘(Chasm)'이 찾아오며 SiC 웨이퍼 사업부는 골칫덩이가 됐다. 해당 사업부를 맡은 SK실트론의 미국 자회사 SK실트론USA의 연간 실적만 살펴도 매출보다 순손실이 많은 추이가 이어지고 있다. 2020년 95억원이었던 매출은 성장세를 이어 가기는 했지만 2024년(1046억원)을 제외하곤 백억 단위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와중 순손실은 2020년 333억원에서 2023년(986억원)을 분수령으로 천억 단위로 치솟았다. 작년 순손실은 무려 6498억원으로 SiC 웨이퍼 사업부 손상차손(4141억원)을 제외해도 2357억원에 달한다.
특히 최근 2년간 연 매출이 최대 1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데 반해 순손실은 수천억원으로 확대됐다. SiC 웨이퍼 사업부의 부진은 SK실트론USA의 자본도 좀먹었다. 2020년 말에만 해도 6030억원에 달했지만 작년 말 377억원 뿐이다. 계속된 수혈로 부채만 남은 상태다. 작년 말 기준 자산 7935억원 가운데 95.3%(7559억원)가 부채다.
SiC 웨이퍼 사업 부진은 SK실트론 전사 이익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회사는 작년 매출 2조575억원과 영업이익 193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에 비해 3.3% 축소된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의 경우 38.8%나 줄었다. SiC 웨이퍼 사업부의 부진이 실적 악화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SK는 캐즘을 극복하면 SiC 웨이퍼에 대한 수요도 본격 증대될 것이라고 강변해 왔다. 여기에 중장기 시장 성장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150mm와 200mm 제품의 캐파(생산 용량) 증대 등 투자 계획도 수립하고 있었다.
시장의 인식은 180도 다르다. SiC 웨이퍼 사업부를 원매자와 매도자가 서로에게 미루고 싶어하는 골칫거리로 간주했다. 두산 외에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협상할 때도 발목을 잡은 요소로 지적하고 있다. 이에 SiC 웨이퍼 사업부를 분할해 매각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카브아웃(Carve-out) 딜 아이디어가 거론되기도 했다.
'빅배스' 단행…세일 성공할까
SK실트론은 지난달 2025년도 사업보고서를 발표하며 결국 SiC 웨이퍼 사업부에 대해 4141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이 중 80.8%(3344억원)가 영업권 손상차손이며, 영업권 장부금액은 제로(0)가 됐다. 딜에 진척이 나질 않자 환부를 도려내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SiC 웨이퍼 사업부를 담당하는 미국 법인 SK실트론USA 지분 가치에 대해서도 무려 9309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이에 미 법인의 장부가는 310억원으로 전년 수치(9057억원)의 96.6%가 깎인 상태다. 취득원가(9620억원)의 3.2%에 불과하다. 유상증자를 통해 SK실트론으로부터 562억원을 수혈받으며 0이 되는 사태는 면했다.
이는 매각하기 전 잠재적 손실 요인이나 부실 자산을 회계 장부상에서 한번에 털어내는 일명 '빅배스(Big Bath)' 조치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이번 손상차손 반영이 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SiC 웨이퍼의 문제는 익히 알려진 사실인 만큼, 이전 협상에서 선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두산으로서는 가장 큰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통 크게 SiC 웨이퍼 사업부까지 인수할지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SiC 웨이퍼 사업부는 헐값에 얻는 '미래 시장 콜옵션'이라는 낙관론도 내놓고 있다. 지금은 캐즘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전력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소재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전기차 산업의 핵심 소재임은 분명하다. 두산 입장에서는 장부 가격이 크게 낮아진 SiC 웨이퍼 사업부를 일종의 할인가에 가져오게 되는 셈이다. 당장 재무적 타격 없이 사업을 유지하다가, 향후 전기차 업황이 다시 반등하면 훌륭한 패로 쓸 수 있다.
인수 대상에서 SiC 웨이퍼 사업부를 빼서 카브아웃 딜을 택한다고 해도 걸림돌이 남는다. 딜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장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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