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외 3개 항만 부채 심각
부산항 빚이 자본보다 많고
여수광양항은 2년연속 적자
울산항 비축 적립금 1321억
타 항만 부실 메우기에 쓸판
부처간 협의·효과 분석 없이
통합 발표부터 이뤄져 졸속
울산항본항 전경 / 자료사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항만공사(PA) 통합’이 지역 항만 간 심각한 재무 불균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4대 항만공사의 2025 회계연도 공식 결산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타 항만들이 수조원대 빚더미에 앉아 있거나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반면 울산항만공사(UPA)는 부채비율 12%대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통합 PA가 출범하면 울산항이 이들의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더욱이 4개 PA 통합이 부처 간 사전협의나 통합 효과에 대한 검증 없이 발표부터 이뤄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게 됐다.
◇울산항 수익으로 타 항만 빚 보전구조 전락
2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과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실 등에 따르면, 부산항만공사(BPA)의 2025년 총부채는 4조4121억원으로 자본총계(4조477억원)를 추월했다. 공식 부채비율은 109%에 달한다. 공사채와 차입금 등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금융부채만 4조2388억원에 이른다. BPA가 한 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 1417억원 중 절반 이상인 887억원이 이자 비용으로 증발하고 있다.
여수광양항만공사(YGPA)의 재무 상태 역시 취약했다.
YGPA는 지난 2024년 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5년에도 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차입금과 여수세계박람회장 등으로 인한 누적 결손금만 757억원에 달한다. 미래를 위한 적립금은 단 1원도 모으지 못했다. 총부채 7641억원 중 금융부채만 5931억원 수준이며, 부채비율은 40.7%다. 인천항만공사(IPA) 역시 총부채 1조3327억원 중 95%가 넘는 1조2725억원이 금융부채로, 부채비율이 56.5%에 이른다.
반면 UPA는 2025년 총부채가 975억원으로 4개 항만 중 유일하게 1000억원 미만이다. 자본총계는 7582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2.9%에 불과하다. 2024년 18.6%이던 부채비율을 사채 450억원을 전액 자체 자금으로 조기 상환하며 1년 새 5.7%p나 낮췄다. 특히 2025년 매출액 1075억원 중 영업이익 315억원을 달성하며 영업이익률 29.4%의 건전한 실적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처럼 알뜰하게 유지해온 살림살이가 통합 공사 출범 이후 타 항만의 부채 해결용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UPA가 남신항 에너지허브 2단계 등 미래 항만 인프라 투자를 위해 비축한 적립금만 1321억원에 달한다. 4대 항만이 같은 지갑을 쓰게 되면, 울산이 비축한 적립금과 매년 벌어들이는 수백억원대 수입이 모두 부산항의 채무 상환과 여수광양항의 적자를 메우는 데 우선 투입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시각이다.
지역 항만업계 관계자는 "울산항은 액체화물을 기반으로 한 대한민국 대표 ‘알짜 항만’"이라며 "부채비율 100%를 넘는 부산과 2년 연속 적자인 여수광양을 부채비율 12%대에 불과한 울산과 강제 병합하겠다는 것은 재무 불균형과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PA 통합 결정 방침 자체가 부실
이와 함께 4개 PA 통합이 부처 간 사전협의나 통합 효과에 대한 검증 없이 발표부터 이뤄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해양수산부,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수부는 정부가 4개 PA 통합을 발표한 날인 지난 3일 국회에 "PA 통합과 관련한 해수부의 공식 입장은 없습니다"라는 답변서를 제출했다. 아울러 해수부는 통합과 관련해 기획재정부나 4개 PA와 주고받은 공문 역시 없다고 밝혔다.
정부 간 공식 협의 절차도 부실했다. 해수부가 제시한 정부 간 공식 회의는 지난 3월18일 세종에서 열린 ‘공공기관 기능개혁 작업반 회의’ 단 한 번뿐이었다.
PA의 주요 주주인 금융·공공기관과의 사전 논의도 없었다. 산업은행은 ‘협의한 바 없다’고 답했으며, 수출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역시 의견 청취나 주주 대상 정식 협의 절차가 개시되지 않았다고 회신했다.
특히 국제 경쟁력 강화를 근거로 추진된 통합임에도 이를 뒷받침할 효과 분석은 없었다. 해수부는 신 의원에게 "항만공사 통합으로 인한 효과 분석 자료는 없으며, 향후 로드맵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 의원은 "국가 물류체계와 지역 경제의 명운을 가를 중대한 사안을 놓고 소관부처의 효과 분석도, 출자기관과의 정식 협의도 없이 결론부터 내린 졸속 추진"이라며 "정부는 일방적 통합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협의 경과와 비용편익 분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형기자 2m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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