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엔비디아와 데이터셋·학습 프레임워크·멀티모달·비전언어모델 연구
SK하이닉스 HBM, SK엔무브 액침냉각, SK텔레콤 A.X K2까지 협력 확대
최태원 회장 주도 ‘AI 토털 솔루션’ 전략, 반도체·인프라·모델 아우르는 구조로
국내 AI 생태계 구축 넘어 산업형 AI·데이터센터 패키지 수출 기반 마련 주목
SKT 을지로 본사에서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자들이 엔비디아 담당자들과 원격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26.4.22 SKT
SK그룹과 엔비디아의 협력이 반도체 공급을 넘어 인공지능(AI) 모델, 데이터센터 인프라, 냉각 솔루션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동맹으로 확대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SK엔무브의 액침냉각, SK텔레콤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이 하나의 축으로 묶이면서, SK그룹이 엔비디아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국내 소버린 AI 구축을 넘어 글로벌 AI 표준 경쟁과 수출형 AI 인프라 시장까지 겨냥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22일 전날 국내에서 처음 열린 ‘엔비디아 네모트론 디벨로퍼 데이즈 서울 2026’ 테크니컬 패널 세션에서 엔비디아와 축적해온 AI 모델 개발 협력 성과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SK텔레콤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A.X K1(에이닷엑스 케이원)’의 후속 모델인 ‘A.X K2(에이닷엑스 케이투)’ 개발 계획과 함께 국내 소버린 AI 생태계 확장을 위한 협업 방향도 제시했다.
이번 발표는 SK텔레콤과 엔비디아의 협력이 모델 개발 전 주기로 넓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사는 2021년 SK텔레콤이 A100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슈퍼컴퓨터 ‘타이탄’을 구축하던 시점부터 데이터, 인프라, 학습 환경 전반에서 긴밀한 교류를 이어왔다.
이후 독자 AI 모델 개발 과정에서도 협업 범위를 넓혀 왔고, 이번에는 후속 모델 개발과 차세대 영역 확장 계획까지 공식화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매개변수 5190억개 규모의 초거대 모델 A.X K1 학습에 엔비디아 네모트론 데이터셋을 적용했다.
학습 과정에서는 대규모 모델 분산 학습 프레임워크인 메가트론-LM(Megatron-LM)과 데이터 준비·정제 도구인 네모 큐레이터(NeMo Curator)를 활용해 초거대 AI 학습 안정성을 높였다.
SK텔레콤과 엔비디아 기술 조직은 격주 단위로 학습 인프라 안정성, 성능 향상, 최적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양사는 전문가 혼합(MoE·Mixture of Experts) 구조 기반 초거대 모델 개발 경험과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운영 정보도 공유해 왔다.
현재 개발 중인 A.X K2 학습에도 엔비디아 솔루션이 활용될 예정이며, 향후 멀티모달과 비전언어모델(VLM·Vision-Language Model) 등 차세대 영역으로 공동 연구를 확대할 방침이다.
텍스트 중심 경쟁을 넘어 시각·언어를 함께 다루는 멀티모달 경쟁으로 AI 시장이 이동하는 흐름에 맞춰 양사 협력도 한층 고도화하는 셈이다.
이번 협력은 SK텔레콤 차원을 넘어 SK그룹 전체의 AI 전략과도 맞물린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HBM 공급망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고, SK엔무브는 AI 데이터센터 발열 문제 해결을 위한 액침냉각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SK텔레콤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역량을 더하면서, SK그룹은 엔비디아 플랫폼이 실제 작동하는 반도체·냉각·모델의 주요 단계 전반에 관여하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모델 개발 역량을 결합한 통합형 생태계를 구축,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AI 토털 솔루션’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양측의 전략적 공조는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GTC 2026’에서도 최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연쇄 회동, SK하이닉스의 차세대 HBM4와 관련 제품 공개 등을 계기로 다시 부각됐다.
이번 사례는 소버린 AI가 반드시 국산 기술만으로 폐쇄적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핵심 데이터와 모델 운영 주도권은 국내 기업이 확보하되, GPU와 학습 프레임워크, 데이터 처리 도구 등 글로벌 표준 기술은 적극 활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경로다. 엔비디아 역시 오픈 모델과 에이전트형 AI 생태계 확장에 힘을 싣고 있어, SK텔레콤과의 협업은 이런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멀티모달과 VLM 기술이 고도화되면 그룹 제조 계열사의 디지털 전환에도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엔비디아의 연산 역량과 SK텔레콤의 독자 모델이 결합하면 반도체 공정, 에너지 설비, 산업 현장 영상을 실시간으로 해석하고 제어하는 이른바 ‘피지컬 AI’ 구현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이는 그룹 내부 효율화에 그치지 않고, 향후 AI 데이터센터와 산업 맞춤형 AI 솔루션을 패키지 형태로 해외 시장에 공급하는 기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협업은 SK와 엔비디아의 관계가 더 이상 부품 공급 차원에 머물지 않고, 칩과 냉각, 모델을 묶는 원팀 체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건은 A.X K2 이후 실제 성능 경쟁력과 사업화 속도다. 국내 소버린 AI 구축을 넘어 글로벌 AI 표준 경쟁에서 SK그룹의 존재감이 한층 커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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