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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SK 바이오 성적표②] 안재현·재용 형제, 최창원의 '바이오' 전성시대 ...

또 AI 기반 신약개발사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와 자가면역, 섬유화 질환 영역에서 초기 파이프라인 발굴·공동 연구 협약을 맺기도 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종양·섬유화 등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영역으로...

[SK 바이오 성적표②] 안재현·재용 형제, 최창원의 '바이오' 전성시대 ...

SK케미칼 안재현, 그린케미칼 전환…SK바사 안재용, CDMO 확장

플라즈마 김승주, 인니·튀르키예 ‘공장 수출’ 모델로 해외 확장

SK그룹의 최창원 부회장(가운데)와 안재현 SK케미칼 사장(왼쪽),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오른쪽). <SK>

SK그룹 제약·바이오의 ‘시초’는 SK케미칼이다. 1993년 대덕연구원의 ‘P프로젝트’에서 출발한 신약개발 DNA는 이후 SK바이오팜과 SK케미칼 두 갈래로 뻗어 나갔다. 2006년 동신제약 인수는 그 가운데 SK케미칼을 백신 사업으로까지 확장시킨 결정적 분기점으로 이후 오랜 기간 SK그룹 제약사업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최근 몇년간 상황은 달라졌다. 최태원 회장의 SK㈜ 라인이 SK바이오팜(뇌전증 신약)·SK팜테코(CDMO)를 앞세워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고 있다면, 최창원 부회장의 SK디스커버리 라인은 다소 주춤했다.

최창원 부회장의 SK디스커버리는 제약바이오 산업 계열사로 SK케미칼(제약·그린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백신+CDMO), SK플라즈마(혈장분획제제)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 SK케미칼의 제약 사업 부문은 각종 구설수에 시달려왔다. 중심에는 제약사업 매각설이 있다. SK케미칼은 사모펀드와 제약사업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논의를 진행했고 2024년 사업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SK케미칼 핵심 계열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황도 썩 좋지 않다. SK바이오팜이 뇌전증치료신약 ‘세노바메이트(엑스코프리)’를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 팬데믹 역기저 효과로 실적 악화에 놓인 상황이다.

두 번의 물적분할이 만든 3사 구도…SK케미칼이 뿌리

다만 SK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제약바이오 3사는 부활의 날개를 펼 기세다.

최창원 부회장의 제약바이오 사업은 세 명의 CEO가 이끌고 있다. SK케미칼은 안재현 사장,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안재용 사장, SK플라즈마는 김승주 대표가 각각 지휘한다.

이 중 SK케미칼·SK바이오사이언스 두 곳을 맡은 건 친형제인 ‘안재현·재용’ 사장이다. 1966년생 안재현, 1967년생 안재용 사장은 서울 여의도고·연세대 동문이다. 한 오너 아래에서 핵심 계열사 두 곳을 나눠 이끄는 사례는 재계에서도 드물다.

SK디스커버리의 분업 구도 관련 이미지.

최창원 부회장의 바이오 사업 철학은 2022년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 기조강연에서 뚜렷하게 드러난 바 있다. 그는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두고 “10년 걸릴 백신개발을 2년 만에 압축 개발”했다며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R&D 인력의 90% 이상을 투입한 ‘총력전’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성과의 핵심으로 꼽았다.

이어 “빚을 진 마음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이어가겠다”며 “다음 팬데믹에서는 개발 100일·공급 6개월을 목표로 ‘웨이브1 백신’ 공급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디스커버리 제약산업 계보는 그룹 바이오 근간과 맞닿아 있다. 출발점은 1993년이다. SK(당시 유공)가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리며 ‘P(Pharmaceutical) 프로젝트’로 제약사업에 발을 들였고 이 신약개발 DNA를 이어받은 법인이 SK케미칼이다.

2011년 지주회사 체제 아래 SK바이오팜이 분사돼 최태원 회장의 SK㈜ 라인으로 넘어간 뒤에도 케미칼에는 혈장분획제제와 백신이라는 두 개의 필수의약품 조직이 그대로 남았다.

SK디스커버리 바이오 계보. <안혜완 기자>

구조가 뒤집힌 건 2015년부터다. SK케미칼은 그해 3월 혈장분획제제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플라즈마를 세웠다. 알부민과 면역글로불린 등 국가 단위 수요와 직결되는 ‘공공재 성격’의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 공공조달과 해외 진출에 유리한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포석이었다. 현물출자 규모는 약 2005억원이었다.

두 번째 분할은 2018년 7월에 나왔다. SK케미칼은 백신사업부를 다시 떼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다.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를 시장에 안착시킨 직후의 결단이었다. 당시 VAX사업부문장이던 안재용 사장이 그대로 신설 법인 초대 대표로 자리를 옮겨갔다.

약 1년 반 뒤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면서 독립법인 체제는 아스트라제네카·노바백스 위탁생산 수주와 자체 백신 개발에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3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고 최대주주는 여전히 SK케미칼이다.

형 안재현, 제약사업 지배력 강화…동생 안재용, ‘창업 CEO’ 승부수

형인 안재현 SK케미칼 사장은 원래 바이오맨이 아니다. 대우 출신으로 2002년 SK그룹에 입사했다. 이후 SK디앤디, SK가스,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 SK디스커버리 등 여러 계열사를 거치며 경영 역량을 쌓은 ‘전략통’이다. 2023년 3월 SK케미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선임돼 현재 세 번째 해를 보내고 있다.

안 사장 취임 당시 회사가 내건 미션은 그린케미칼 사업 전환 가속화와 라이프사이언스 사업 지배력 강화 두 가지다. SK케미칼 제약(라이프사이언스) 사업은 1999년 국산 신약 1호 ‘선플라’를 내놓으며 합성신약 분야에 새 장을 열었다. 이후  천연물 신약 1호 ‘조인스’, 세계 최초 관절염 치료 패치제 ‘트라스트’, 은행잎 추출 혈액순환 개선제 ‘기넥신’, 발기부전 치료제 ‘엠빅스’ 계열 등 합성·천연물·바이오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왔다.

안 사장 체제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약국·전문의약품 영업망 확장이다. SK케미칼은 2025년 2월 제일헬스사이언스와 ‘기넥신에프연질캡슐120mg’ ‘트라스트패취 30매’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해 1만 2000처 이상 직거래 약국망을 확보했다.

앞서 비아트리스 코리아와는 ‘리리카(Lyrica)’ ‘뉴론틴(Neurontin)’ 등 공동 판매 계약을 맺고 전문의약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박현선 SK케미칼 파마사업 대표는 제일헬스사이언스 계약 당시 “다양한 파스 라인업과 국내 최고 수준의 약국 네트워크를 갖춘 제일헬스사이언스와의 공동 마케팅으로 보다 공격적인 약국 마케팅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파이프라인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케미칼은 2026년 3월 J2H바이오텍과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특발성폐섬유증(IPF) 치료제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AI 기반 신약개발사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와 자가면역, 섬유화 질환 영역에서 초기 파이프라인 발굴·공동 연구 협약을 맺기도 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종양·섬유화 등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영역으로 신약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리밸런싱 국면에서 SK케미칼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지 않는 이유는 SK케미칼이 SK바이오사이언스 최대주주로서 그룹 바이오 계열의 모회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라이프사이언스 부문이 꾸준한 현금창출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오픈 이노베이션 기반의 신약 파이프라인까지 가세하고 있다.

안재현 SK케미칼 사장과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회장. <안혜완 기자>

동생인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형과 달리 바이오 외길을 걸어왔다. 1998년 SK케미칼에 입사해 SK건설, SK가스 등에서 전략·경영지원을 거쳐 2016년 SK케미칼로 복귀해 백신사업을 총괄하는 VAX사업부문장을 맡았다.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를 성공적으로 내놓은 뒤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백신사업부를 떼어낸 SK바이오사이언스 초대 대표에 올랐다. 이후 한 번도 대표직을 놓지 않은 ‘창업 CEO’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정점을 찍었다. 아스트라제네카·노바백스 백신 위탁생산과 자체 백신 스카이코비원 개발로 매출이 급증했다. 문제는 엔데믹 이후다. 코로나19 매출이 꺾이면서 새 성장 동력이 필요해졌고 안 사장이 꺼낸 카드는 독일 CDMO 인수다.

2024년 6월 독일 클로케(Klocke)그룹과 IDT 바이올로지카(IDT Biologika) 지분 60% 인수 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9월 약 3390억원 규모 딜을 마무리했다. 인수 1년만에 2025년 연결 매출 6514억원 중 CDMO 매출이 4656억원으로 전체의 71.5%를 차지하며 ‘백신 회사’에서 ‘백신+CDMO 통합 플랫폼’으로 매출 구조가 변모했다.

IDT 가동률도 2024년 34.0%에서 2025년 47.6%로 끌어올렸고 MSD 2세대 자이르 에볼라 백신 완제 생산 계약(2026년 3월), 유럽집행위(EC) 산하 HaDEA의 차세대 백신 이니셔티브 1단계 과제 수주 등 수주 트랙 레코드도 쌓이고 있다.

다만 그룹 리밸런싱 국면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만큼은 유일하게 지분 구조 변화 가능성이 거론된 계열이다. 안재용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5년 내 연간 매출 1조원 달성이 꼽힌다. 이를 위해서는 IDT 사업 확장이 필수다.

안재현·재용 형제가 각각 SK케미칼과 SK바이오사이언스를 나눠 맡는 구조는 단순히 정서적 선택이 아니라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SK케미칼은 석유화학·소재 업황과 제약 현금창출이 섞여 있어 ‘안정과 성장’ 구조,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CDMO로 수요 변동성이 크지만 폭발력이 있는 구조다.

두 축을 하나의 경영 스타일로 관리하기는 어렵고 한 사람이 겸임하기도 무리가 있다. 형제가 각각 맡아 ‘투 트랙’으로 진행하는 것이 그룹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보인다.

김승주 SK플라즈마, ‘필수의약품’ 해외 확장

SK디스커버리 제약바이오 사업 라인 세 번째 축은 SK플라즈마다. 김승주 대표가 이끄는 이 회사는 2015년 3월 SK케미칼에서 혈장분획제제 사업부를 떼어내 설립된 법인이다. 알부민·면역글로불린·혈액응고인자 등 ‘필수의약품’을 만든다. 사업 자체가 국가 단위 수요와 직결되는 구조다. 국내 시장은 성장 한계가 분명하다. 강력한 경쟁사인 GC녹십자 존재도 부담스럽다.

따라서 SK플라즈마는 미래 성장 동략으로 해외 시장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단순 제품 수출이 아닌, 플랜트 이식이 핵심이다. 2024년 11월 인도네시아 국부펀드(INA)와 합작법인 ‘SK플라즈마 코어 인도네시아’ 설립·운영을 위한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INA 첫 투자 유치 사례다.

이어 2025년 11월에는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적신월사(Kizilay) 및 튀르키예 정부 기관과 합작법인 ‘프로투르크(Proturk)’ 설립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다. 세금 공제 후 약 1100억원 규모 기술수출로 SK플라즈마 설립 이후 개별 계약 기준 최대 규모다.

김 대표는 “현지 인프라 구축은 혈장분획제제 주권 확보가 필요한 국가의 자급력을 높이면서도 안정적 수요를 확보해 나가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라고 말했다.

최창원 부회장은 지난 2024년 내부 회의에서 “검소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확장 드라이브가 걸렸던 영역을 거론하며 ‘급가속보다 원칙·내실’의 기조로 그룹을 다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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